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입는 것에‘ 유기농’이라는 표기가 붙으면 일단 좋은 거구나 싶다. 그렇다면 유기농 화장품은 어떨까? 피부에 자극이 적다는 선입견과 즉각적인 효과를 느끼기 어렵다는 편견은 사실일까?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는 유기농 화장품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Q 유기농 화장품의 정확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유기농 화장품은 원료의 생산부터 제품의 제조와 포장,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틀어 유기농인증기관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제품을 말합니다. 국내에는 아직 유기농 인증기관이 없기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지난해 6월 고시법으로 정한 유기농 화장품 표시 및 광고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유기농 화장품을 규정하고 있어요. 전 성분 중 95% 이상이 천연 원료이면서 전 성분의 10% 이상이 유기농 원료여야 하며, 제조과정에서 유전자조작식물이나 방사선 조사, 포름알데히드 사용 등이 금지됩니다. 또한 제품 용기와 포장에 폴리염화비닐과 폴리스티렌폼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Q 유기농 화장품을 구매할 때는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나요?
제품을 구매할 때 용기에 유기농 인증마크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요. 인증마크는 믿을 수 있는 유기농 화장품임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표시이기 때문이죠. 국내외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는 정부 산하 기관이나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에 등록된 인증기관에서 부여한 유기농 인증마크를 부착하고 있어요. 미국 농무부 산하 기관인 USDA에서 인증한 USDA 오가닉 마크, 프랑스의 국제 유기농 인증기관인 에코서트의 인증마크와 코스메비오 인증마크가 대표적입니다.

Q 자연주의 화장품과 천연 화장품은 유기농 화장품과 어떻게 다른가요?
유기농 화장품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매우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반면 천연 화장품이나 자연주의 화장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요. 원료의 재배 방법이나 처리 과정뿐 아니라 천연 원료의 함량에 대한 기준조차 없기 때문에 단 1%의 천연 원료만 넣어도 자연주의 화장품 혹은 천연 화장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죠. 결국 자연주의 화장품이니 천연 화장품이니 하는 용어는 브랜드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식물추출물이 들어 있어 피부에 더 순하고 자극이 적을 것이다’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인 셈이죠.

Q 유기농 화장품에도 방부제 성분이 들어간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유기농 화장품은 원칙적으로 화학성분을 사용할 수 없지만 천연 원료만으로는 화장품을 보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품의 안전성을 위해 꼭 필요한 원료이면서 자연 유래성분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경우에 한해 식약처에서 허용한 합성원료를 전 성분의 5% 이내의 범위에서 사용이 가능해요. 제한된 성분에 한해 사용할 수 있고 일반 화장품에 비해서는 함량이 낮기 때문에 방부제가 피부에 미치는 영향력은 적은 편이죠. 아로마티카나 닥터브로너스처럼 화학적 방부제 대신 식물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처럼 세균이나 박테리아의 번식을 막는 효과가 있는 천연 방부제만 사용하는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도 있어요.

Q 유기농 화장품은 다른 화장품에 비해 유통기한이 짧은 편인가요?
같은 유기농 화장품이라고 해도 제품마다 사용한 방부제의 종류나 함량이 다르기 때문에 한마디로 단정짓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아무래도 개봉 후 오랜 기간 사용하면 화학적 방부제 함량이 높은 화장품보다는 변질되기 쉽기 때문에 제품 라벨에 적혀 있는 유통기한과 보관상 주의사항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겠죠.

Q 유기농 화장품은 피부에 자극이 적고 순하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실제로도 그런가요?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인공 향료나 인공 색소, 파라벤, 프탈레이트 같은 화학성분을 배제했기 때문에 피부에 덜 자극적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피부 타입에 다 잘 맞는 것은 아닙니다. 개개인에 따라서는 유기농 화장품에 쓰인 천연 원료의 특정 성분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고요. 피부가 건강하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유기농 화장품을 사용했을 때 트러블이 생겼거나 피부가 민감한 편이라면 팔 안쪽이나 귀 뒤쪽에 바르고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 뒤에 얼굴에 바르는 것이 좋습니다.

Q 유기농 화장품은 사용했을 때 즉각적인 효과를 느낄 수 없다는 편견은 잘못된 건가요?
흔히 사람들이 화장품을 사용했을 때 느끼는 ‘즉각적인 효과’는 실제 효과보다는 ‘사용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피부에 발랐을 때 얼마나 부드럽고 고르게 발리는지, 흡수가 얼마나 빠른지, 끈적임 없이 산뜻하게 마무리되는지 여부 등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죠. 화장품이 피부에 부드럽게 발리도록 하기 위해 사용하는 성분을 유화제라고 하는데 실리콘이나 미네랄 오일, 폴리에틸렌글리콜(PEG) 등이 대표적입니다. 유기농 화장품은 화학적 유화제 사용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일반 화장품에 비해 사용감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지만 화장품의 효과와는 별개의 문제예요. 화학성분이 함유된 화장품을 오래 사용하면 피부에 내성이 생겨 유기농 화장품을 처음 사용했을 때는 별다른 효과를 못 느낄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용감도 익숙해지고 효과도 서서히 느낄 수 있어요. 유기농 화장품은 드라마틱한 효과보다는 피부의 자연치유력과 재생력을 높여 피부 자체를 건강하게 회복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좋아요.

Q 유기농 화장품의 가격대가 대체로 높은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원료의 선별부터 제조, 포장,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엄격한 기준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일반 화장품에 비해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어요. 유기농 화장품은 보통 천연 원료가 95% 이상을 차지하는데 천연 원료는 화학성분에 비해 원가가 2배 이상 비쌉니다. 게다가 유기농 원료를 사용할 경우는 가격이 10배 이상 차이가 날 때도 있어요. 유기농법으로 재배하면 화학약품을 쓸 때보다 생산량이 적고 재배도 까다로워 대량생산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환경을 생각한다면 유기농 화장품 소비를 늘려 유기농법을 더 활성화하는 게 좋겠죠.

Q 유기농 화장품은 향이 거의 없거나 약한 경우가 많은데 왜 그런 건가요?
화장품을 사용할 때 텍스처만큼이나 향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화장품은 인공 향료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인공 향료는 피부를 자극할 뿐 아니라 우리 몸의 호르몬 체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유해성 논란 때문에 최근에는 민감성 피부를 위해 인공 향료를 배제한 제품이 많이 출시되고 있어요. 유기농 화장품은 인공 향료 대신 천연 에센셜 오일로 향을 내는데, 천연 에센셜 오일은 인공 향료에 비해 향이 약하고 지속시간도 짧은 편이에요. 화려하고 풍부한 향을 접할 수는 없지만 대신 자연 그대로의 원료 그 자체의 향을 섬세하게 느낄 수 있고, 에센셜 오일의 아로마 효과도 누릴 수 있어 일석이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