직장인에게 평판은 인정의 기준이자, 승진과 이직, 나아가 연봉까지 쥐고 흔드는 마법의 단어다. 하지만 그 마법의 단어는 나도 모르게 완성되곤 한다. 평판 좋은 사람이 되는 사소한 비밀, 그 특별한 기술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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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A를 알아? 어때?”라고 선배 에디터 B가 묻는다. 그 뜻은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 A가 다른 잡지에서 이직 대상자로 거론되거나, 주변에서 A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대체로 험담)가 생성되고 있거나, 진심으로 순수하게 A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물론 진심으로 순수한 의도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화는 “잘 몰라요”라며 말끝이 흐려진 채 사라질 수도 있지만, “사실 A는 말이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렇듯 평판은 그 사람을 둘러싼 타인의 생각을 뜻한다. 관계 사회에서 양분을 먹고사는 인간에게 타인의 평가는 가볍지 않다. 학교라는 울타리 속에서 기껏해야 소개팅이나 아르바이트 추천 정도로 영향을 끼쳤겠지만, 조직 사회에서는 전혀 다른 문제다. 평판에 따라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고, 승진의 기쁨을 누릴 수도 있으니까. 이직의 성패를 가르는 관문 중 하나는 레퍼런스 체크, 즉 평판 조회다. 나아가 일할 맛을 좌우하는 연봉까지 관여한다! 직장생활에서 좋은 평판은 인정의 잣대요, 좋은 평판을 얻는다는 것은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목표로 하는 그 모든 것을 보다 쉽고 편하게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평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평판이라는 이름의 잣대
평판을 부위별로 해체하면 다음과 같다. 인간관계,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조직 융화, 업무 스타일, 사생활과 자기 관리, 그리고 업무 능력! 업무능력이야 기본으로 탑재해야 하므로 패스. 업무 스타일과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 조직 융화의 갈래는 모두 주변 사람과 얼마나 조화롭게 ‘잘’ 일할 수 있는가로 귀결한다. 능력이 비슷하다면, 누구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고 좋은 인성을 가진 사람과 일하고 싶다. 자기 주장이 세거나, 부정적인 사람, 사람을 이용만 하고 동료를 신뢰하지 않는 자가 타인의 호감을 얻긴 어렵다. 인간관계의 좋고 나쁨은 근본적인 인성으로 연결 짓기 쉽다. 그래서 인간관계는 평판의 주된 영역을 차지한다. 사생활과 자기 관리의 평판은 주로 이성관계, 돈 거래,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로 판가름 난다. 논란 거리를 품으려는 조직은 드물다. 리더십 평판은 팀장, 그 이상으로 올라가는 발판이 된다.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후배와 불화가 잦거나 후배를 이끌지 못하는 인상을 준다면? 주니어 때는 내 일만 잘해도 ‘만사 오케이’지만, 시니어가 되면 내 일만 잘하면 ‘개인적’이고, 리더십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여기서 중요한 건, 평판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를 둘러싼 파편이 차곡차곡 쌓여서 완성된다는 점이다. 한 번의 실수로 치명타를 입고,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포인트 점수를 얻거나 깎인다. 그리고 그건 사소한 차이에서 결정된다.

평판을 가르는 그 사소함
관계가 깊지 못한 사이일수록 첫인상은 평판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사와 미소는 별 다섯 개를 붙여도 모자랄 만큼 중요하다. 웃는 얼굴이 밝고, 예의 있는 이미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평판이 결정될 땐 상사의 의견이 높게 반영되는데, 상사일수록 밝은 인상과 예의에 높은 점수를 매긴다. 인사만 잘해도 절반은 성공인 거다! 회사 사람과 거래처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막무가내는 흔치 않다. 하지만 사무실에 잘못 걸려온 전화와 택배기사와 경비원, 건물 미화원 앞에서 예의를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는 사람은 은근히 많다. 그 사소한 찰나, 당신을 본 사람도 꽤 많다. 당신의 가치와 능력은 스스로 존중해야 한다. 매일 불평만 하는 자의 인상이 좋을 리 없고, 자신감이 결여된 사람을 믿어줄 자는 없다. 평판 관리는 마케팅과 닮았다. TV와 잡지, 신문, 인터넷, SNS 등 온갖 매체를 통해 브랜드를 드러내고,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돈을 쏟아붓는다. 상향 평준화된 제품 사이에서 브랜드는 다른 브랜드와는 다른 차별점을 강조한다. 일터에서 내세울 수 있는 나만의 특장점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특장점을 밀고 나갈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해야 할 과제다. 새로운 고객을 쫓다가 충성도 높은 기존 고객을 잃는 건 바보 같은 일. 새로운 사람보다 이미 알고 지낸 사람, 현재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에게 잘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다. 진실된 애정 어린 말은 상대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니, 내 사람에게 애정을 쏟아라.

슬프지만 평판은 두세 명의 의견만으로도 결정되곤 한다. 나쁜 예는“사람은 좋은데…” “똑똑하긴 한데…” “알아서 판단하세요” “다른 대안은 없나요?” “글쎄요”가 될 것이다. 좋은 예를 찾자면 “같이 일하기 괜찮은 사람이죠” “제가 보장할게요” “적임자예요” “이전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등이 있다. 우리가 무심코 뱉은 말이 쌓여서 한 사람의 인생을 뒤흔들 뿐만 아니라 평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지금 바로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잊으면 곤란하다. 이것저것 재면서 사는 것 같아, 피곤한가? 우리가 숲 속의 ‘모글리’가 아닌 사회에서 사는 이상, 평판에 자유로울 순 없다는 걸 이해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