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예뻐지고 싶은 여자들의 마음과 뷰티 산업이 만나 뷰티쇼를 창조했다. TV를 넘어 온라인으로 빠르게 영역을 확장 중인 뷰티쇼는 지금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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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통해 스타일을 익히고 트렌드를 습득하는 시대. 뷰티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만큼 영상 콘텐츠를 통해 유용한 뷰티 정보와 노하우를 얻는 방식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자들에게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뷰티 에디터라는 직업을 가진 나 역시도 뷰티쇼 열혈 시청자 중 한 명이 다. 뷰티라는 영역이 말과 글로서는 표현에 한계가 있다 보니 지면에서 풀지 못한 테크닉을 영상으로 접했을 때의 통쾌함은 꽤 짜릿하니까. 뷰티쇼의 본격적인 포문을 연 것은 2007년도에 첫 방송을 시작한 <겟잇 뷰티>다. 특히 젊은 여자들에게 환호를 받은 건 ‘배러걸스’라는 뷰티 패널 의 도입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시청자를 대변해 스튜디오를 방문한 그 녀들은 MC들과 함께 녹화에 참여하며 다양한 체험을 하고 공감대를 끌어낸다. 뭘 해도 예쁜 연예인을 데리고 완벽한 메이크업을 보여주는 것 보다 나도 충분히 따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친근함을 강조한 게 <겟잇뷰티>의 성공적인 안착을 도왔다. <겟잇뷰티>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블라인드 테스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고가 브랜드의 화려한 마케팅과 광고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일명 ‘저렴이’ 제품이 두각을 나타내며 로드숍 화장품 시장을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겟잇뷰티>가 가져온 또 다른 변화는 방송의 상품화다. 전체 방송 분량 중 특정 부분만 편집한 클립 영상들이 화장품 브랜드의 광고로 재가공되면서 방송국의 부가 이익을 창출하는 수익 모델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방송 내용 자체가 특정 브랜드를 광고하는 PPL 상품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그 효과는 제법 컸다. 기존의 ‘단순 광고’가 아닌 뷰티쇼 내 전문가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제품의 효능, 즉 뷰티쇼를 통한 간접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꽤나 신선하고 리얼하게 다가갔다. 그 효과가 매출로 바로 증명되는 사례를 경험한 브랜드들은 자연히 뷰티쇼의 PPL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뷰티쇼 자체가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되면서, 각종 방송사에서는 우후죽순으로 뷰티쇼를 양산해내기 시작했다. KBS의 <뷰티 바이블>, K-Star의 <진짜 뷰티>, SBS의 <스타 뷰티쇼>, OBS의 <뷰티스타그램> 등이 그것이다. 뷰티쇼에서 다루는 ‘뷰티’의 영역도 넓어졌다. 온스타일의 <겟잇보디>, <더바디쇼>처럼 보디나 헬스 등 뷰티의 특정 영역만 공략한 프로그램도 생겼다. 그런데 뷰티쇼를 통해 매출의 수혜자가 된 브랜드는 물론이고 점차 많은 브랜드가 뷰티 프로그램과 접촉해 간접광고 효과를 누리기 시작한 반면에 뷰티쇼 자체의 신선함은 사라져갔다. 매번 비슷한 내용의 포맷도 그러하고 시청자들은 점차 자극적인 내용을 원하는데 TV라는 채널의 특성상 방송에서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광고성 장면이 나올 때마다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고, 순수한 콘텐츠로 무장했던 방송이 브랜드의 홍보 마케팅 창구로 변모해가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을 등을 돌렸다. 이뿐만 아니다. 뷰티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전작을 능가하는 새로운 포맷이 딱히 나오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방송에서 섭외하는 전문가 집단이 일부 방송에 겹치기 출연을 하는 사례가 빈번해졌고, 화제가 될 만한 MC나 뷰티 업계 인물이 한정적인 것도 문제였다. 뷰티쇼는 수 없이 많지만, 모두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한 방송 관계자는 “뷰티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는 게 가장 시급해요. ‘뷰티’라는 영역은 이제 더 이상 외모 꾸미기에만 관심 있는 여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니까요. 동시대 여자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건강과 아름다움, 뷰티 라이프스타일 등 전반에 관해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게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예요.” 뷰티쇼 후발주자들의 새로운 움직임이 여기저기 포착되고 있는 건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최근 1인 미디어가 크게 주목을 받으면서 전문가와 연예인을 능가하며 화제가 되고 있는 뷰티 유튜버를 스튜디오에 소환하거나 일본이나 중국 등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뷰티 마스터를 초청해 그들의 노하우를 들어보는 코너도 시도되고 있다. 누군가는 TV뷰티쇼의 한계라고 선언하며 이렇다 할 히트작이 나오지 않는 현실을 부정적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뷰티쇼의 전성시대가 끝났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뷰티쇼가 TV가 아닌, 새로운 플랫폼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로 보는 뷰티쇼
