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레저 스포츠 옷으로 인식됐던 래시가드가 대중 속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래시가드의 기능적인 요소가 ‘편안함’이라는 매혹적인 날개를 달아줬기 때문이다.

 

얼마 전 괌에 다녀온 에디터로부터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그거 알아? 괌에 놀러 온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어. 래시가드를 입은 자와 아닌 자.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래시가드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 대다수가 한국인이라는 거야.” 이야기를 들으며 최근에 본 신문 기사가 떠올랐다. 한 여행사가 유럽 여행을 떠나는 한국 관광객들에게 등산복 착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었다. 활동량이 많은 여행객에게 등산복의 편안함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등산복은 등산할 때 입는 옷이다. 특히 T.P.O.에 따른 옷차림에 익숙한 유럽 사람들에게는 도시에서의 등산복 차림은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혹시 지금 불고 있는 래시가드 열풍이 등산복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닐까?

래시가드는 윈드서핑이나 서핑처럼 워터 스포츠를 즐길 때 화상이나 찰과상에 의한 발진 등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옷이다. 하지만 지금의 래시가드는 수상 레저 스포츠를 위한 옷만은 아니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트렌디한 비치 룩 아이템으로, 리조트 내에서는 커플 룩이자 패밀리 룩으로, 실내 수영장에서는 노출에 대한 부담없이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운동복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래시가드 대중화는 패션 브랜드들의 발빠른 행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베럴은 소녀시대 유리와 비비안을, 블랙야크는 신세경을, 노스페이스는 강소라를, 레노마는 이하늬를 모델로 내세운 광고를 퍼트리기 바쁘다. 퀵실버나 록시, 빌라봉처럼 한국으로 건너온 서프 전문 브랜드만 두각을 드러냈던 기존 래시가드 시장에 아웃도어 브랜드와 스포츠 브랜드들이 여름 비수기의 돌파구로 래시가드에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심지어 SPA 브랜드까지도 이 열풍에 합류했다. 대표적인 예가 이번 여름에 첫 번째 래시가드 컬렉션을 선보인 에잇세컨즈다. 가로수길 매장 2층에 자리하고 있는 래시가드 컬렉션은 상체 노출을 가려주는 베이식한 디자인부터 집업 래시가드, 크롭트 톱 래시가드 등을 합리적인 가격대로 제안하며 커플 룩으로 활용 가능한 스타일링까지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다수의 사람이 래시가드의 기능성보다는 디자인을 더 고려하죠. 수상 레저 스포츠용으로 구매하는 게 아니라 자외선 차단이나 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비키니 수영복의 대안으로 선택하니까요. 결국 입었을 때 맘이 편안하다는 얘기인거죠.” 래시가드 라인을 선보인 휠라코리아의 홍보 담당자는 래시가드의 유행이 노출을 꺼리는 한국인들의 태도와 편안함을 추구하는 욕구가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 서핑 등 전통적으로 래시가드를 착용하는 수상 레저 스포츠가 친숙한 문화로 자리 잡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송정 해수욕장과 양양 해수욕장에는 전문 서퍼들이 늘어나고 있고, 서핑을 배우려는 입문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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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래시가드는 6만8천원, 콜롬비아(Columbia). 2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래시가드는 7만8천원, 휠라(Fila). 3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래시가드는 17만9천원, K2. 4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래시가드는 2만9천원, 트라이(Try). 5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래시가드는 8만9천원, 데이즈데이즈(Daze Days). 6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래시가드는 가격미정, 올리브 데 올리브(Olive des Olive). 7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래시가드는 5만5천원, 배럴(Barrel). 8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래시가드는 3만4천9백원, 에잇세컨즈(8seconds). 9 네오프렌 소재의 집업 래시가드는 9만9천원, 아레나(Arena).

래시가드 룩의 올바른 예
분명 래시가드는 디자인적으로 기능적으로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등산복처럼 상황에 맞지 않게 착용하는 것은 편안한 착용감에만 치중한, 게으른 선택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래시가드의 실용성을 즐기되 래시가드 본연의 멋을 때와 장소에 맞게 소화하고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서핑을 할 때는 체온 유지나 속건성 등 래시가드의 기능적인 측면을 중점적으로 살펴야 한다. 서핑 초보자라면 만약 있을 사고에 대비해 바다색과 대비되는 컬러로 자신의 위치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마치 비 오는 날 노란 우비를 입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 리조트나 수영장이라면, 지나치게 스포티한 래시가드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보다는 트렁크에 함께 챙겨가는 수영복, 반바지 등 기존의 비치 아이템을 더해 자신만의 감도를 더하는 것이 영리하다. 여기에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다면 당신만의 특별한 휴양지 룩이 완성된다. 도트나 스트라이프 패턴처럼 그래픽적인 프린트가 더해진 아이템은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을 살린다. 이때 패턴과 동일한 색감의 쇼츠를 매치하면 한 벌로 맞춰 입은 것처럼 연출할 수 있다. 깅엄 체크 패턴의 래시가드는 복고풍의 분위를 내며 하이웨이스트 데님 쇼츠와 멋진 조화를 이룬다. 누구보다 돋보이고 싶을 때는 네온 컬러가 포인트로 들어간 아이템을, 실용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입고 벗기 쉬운 지퍼 여밈의 래시가드를, 글래머러스한 스타일을 살리고 싶다면 크롭트 래시가드가 제격이다. 이처럼 래시가드의 종류가 그 어느 때보다 넘쳐나는 시즌이다. 그러니 몸을 사리며 걱정하기보다는 나에게 어울리는 래시가드 스타일에 대해 맘껏 고민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