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보수주의자가 하이엔드 패션 직구 삼매경에 빠졌다. 장바구니에 넣고 또 넣고를 반복하다 밤을 홀딱 새우고 말았다.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을 부르는 클릭의 세계를 알아버리고 주머니가 더 얇아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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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 사이트 샵밥으로부터 한국에서 공식적인 홍보를 시작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앞으로 매거진의 콘텐츠에서 샵밥이 컬렉팅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꼰대’처럼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세상이 참 많이 좋아졌구나!” 그러고 얼마 뒤 또 다른 하이엔드 온라인 편집매장인 마이테레사닷컴이 빅토리아 베컴과 협업한 익스클루시브 제품을 한국에서 제일 먼저 공개하며 이를 위해 마이테레사닷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저스틴 오셰어(서울을 방문한 뒤 바로 브리오니로 이적했다)와 빅토리아 베컴이 내한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이허브에서 각종 약, 세제, 먹거리는 구입해도 전자 상거래를 통해 옷은 절대 사지 않았던 에디터는 온라인 쇼핑 사이트가 급성장했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고 싶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음을 절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오프라인 쇼핑을 지지하던 동료들이 변절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 원피스 한국에 바잉안 된 건데, 언제 출장 갔다 왔어?” “네타포르테에서 샀어. 셀렉션이 기가 막히지.” “직구하면 오래 기다리고 교환도 어렵잖아.” “한국어 서비스 지원된 지가 언젠데, 반품과 교환도 무료야, 카드 승인 절차도 간소하고, 4일 안에 특급 배송되는데!” 손가락만 까딱하면 지구 반대편의 물건이 품에 안기는 기쁨에 대한 설파가 이어졌다.

쇼핑의 즐거움은 이제 온라인에서
옷은 곧 죽어도 입어보고 사야 한다고 믿어왔다. 쇼핑을 하는 것은 단순히 옷을 사는 것이 아니라 오감을 느끼는 즐거움이다. 여러 번의 탈의를 거듭한 끝에 이것이 딱 내 옷임을 알게 되는 순간의 흡족함, 구두를 신고 매장을 걸어보다 편하지 않음을 발견했을 때의 안도, 사탕발림이라는 걸 알면서도 매장 점원에게 찬사를 받을 때의 뿌듯함 말이다. 취향은 화면 속에서 발췌할 수 있지만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만난다는 건 손으로 느끼고 몸이 반응하는 연애와 같은 거라 생각했다. 그러니 온라인 상거래는 사이버 연애 같은 거였다! 하지만 근래의 몇 가지 일은 순수해 보였던 신념이 사실은 세상의 변화에 뒤처진 어느 패션 보수주의자가 자신의 게으름을 아름답게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가 한국 고객의 충성도를 이끌어내기 위해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하며 적극적인 시장 점유에 나섰다. 샵밥이 2011년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육스, 네타포르테, 파페치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최근에 한국 시장에 뛰어든 마이테레사닷컴까지 합세해 한국은 해외 온라인 편집숍의 공격 요충지가 된 셈.“ 급속도로 발전하는 아시아의 하이패션 시장에서 한국은 가장 전략적인 지역입니다. 시장의 규모는 작지만 디지털 강국으로 아시아 패션의 중심이죠. 우리는 한국어 수신자 부담 서비스, 무료 반품 및 교환, 30유로로 인하한 특급 배송, 한국인을 위한 사이즈 표기까지 친절하게 준비했습니다. ” 마이테레사닷컴의 CEO 마이클 클리거의 이야기이다. 실제로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한국은행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외직구 규모는 2012년 8천억원에서 2014년 1조 6천억원으로 2년 만에 100% 증가했다. 재화 수입에서 직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0.13%에서 2014년 0.30%로 높아졌고, 민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까지 0.1%대에서 2014년에는 0.22%로 커졌다.
