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은 공항을 유목민의 정신을 이어가는 곳이라 했다.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멋진 옷차림은 무엇일까? 옷 잘 입는다는 서른 명의 사람에게서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공항 룩을 엿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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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페기 굴드
occupation : 디제이
서울과 런던을 오가는 장거리 비행도 하지만 주말마다 디제잉을 하기 위해 유럽의 도시들을 오가는 세 시간 미만의 비행이 대부분이다. 평소에도 몸이 불편한 것이 싫어 스트리트 웨어나 스포티한 의상을 즐겨 입는데 공항 룩도 그 연장선에 있다. 최근에는 여성적인 옷에 관대해져 오늘 입은 것처럼 저지 소재의 미니 드레스에 오버사이즈 트렌치 코트를 매치한다. 기내의 온도가 낮은 편이라 아우터는 반드시 챙긴다. 스니커즈는 드레스에도 신을 만큼 좋아하기 때문에 공항 룩에도 운동화가 필수다. 오랜 시간 비행기에 있을 때면 스케줄 노트를 다시 정리하거나 음악 믹싱 작업을 하는 등 많은 일을 하는 편이다. 그렇게 몸을 피곤하게 만들어 잠을 자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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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민수아
occupation : 그래스하퍼 인터내셔널 대표 & 미라클 웍스 디렉터
장거리 비행일수록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혈액순환이다. 그래서 룰루 레몬의 혈액순환 전용 레깅스를 입는다. 스포츠 룩으로 보이지 않도록 포멀한 리넨 소재 재킷을 입어 스타일의 균형을 맞춘다. 기내에서는 몸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콘택트렌즈를 빼고 평소에는 착용하지 않는 안경을 쓰기 때문에 패셔너블한 안경테를 고르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나만의 의미를 부여해 소소한 행복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데, 여행을 갈 때면 레 네레이드의 에펠탑 펜던트 귀고리를 항상 착용한다. 낯선 도시에 도착하면 귀고리 인증샷을 찍고 귀고리와 동행했던 도시들의 사진을 휴대폰에 만든 폴더에 넣어두고 떠나고 싶을 때마다 꺼내 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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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이연재
occupation : 분더샵 비주얼 머천다이저
일이든 사적인 여행이든 도쿄를 가장 많이 오간다. 긴자의 도버 스트리트 마켓, 아오야마, 아자부주방 등이 즐겨 찾는 곳. 가까운 데를 갈 때에도 편안함과 세련됨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 세련됨은 아주 작은 것에서 결정되는데, 구김이나 장식 등이 그러한 예이다. 구겨져도 멋스럽거나 본래 구김으로 디자인된 옷을 선택하고 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롱 드레스, 유연한 실루엣의 긴 아우터를 입는다. 여성적이고 화려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아이템과 스포티한 요소를 더하면 룩이 보다 풍성해진다. 평소보다 두툼한 양말을 신고 네추라 비제의 미스트를 뿌리는 것이 나만의 소소한 기내 의식.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일본 지방 곳곳을 버스로 누비며 특색 있는 맥주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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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이수진
occupation : 수엘 대표
갑갑한 것이 싫어서 아주 편안하게 입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스러움을 잃고 싶지 않아 구김이 적은 시폰 소재의 원피스에 스웨트 셔츠와 운동화를 매치해 스타일의 강약을 조절한다. 팔찌를 레이어드하거나 귀고리로 스타일에 힘을 주는데, 기내에서는 빼서 파우치에 넣어둔다. 몸에 걸치는 무게 역시 최대한 가볍게 하고 두 손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손에 드는 가방은 가급적 피한다. 가방을 최대한 가볍게 하려 애쓰지만 기내에서 입을 여분의 스웨터, 세면도구, 안경 등의 사소한 것들을 넣어야 하는 데다 예상치 못한 짐이 생기는 걸 대비하여 크기가 넉넉한 숄더백을 멘다. 스케줄에 쫓기지 않는다면 남편과 함께 남부 유럽의 와이너리 여행을 하거나 스위스로 스키를 타러 가고 싶다. 부디 꿈에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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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김가혜
occupation : 마이민 대표
싱글일 때는 도시에서 도시를 잇는 여행을 자주 다녔다. 그런데 결혼 후 아이가 생기고 나서부터 비행 시간이 짧은 휴양지를 주로 간다. 공항 룩에도 변화가 생겼다. 보다 편안함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아이와 함께하다 보면 옷이 금세 더러워져 프린트가 들어간 컬러풀한 티셔츠를 입는데, 여행 가는 기분을 내는 데에도 좋다. 바지보다는 스커트를 선호하고, 그중에서도 허리가 잘록해 보이고 드라마틱한 효과를 주는 머메이드 실루엣의 스커트는 트렌디한 느낌을 주어 즐겨 입는다. 언밸런스한 매치를 즐겨 스포티한 슈즈로 마무리. 손을 많이 써야 하는 공항에서는 크로스로도 멜 수 있는 숄더백이 제일 편하다. 올해는 아이와 함께 스페인으로의 장거리 여행을 시도해볼 예정. 혼자가 아닌 셋이 함께하는 스페인은 어떨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