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푸는 문제성 두피를 위한 구원의 해법일까 혹은 위험한 도전일까? <얼루어> 뷰티 에디터가 직접 경험한 로푸 체험을 소개한다.

 

제목 없음-1

제목 없음-1 1 꼬달리의 젠틀 컨디셔닝 샴푸 와인 식초와 호호바 오일, 해바라기 오일의 식물성 성분과 천연 계면활성제가 두피 자극 없이 노폐물을 제거한다. 컨디셔너를 별도로 사용하지 않아도 머릿결을 매끄럽게 한다. 200ml 2만4천원. 2 이브로쉐의 로우 샴푸 거품이 거의 나지 않는 크림 질감의 샴푸로 두피에 자극이 될 수 있는 화학성분은 배제했다. 설탕나무에서 채취한 천연유래 계면활성제와 산사나무 추출물이 두피와 모발을 깨끗하게 세정한다. 200ml 2만원대. 3 레오놀그렐의 뱅 트레땅 알라 프로폴리스 단 일주일만 사용해도 민감한 두피를 진정시킨다. 프로폴리스 성분과 세이지, 호호바, 제라늄 추출물이 두피 트러블이나 가려움증, 냄새를 제거하고 두피 비듬균을 억제한다. 200ml 5만8천원. 4 유피토스의 씨포스 샴푸 심해 6000미터의 해양 심층수와 미세조류에서 추출한 고농축 미네랄 주성분이 두피의 면역력을 극대화한다. 300ml 3만8천원. 5 듀이트리의 7무 피토에너지 약산성 샴푸 실리콘과 파라벤, 광물성 오일이 첨가되지 않은 저자극 샴푸다. 인체의 수분과 유사한 물질로 알려진 자작나무 수액이 두피에 수분을 공급한다. 480ml 2만3천원.

화학 성분을 최소화한 샴푸
모발과 두피를 자극하는 화학성분은 빼고 친환경 성분만을 담은 샴푸.

 

로푸(Low-poo)는 삼푸 사용량을 줄이거나 화학 성분을 최소화한 샴푸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한국은 로푸의 개념이 아직 낯설지만 이미 유럽에서는 로푸 샴푸법이 인기를 끌고 있어서 꼬달리나 이브로쉐 같은 친환경 브랜드를 필두로 제품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첨가물을 최소화한 로푸용 샴푸는 거품을 풍성하게 내는 황산염이 들어 있지 않고, 파라벤과 미네랄 오일, 인공 색소가 없다. 그렇다고 세정력을 좌우하는 계면 활성제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옥수수 전분과 코코넛, 설탕나무 등에서 채취한 천연 계면활성제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노푸와 달리 샴푸와 영영 이별할 필요도 없고, 친환경적인 성분으로 두피와 모발을 세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로푸의 시작은 꽤 순조로웠다. 일반 샴푸를 끊고 로푸 샴푸 사용을 시작한 첫 일주일은 거품이 거의 없는 제품에 적응하는 기간이었다. 사용량은 일반 샴푸의 절반가량으로 줄였다. 손바닥에 덜어 문지르면 거품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일반 샴푸와 달리 로푸용 샴푸는 거품은커녕 진득한 크림 타입이라 적은 양을 사용해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로푸의 진가를 제대로 체험하기 위해 평소 꼭 사용하던 린스, 컨디셔너, 헤어팩도 생략했다. 매일 아침 로푸 전용 샴푸를 이용해 일주일을 체험한 결과는? 평소 샴푸 후 모발을 말릴 때 머리가 부스스해질 정도로 부풀어 오르곤 했는데 오히려 머릿결이 부들부들하고 차분해졌다. 두피가 개운하게 씻겼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찝찝하지는 않았고 정수리 냄새도 나지 않았다. 그러나 2주 차가 지나자 ‘기름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면서 ‘가려움증’이라는 불청객이 동시에 찾아왔다. 매일 아침 샴푸를 한 뒤 모발을 완전 건조시켜도 모발이 축축 가라앉았다. 며칠 동안 못 감은 머리처럼 흉측한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두피가 건성을 띠었던 내게는 꽤 큰 충격이었다. 그렇게 보름이 지나고 두피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두피관리센터인 닥터 스칼프를 방문했다. “두피 상태를 측정해보니 모낭 쪽에 피지가 고여 있고 각질은 들떠 있네요. 정상적으로 분비된 피지가 제대로 씻겨나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젤의 형태로 굳어 있어요. 평상시 정상적인 두피 상태였더라도 샴푸의 방식이 바뀌면서 두피의 항상성 유지가 원활하지 못해 피지량은 점차 늘어나고, 각질이 판 모양을 이루며 두꺼워지게 되는 거죠. 현재 상황은 문제성 두피라고 단정할 만큼은 아니지만 좀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요.” 두피 전문가 김윤주의 진단이다. 로푸에 대한 기대감이 커서인지 그 충격은 꽤 크게 다가왔다. 그렇다면 큰맘 먹고 실천에 옮긴 로푸 샴푸법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두피 진단을 내려준 연구원뿐만 아니라 취재를 통해 만난 또 다른 두피전문가도 로푸에 대해 조심스레 불신을 내비쳤다. 그의 말인즉슨 제아무리 로푸용 샴푸가 화학 성분을 배제하고 좋은 성분만 첨가했다고 해도 일반 샴푸와 비교해 세정력 측면에서는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 샴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두피에 쌓인 먼지와 피지를 제때 제거하는 건데 좋은 성분이 흡수되어야 할 통로가 꽉 막혀 있다면 진귀한 성분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게 그들의 냉정한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푸 샴푸를 제대로 사용해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로푸 샴푸가 거품이 잘 나지 않아 불편한 건 사실이에요. 설페이트 성분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피지와 노폐물을 녹이면서 그나마도 있던 거품이 훅 꺼지는 거죠. 거품이 사라진 자리에 뽀드득함이 남지 않아 세정력을 의심하게 되지만 로푸 샴푸는 나름의 방식대로 역할을 수행 중인 거예요.” 김윤주의 설명이다. 거품이 금세 없어지더라도 두피 마사지를 꼼꼼히 하고 평소보다 2배가량 길게 헹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로푸를 처음 시도해본다면 이틀에 한 번꼴로 일반 샴푸와 섞어 사용하는 것도 방법. 건조함이 걱정된다면 세정으로 인한 수분 손실을 보충해줄 두피 보습 세럼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 로푸는 샴푸에 들어 있는 화학 성분과의 접촉은 최대한 피하고 싶을 때 찾게 되는 최선의 대안이다. 다만 얼굴 피부에 세심하게 공들이듯 두피와 모발에도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3주 동안의 로푸 체험은 약간의 가려움과 떡이 진 헤어 스타일을 견뎌야 하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평소 헤어 케어에 소홀했던 불성실한 샴푸 습관에 조금의 변화를 가져다준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