하이엔드 온라인 편집숍의 치명적 매력은 매장보다 현저히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FTA 관세 협정에 의거한 EU 생산 물품에 대해서는 관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배송료를 포함해도 해외 직구를 이용하면 국내 정상가 대비 30% 정도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온라인 편집숍과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의 차이는 불가피하다. 물론 폭리를 취하는 아이템도 더러 있지만 기본적으로 수입업체는 관세를 내야 하고 재고 부담과 물류비용, 매장 유지비용 등을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배송비와 세금을 포함한 총 금액에 보통 관세가 8%, 부가세가 10% 더해지면 백화점에서 구입하는 것과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온라인 쇼핑몰의 진가는 세일 기간에 발휘되죠. 세일 막바지엔 할인 폭이 90%까지 가거든요. 7백만원짜리 코트를 1백만원 후반대에 구입하는 횡재를 할 때도 있었죠. 그리고 메일링 서비스를 받으면 수시로 할인 코드가 날아와요. 그걸 잘 활용하면 그야말로 ‘득템’할 때가 있지요.” 자칭 직구 마니아인 모 매체 에디터의 증언이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모 패션 기업의 홍보 담당자는 직구에서 얼마나 저렴하게 ‘득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유혹적인 발언을 더했다. “얼마나 싸게 살 수 있냐고요? 우리 브랜드의 직원 할인가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진실이죠! 가격 비교는 보통 샵 스타일(shopstyle.com) 사이트를 이용해요. 찾고 싶은 아이템을 검색하면 온라인 편집숍의 제품을 한번에 비교 분석할 수 있죠. 사이즈와 재고 확인이 바로바로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만 중독적인 가격 탐색 시간을 확연히 줄일 수 있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시즌 상품일 경우는 가격 비교 후 가장 저렴한 온라인 편집숍을 이용하고, 시즌이 지난 베이식한 아이템은 바니스 뉴욕의 아울렛인 바니스 웨어 하우스나 네타포르테의 아울렛인 아웃넷을 이용하라는 거예요.”

그럼 어디에서 살까?
그렇다면 어디서 무엇을 사는 것이 좋을까? 마침 여름에 입을 실크 소재 맥시 드레스를 사고 싶었고 국내 편집숍의 아울렛 매장에서 본, 이월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3백만원이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마틴 마르지엘라의 롱 코트도 찾고 싶었다. 검색과 클릭을 시작했다. 우선 가장 많은 브랜드를 보유한 육스에 들렀다. 정말 중저가부터 하이엔드 브랜드까지 라인업이 정신이 혼미할 지경으로 방대했다. 단점이라면 사진이 구매욕을 상승시킬 만큼 매혹적이지 않다는 것. 그래서 수준 높은 사진은 물론 현실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콘텐츠인 <The Edit>를 선보이고 있는 네타포르테로 옮겨갔다. <The Edit>의 화보에 나온 아이템을 보고 제품을 클릭하면 쇼핑 목록으로 이동할 수 있는 친절함까지! 물욕을 자극하는 멋진 사진들이 빠른 속도로 클릭을 하게 만들었다. PC뿐 아니라 모바일로 간편하게 쇼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지만 거기까지 섭렵하기엔 에디터는 아직 너무 초보소비자이다. SJYP, 젠틀 몬스터, 고엔제이와 같은 국내 브랜드를 보유하며 신진 디자이너와의 교류를 중요시하는 샵밥은 빠르게 신상품이 업데이트되는 ‘What’s New’ 카테고리가 잘 정비돼 있었다. 매일 새로운 제품 편집을 선보이고 일주일에 5일은 신상품을 업데이트하는데 특히 이큅먼트, 아페쎄, 3.1 필립 림, 알렉산더 왕, 오프닝 세레모니 등의 대중적인 브랜드의 셀렉션이 훌륭했다. 또 한 가지는 전 세계 어디라도 3일 안에 무료 특급 배송을 제공한다는 것. 사고 싶어 꿈에서도 그렸던 마틴 마르지엘라의 코트는 매치스의 세일 품목에서 발견했다. 아울렛보다 1백만원이나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이즈 재고 없음! 무엇보다 신선했던 것은 위시 리스트 기능.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골라 위시 리스트에 올려놓으면 그 상품이 품절되더라도 언제 다시 입고되는지 이메일을 통해 알려준다. 