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 시즌은 ‘장식의 시대’라 할 만큼 화려한 디테일이 맹활약 중이다. 장인 정신이 더해진 컬렉션 의상과 액세서리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보니 소재 그 자체의 디테일도 정교하기 그지없다. 어떤 기술이 숨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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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 로랑 바이 에디 슬리먼 | 소재 면, 폴리에스테르
얼핏 프린트처럼 보이는 이 점퍼는 색실을 짜서 그림을 만드는 기법인 태피스트리를 활용해 완성되었다. 실내장식에 많이 사용되는 태피스트리 기법으로 독특한 텍스처를 표현하고자 한 것. 사자의 갈기와 표정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기계로 직조했지만 꼭 손으로 직접 짠 것처럼 정교하다.

2 프라다 | 소재 양가죽, 소가죽
미우치우 프라다가 만들면 스트라이프도 남다르다. 염색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스웨이드 양가죽과 페이턴트 소가죽을 가죽 장인이 하나하나 잘라 이어 붙인 상감기법으로 만든 것이다. 두께를 동일하게 가공하고, 빈틈없이 붙여 마치 하나의 가죽이었던 게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 포켓의 스트라이프 역시 코트와 완벽하게 이어지도록 재봉했다.

3 펜디 | 소재 울, 실크, 송아지 가죽
뛰어난 기술력과 실험 정신으로 가죽과 모피를 남다르게 표현하는 데 펜디를 따라올 하우스가 있을까. 봄/여름 컬렉션에서는 가죽을 이용한 레이스업 기법으로 펜디가 보여주고자 하는 우아하면서도 혁신적인 이중적 이미지를 그려냈다. 가죽을 펀칭하고 메탈 이음새를 박은 다음 그 위에 얇은 가죽 스트랩을 손으로 엮어 레이스업 디테일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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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구찌 | 소재 자카드, 폴리에스테르, 시퀸
장식적인 요소가 폭발한 구찌는 디테일도 남다르다. 네크라인의 러플과 리본 장식, 소매의 러플은 ‘트롱프뢰유’라 불리는 착시 효과를 노린 것. 입체적으로 보이는 환각을 불러일으키는 미술 기법으로 의상에도 종종 활용되고 있다. 미니 드레스를 자세히 보면 시퀸이 빈틈없이 장식되어 있는데, 시퀸 하나하나의 자리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컴퓨터에 입력해 완성한 것이다.

5 에르메스 | 소재 실크
장인 정신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가 있으니 바로 에르메스. 수십 년간 이어온 장인 수업과 수련 기간을 거친 에르메스의 장인의 손에서 완성된다. 줄기를 얼기설기 엮은 밀짚 바구니를 연상시키는 이 스웨터 역시 장인 한 명이 직접 손으로 짰다. 네크라인, 몸통, 소매의 헴라인이 모두 다른 굵기로 짜여 있어 실루엣이 한층 입체적이다.

 6 샤넬 | 소재 면 소재 트위드, 레진
칼 라거펠트는 신선한 기법으로 컬렉션 주제를 표현하는 데 능하다. ‘판타지 트위드’라고 이름 붙인 이 의상은 소매 끝, 칼라, 재킷 여밈, 포켓을 레진 소재로 마감한 것이 특징.  실제 니트를 사진으로 찍어 프린트한 뒤 그 위에 레진 소재로 코팅한 다음 의상에 열을 가해 붙였다. 만져보지 않으면 진짜 트위드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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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보테가 베네타 | 소재 면, 폴리아미드, 엘라스테인
보테가 베네타의 모든 컬렉션 피스는 한땀 한땀 장인의 수작업을 통해 완성된다. 이번 컬렉션에는 곳곳에 아웃도어 디테일을 활용했는데, 그래픽 패턴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면 소재의 드레스에 크로셰 자수, 트레킹 로프를 덧댄 것이다. 새로운 소재를 통해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 디자이너 토마스 마이어의 철학이 잘 드러난 의상.

8 루이 비통 | 소재 송아지 가죽
루이 비통은 이번 시즌 주요 디테일인 스티치를 의상은 물론 액세서리에도 적용했다. 일본 만화와 디지털 게임을 주제로 완성한 슬링백 디자인의 부티는 배색이 다른 얇은 송아지 가죽 스트랩으로 발등과 발목 그리고 슬링 백 부분은 손바느질로 엮었고, 앞코의 양 옆부분도 손으로 직접 매듭지어 완성했다. 코르셋을 조인 듯한 섹시함과 건축적 미학이 동시에 느껴진다.

9 버버리 | 소재 캐시미어, 금사
영국의 전통 군복 영감을 얻어 휘장, 엠브로이더리 자수, 골드 버튼 등 군복에서 볼 수 있는 디테일을 차용해 컬렉션을 완성했다. 1940년대 영국 군인 재킷을 변형한 듯한 캐시미어 코트는 가슴 부분의 장식이 포인트. 금색실을 이용해 손으로 직접 수놓은 입체적인 엠브로이더리 장식이다. 오리지널리티를 살리기 위해 18세기부터 영국 군복을 제작해오던 업체와 함께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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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미우 미우 | 소재 소가죽, 파이톤, 스웨이드, 에나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파이톤, 페이턴트, 스웨이드 가죽을 패치워한 플랫폼 부츠는 글램록 뮤지션만이 소화 가능할 만큼 화려하다. 이 부츠의 하이라이트는 1920년대의 기하학적인 프린트에서 영감 받은 굽 장식! 유화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에나멜 소재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조합해 터프하고 화려한, 양면적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11 사카이 | 소재 실크, 면, 폴리에스테르
다양한 실루엣과 프린트가 혼재된 사카이의 디자인은 하이브리드 스타일로 정의되곤 한다. 자수 장식 하나도 복잡한 공정을 거치는데. 패턴이 있는 베이스 천을 꽃 모양으로 레이저 커팅한 다음 자수 기법으로 다시 마감해 한층 섬세하고 화려한 레이스를 제작했다. 백합을  형상화한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술 부분까지 세심하게 표현한 것을 볼 수 있다.

12 토즈 | 소재 양가죽
알레산드라 파키네티는 토즈 하우스의 기술력을 십분 활용한다. 첫 컬렉션인 2014년 봄/여름 시즌부터 얇고 부드럽게 가공된 가죽에 형태를 바꾸어가며 펀칭 디테일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가죽 스커트 전면에 동그라미 형태를 레이저 커팅했고, 이 커팅 부분을 자수 처리해 형태를 더욱 강조했다. 또 곳곳에 매듭을 더해 장식미를 한층 부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