TV 뷰티쇼가 예전만큼의 호황을 누리기 힘든 이유 중에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TV라는 포맷 자체가 현재의 미디어 환경과의 이질감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본방이 끝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유튜브와 판도라 TV, 네이버 TV캐스트에 하이라이트 영상이 편집되어 업로드되는 요즘, 시간을 들여가며 방송을 볼 필요 없이 필요한 내용만 쏙쏙 골라낸 클립 영상은 더 이상 TV 앞에 앉아 있을 이유가 없게 만들었다. 짧은 시간에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뷰티 콘텐츠는 대중과의 접촉면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TV가 아닌 모바일 기반 플랫폼으로 영역을 옮겨와야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 곳은 영상 콘텐츠 제작사인 뷰티스테이션으로, 현재 네이버 TV캐스트에 총 7개의 뷰티 콘텐츠를 제작해 영상 서비스를 내보내고 있다. “현재 <언니네 핫 초이스>, <뷰티스테이션 더쇼>, <비메너>, <MSG> 등 을 만들고 있어요. 저 역시 초반에는 뷰티를 주제로 이렇게 다양한 기획이 나올 줄 몰랐어요. 그런데 모바일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유저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거예요. 다양한 의견을 듣다 보니 대중이 원하는 건 정말 미세하게 다르더군요.” 뷰티 스테이션 박지은 이사는 쉽게 보고 쉽게 잊을 수 있는 스낵 컬처 같은 뷰티 콘텐츠를 만들며 대중과의 공감대를 쌓고 있다. 가령< 비메너>는 수많은 화보 촬영의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프로 메이크업 아티스트 류현정과 함께 빠른 속도로 핵심만 짚어주는 1 대1 초밀착 메이크업 레슨 형식을 보여준다. 고수의 방식을 주입시킨다기보다는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나도 따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쉽고 친절하다. 거친 입담의 센 언니 캐릭터의 레이디 제인과 스테파니를 앞세운 <언니네 핫 초이스>는 적나라한 뷰티 품평을 서슴없이 내보낸다. MC들이 워낙 뷰티에 관심이 많고 능숙한 편이라 몰입도도 높은 편이다. 정샘물 원장의 네이버 뷰티 TV캐스트와 <마이리틀텔레비전> 방송 역시 색다르다. 뷰티쇼에 출연해 여배우 메이크업이나 입체 메이크업을 말해오던 그녀가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해 잡지에서 다루기 힘들거나 얘기하지 않던 관습에 대해 속 시원히 말한다. 그 가운데 정샘물 원장이 소개한 ‘21호 집착증을 버려라’라는 이야기는 미용에 관심 없던 여성들까지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한편 지난 3월 23일 SK브로드밴드의 모바일 플랫폼 옥수수에서 첫 방송을 시작한 <국.화.수>는 <국가화장품수사대>라는 프로그램 이름처럼 검증과 실험을 기반으로 화장품을 살벌하게 품평한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보 싸움만으론 승산이 없어요. 클릭 몇 번만으로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뷰티 노하우 역시 새롭지 않죠. 저는 뷰티 업계 관계자들이 나눌 법한 ‘오프더레코드’식의 진짜 리얼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려주고 싶었어요.” 기획부터 제작, MC까지 모두 도맡고 있는 오제형 대표의 말이다. <국.화.수>의 특이한 점은 브랜드 협찬을 받지 않는다는 것. 그 흔한 화장품 PPL도 없다. “<국.화.수>의 차별점은 콘텐츠 시청에서 상품 구매까지 연결하여 소비자가 리뷰를 보고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쇼핑이 가능하도록 리뷰투숍(Review to Shop) 방식을 결합했다는 거예요. 이커머스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맺고 프로그램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로 좋은 평가를 받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뷰티 기획전을 상시 오픈할 예정이에요.” 그동안 뷰티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포맷임은 분명하다. 이처럼 텔레비전 뷰티쇼로 시작된 뷰티 영상 콘텐츠는 다양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채로운 포맷을 생산하고 있다. 눈을 뜨면 새로운 컬러와 텍스처를 가진 립컬러가 쏟아지는 현재의 뷰티 시장처럼 말이다. 그러니 당신에게 어울리는 립 컬러를 고르듯, 뷰티쇼 역시 이것저것 경험해보고 당신에게 필요한 뷰티쇼를 골라야 할 때다.