매치스 역시 감도 높은 칼럼을 담은 <Style Report>를 제공하고, 고객들로 하여금 욕망을 클릭으로 연결하게 하는 전술을 펼쳤다. 또 한 가지 더 있다. 언제 어디서나 구매에 도움을 주는 ‘Mystylist’ 팀이 있다는 것. 하지만 매치스는 부가가치세를 포함하지 않은 가격으로 상품을 보여준다. 장바구니에 담을 때는 매우 싸다고 느끼지만 2백만원이 넘는 상품에 대해서는 개별소비세, 부가세 등이 추가적으로 더해져 예상했던 가격보다 비쌀 수 있다. 이에 반해 파페치는 판매자가 관세까지 포함하여 상품을 선보인다. 파페치는 단독 매장이라기보다는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멀티숍을 하나로 묶은 플랫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뭄바이의 ‘르밀(Le Mill)’, 파리의 ‘르클뢰르(Leclaireur)’ 등 190여 개국에 300개 이상의 편집 매장을 보유하고 있어 컬렉션이 무궁무진했다. 각 편집숍의 전문 바이어들이 자신들만의 취향으로 고른 셀렉션을 내놓기 때문에 빈티지에서부터 쿠튀르까지 흥미롭고 개성 넘치는 상품을 만날 수 있었다. 여타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디자이너 브랜드를 보느라 밤을 꼴딱 새울 정도. 또 하나의 장점은? 각각의 판매자들이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세일 막바지 무렵에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파페치 역시 친절하게 실시간 채팅 서비스로 구매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메일링 리스트 역시 사이즈가 품절일 경우 재입고 시 알람 메일을 보내준다. 올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뛰어든 마이테레사닷컴은 오로지 여성복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양한 연령대와 다른 배경에서 살아온 전 세계 여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바잉에 공을 들인다. 동시대 여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간파하여 영감을 전할 아이템을 선보인다. 정성스럽게 포장한 고급스러운 패키지 역시 거부할 수 없는 매력 포인트였다. 영화, 패션, 음악 등 각 분야에서 세련된 스타일을 유지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담은 인터뷰와 필름을 웹사이트에서 일주일 동안 라이브로 선보이고 이들이 입은 제품을 온라인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게 한 ‘마이테레사닷컴 여성’이라는 편집 프로젝트도 그런 노력 중 하나이다. 빅토리아 베컴, 알렉사 청, 한국의 아이린이 이 프로젝트에 함께했다. 발렌시아가와 여자의 일상을 담은 패션 필름을 선보였을 뿐 아니라 빅토리아 베컴과는 뮌헨에서, 이자벨 마랑과 파리에서 특별한 디너 파티를 열어 여자들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하이엔드 온라인 편집숍들이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내건 승부수는 바로 협업이다.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익스클루시브 라인을 주기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마이테레사닷컴이 한국을 공략하기 위해 아시아 여성에게 잘 어울리는 칵테일 드레스를 빅토리아 베컴과 함께 만든 것처럼 말이다. 매치스 패션은 주얼을 단 골든구스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높은 판매고를 올렸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레이첼 프라우드가 이끄는 자체 브랜드 래이를 론칭했다. 육스는 연말이면 할리데이 컬렉션 등 육스에서만 만날 수 있는 셀렉션을 구상한다.

자, 그러니까 쇼핑의 패러더임은 완벽하게 바뀐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PC가 아닌 스마트폰과 태블릿 유저들의 구매가 급속하게 증가하는 추세. 해외 온라인 쇼핑은 단순히 패션에 심취해 있고 새로운 것에 항상 목마른 취향 추종자들만을 위한 옵션이 아니다. 신속하고 합리적인 모두를 위한 새로운 쇼핑 플랫폼이다. 물론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자칫 넋을 놓고 쇼핑 카트를 채우다 밤을 새우게 되는 중독성 강한 쇼핑법이라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