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은 공항을 유목민의 정신을 이어가는 곳이라 했다.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멋진 옷차림은 무엇일까? 옷 잘 입는다는 서른 명의 사람에게서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공항 룩을 엿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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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김은경
occupation : 라츠 에이전시, EIM 마케팅 이사
한때 영국에서 지냈기 때문에 지인들을 만나러 시간이 날 때마다 영국에 간다. 그곳에 가면 추억이 떠오르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공항 룩이라 하더라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스타일에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차려입은 듯 하면서 여유로운 느낌을 주는 오버사이즈 셔츠나 셔츠 원피스를 입는다. 셔츠와 함께 입는 것은 보통 신축성이 좋은 데님 팬츠. 비즈니스 트립일 때에는 굽이 있는 슈즈를 신고 편한 신발을 챙겨 비행기에 오른다. 시차 적응을 위해 웬만하면 기내에서는 잠을 자지 않는다. 마스크팩 두 개, 내 기호에 맞는 티백 서너 개는 공항 가는 가방 안에 꼭 챙기는 것. 지금 가장 가고 싶은 곳은 도시와 휴양지를 모두 아우르는 LA다. 그곳에 가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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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김소영
occupation : 막스마라 마케팅 매니저
대부분의 비행이 비즈니스 트립이기 때문에 공항 룩도 일의 성격을 반영한다. 공식적인 일정이 아니더라도 출장 기간 중에는 되도록 맡고 있는 브랜드의 의상을 입는데, 공항 역시 예외는 아니다. 넉넉한 실루엣의 아우터에 데님 팬츠를 매치해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을 유지하고, 기내에서는 몸을 조이지 않는 저지 소재의 팬츠나 레깅스로 갈아입는다. 촉감이 부드럽고 체온 조절에 용이한 캐시미어 소재를 좋아해 카디건이나 숄은 무조건 챙긴다. 유럽 비행 시 팁을 주자면 환승이나 귀국 시 탑승 전, 공항 면세점 내에 비치된 화장품 샘플을 활용하는 것. 국내 면세점과 달리 매장 내 직원들이 많이 상주하지 않기 때문에 이것저것 화장품을 발라보는 것이 자유롭다. 조만간 가성비 최고의 도시 방콕에서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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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최은경
occupation : 래비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인천공항에 가보면 편안함만 강조한 옷차림이 대부분이다. 공항이나 비행기 안 역시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조금 불편해도 자기만의 개성을 갖추었으면 좋겠다. 오래 앉아 있어도 활동이 편한 무릎을 덮는 길이의 여성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우아함을 강조하고 싶을 때에는 카디건이나 스웨터를, 캐주얼함을 살리고 싶을 땐 스웨트 셔츠를 매치한다. 뒤축이 없는 슬리퍼 형태의 로퍼는 편안하면서도 단정함이 깃들어서 즐겨 신는다. 떠난다는 설렘의 시간이어서일까? 장시간 비행도 그렇게 힘들지 않다. 메이크업을 지우고 적당히 피부에 수분을 줄 수 있도록 미스트를 뿌리는 것이 전부다. 조금 덜 먹어 몸을 가볍게 하고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고 평소에 미뤄두었던 영화를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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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서정은
occupation : 스타일리스트
어릴 땐 트레이닝복을 입고 비행기를 타곤 했다. 몇 번의 경험을 통해 너무 편하게 입는 것이 그리 멋져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리의 움직임이 편한 롱 드레스가 내게 가장 어울린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조금 구겨져도 멋스러운 리넨 소재라면 더욱 좋다. 여기에 보온성이 뛰어난 울이나 캐시미어 카디건을 매치한다. 기내에서는 이것저것 잡동사니가 많이 필요해서 크로스백을 메고 샌들이나 슬리퍼를 주로 신는다. 영화를 좋아해서 취향에 맞는 영화를 노트북에 가득 넣어가고 공항 서점에 들러 꼭 영화 관련 잡지를 사서 비행기에 오른다. 장거리 비행이라면 씻어내지 않아도 되는 수분팩을 가져가서 바르고 와인 몇 잔 마시고 자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현실로 이루어질지 미지수지만 아이들과 남부 유럽의 라벤더밭이 가득한 시골에서 자전거도 타고 산책도 하는 여유로운 일상을 한두 달 정도 보내는 상상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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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유민주
occupation : 글래머러스 펭귄 대표
디저트를 만드는 일을 하기 때문에 파리를 비롯한 유럽의 나라를 자주 다니고, 일년에 한 번 정도 부모님이 사시는 캐나다를 방문한다. 그래서 장거리 비행이 대부분이다.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편한 것이 제일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렇지만 20대와 다르게 30대가 되니 마냥 편한 옷보다는 정갈하게 입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예의라는 생각이 든다. 긍정적인 성격을 반영하는 밝은 컬러의 실키한 블라우스, 착용감이 편한 팬츠, 적당한 두께의 트렌치 코트, 스니커즈보다는 단정한 로퍼가 가장 나다운 공항 룩. 목을 따뜻하게 보호하기 위해 스카프를 두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전체적인 의상을 톤 다운된 크림 컬러로 맞추고 선명한 색의 스카프를 매치하면 여성성이 가미된 프렌치 시크 룩이 완성! 북유럽을 여행하며 맛있는 디저트 가게를 찾아 다니고 아이스크림을 테마로 전 세계 아이스크림 로드 맵을 만드는 달콤한 꿈을 꾸며 오늘도 열심히 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