 

뷰티 프로그램을 품평하다
<얼루어>가 선별한 6개의 뷰티 프로그램의 특징과 관람평.

1 <겟잇뷰티> <겟잇뷰티>는 화장법, 피부 건강, 음식, 운동, 생활 습관까지 광범위한 뷰티 영역을 다룬다. 이 밖에도 남다른 ‘꿀팁’으로 온라인을 점령한 뷰티 신흥세력의 ‘겟잇, 두잇’ 코너와 대한민국 셀러브리티의 은밀한 뷰티 토크 ‘토킹 미러’, 철저한 실험과 검증으로 이제는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블라인드 테스트’까지 오로지 여성들을 위한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뷰티 프로그램의 조상님격인 <겟잇뷰티>. 첫 시장을 선점한 그들에게 길들여진 까닭에 어떤 코너든 거부감 없이 볼 수 있다. 하지만 끝없이 솟아오르는 의문은 저 아이템도 역시 PPL이 아닐까 하는 것.” – 허윤선(피처 디렉터)

2 <국.화.수> 국가화장품수사대의 줄임말인 <국.화.수>는 접수된 의뢰를 해결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메이크업 아티스트 손대식과 고원혜, 김활란이 함께 각종 제품을 블라인드 테스트한다. 방송 말미에 공개되는 제품들은 실제 구입까지 가능한 멀티 채널 네트워크 방식을 도입했다.
“특정 브랜드의 협찬 없이 콘텐츠가 만들어진다는 점이 신선했다. 업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아티스트들의 신랄한 제품 평가가 귀를 쫑긋하게 하고, 재미에 치우치기보다 사뭇 진지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오히려 흥미롭게 느껴졌다.” – 허윤선(피처 디렉터)

3 <화장대를 부탁해> 예능에서 쉽게 보기 힘들었던 배우 한채영이 메인 MC. 여배우가 직접 출연해 자신들의 뷰티 팁을 알려주는 코너가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점이 된다. 이 프로의 또 다른 코너는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메이크업, 헤어 아티스트들이 30분간 배틀 형식으로 겨룬다는 것. 승패의 여부를 떠나 실제 화보 촬영 현장을 방불케 하는 아티스트들의 치열한 경쟁이 볼만하다.
“배우 한채영과 아이돌 보라, 방송인 최희가 수다스러운 뷰티 토크쇼를 이끌기엔 ‘말발’도, 친근함도 부족하다. 눈길을 끄는 건 10인의 뷰티 멘토 군단. 기가 센 전문가 언니, 오빠의 리얼한 수다가 더 재미있다. 실생활 뷰티 정보에 강했던 초대 MC인 아이비의 빈자리를 채우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 박소현(피처 에디터)

4 <뷰티스테이션 더쇼> 모바일 최초의 뷰티 버라이어티 쇼로 현재 시즌 2를 방영 중이다. 배우 전혜빈을 주축으로 아이돌 보이프렌드의 동현과 니콜이 가세해 뷰티 전문가의 튜토리얼을 보고 듣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형식이다. 2주 전 업로드된 ‘팔자주름을 펴주는 빨대 스트레칭’과 ‘우리나라 여성 90% 이상이 착각하는 자신의 피부 타입’ 편은 현실적인 기획으로 조회수 9만을 돌파했다.
“피부 좋고, 몸매 좋은 전혜빈이 들려주는 ‘3분 꿀팁’은 확실히 매력적이고, 동현의 리액션은 방송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발음과 시선이 부정확한 니콜은 방청객 대신인가, 의문이 들 뿐. 인터넷 플랫폼이라 휴대폰으로 오가면서 보기 편하다.” – 박소현(피처 에디터)

5 <언니네 핫초이스> 지난 시즌에는 이국주와 박나래를, 이번 시즌에는 스테파니와 레이디제인, 개그우먼 박소영을 앞세웠다. 프로그램 콘셉트는 말 그대로 독설 리뷰쇼. 동네 언니 같은 친근한 느낌을 강조해 구독자수와 영상 조회수도 꽤 높은 편이다.
“초간단 출근용 메이크업, 시술 효과를 주는 성형템 등 흥미가 생길 수밖에 없는 주제 설정이 돋보인다. 출연진들 입담이 좋다 보니 화장품 이야기 외의 잡담이 너무 많은 느낌. 제품 광고도 너무 적나라하다. 하지만 보고 있자면 제품을 써보고는 싶어지는 게 사실이다. 필링 시술 효과를 주는 벌꿀 아이템이라니!” – 이마루(피처 에디터)

6 <팔로우미 시즌6> <팔로우미>를 5시즌째 지키고 있는 아이비와 800여 개의 향수를 보유해 화제를 모은 가수 지나, 대세 배우 대열에 합류한 황승언이 함께 프로그램을 꾸려나간다. 한 가지 아이템을 집중 공략해 낱낱이 파헤치는 ‘뷰티 완전정복’과 뷰티 마니아들 사이에서 연예인보다 더 인지도가 높은 SNS 뷰티 스타의 리얼 뷰티 라이프를 공개하는 ‘팔로우 허’ 등의 코너로 구성된다.
“시즌 2부터 프로그램의 중심을 맡고 있는 아이비는 물론, 시즌 6부터 합류한 지나는 메이크업, 패션, 몸매 관리까지 할 만큼 다 해본 진짜 ‘언니’ 느낌. 특별히 전문적인 말을 하지 않아도 신뢰가 간다. 제품 브랜드를 강조하지 않아 노하우 자체에 집중하게 되는 것도 강점. 아쉬운 점은 초대 패널들이 MC들에 비해 다소 수준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집중도가 흐트러진다.” – 이마루(피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