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맥카트니는 세포 하나까지 환경을 위한 지속 가능한 가치를 추구한다. 하지만 결코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그녀가 기대하는 세상은 <얼루어>가 원하는 가치와 닮아 있다. 우리가 믿는 신념이 세상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 말이다.

 


2016년 가을/겨울 컬렉션 쇼를 앞두고 파리에 머무는 스텔라 맥카트니와 인터뷰가 성사되었다. 시대의 모던함을 상징하는 패션 브랜드를 이끄는 그녀를 둘러싼 강한 에너지인 ‘친환경’이라는 주제를 놓고 다양한 대화가 오갔다. 대단히 거창한 답을 기대했지만 스텔라 맥카트니는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가정을 가진 여자로서 살아가는 지극히 인간적인 이야기를 풀어낼 때 자신도 모르게 더 밝고 쾌활한 모습을 내비쳤다. 그녀에게 디자인이란 자신의 낭만 어린 추억을 담아 아름다운 옷을 만들어가는 작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친환경적인 패션을 위한 혁신 역시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한 책략이나 술수가 아니다. 그녀가 스텔라 맥카트니를 시작한 첫날부터 지금까지 친환경적인 패션을 위해 열정을 바치는 이유는 가장 가까이서 그녀를 지지하는 가족과 그녀의 팀, 그들과 함께 사는 이 세상이 보다 나은 곳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믿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것은 더 좋은 미래를 꿈꾸며 내딛는 하나의 작은 걸음에서 시작한다는 그녀의 소신을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한다.

오늘의 당신과 당신의 브랜드를 만든 궁극적인 힘이 무엇인지 궁금했어요.
ㅡ 아버지 폴 맥카트니와 어머니 린다 맥카트니에게 언제나 무한한 영감을 받았어요. 그들이 삶을 살아간 방식과 믿음, 윤리관 등 모든 것이 제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어요. 부모님은 당시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자유로운 가정교육 방식을 내세웠어요. 우리 가족은 매해 여름이나 연휴가 되면 구닥다리 랜드로버를 타고 스코틀랜드에 가곤 했죠. 그곳에서 호수에 뛰어들거나 말을 타곤 했어요. 하지만 부모님은 동시에 체계와 규율을 중시했어요. 덕분에 균형있는 성장기를 보낼 수 있었어요.

몇 해 전 당신이 들려준, 엄마 옷장 안에서 놀았다던 유년 시절의 이야기가 기억나네요. 한 시대를 풍미한 아티스트 부모를 둔 소녀가 디자이너가 되었죠. 패션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그 세상에서 살고 있는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ㅡ 전 패션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전통적인 유산과 오래된 역사에 의존하며 독자적인 행보를 하고 있죠. 그래서 틀에서 벗어난 사고에 끌려요. 그리고 그런 것이 모던한 것이라 생각해요. 시대의 변화에 패션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죠.

공감해요. 하지만 패션은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는 것도 사실이에요.  며칠 후에 있을 컬렉션 외에 다른 작업도 함께 하고 있나요?
ㅡ 그건 비밀이에요.(웃음) 나는 알지만 당신은 아직 모르는, 하지만 곧 알게 된다는 것이 세상의 순리죠.

당신 말대로 곧 알게 될 테니 기다리겠어요. 그럼 당신의 컬렉션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당신이 만드는 옷에는 일관되게 전달되는 무언가가 있어요. 자유롭고 편안하죠. 그 중심에는 항상 ‘여자’가 있음을 느껴요. 
ㅡ 디자이너로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 속을 관통하는 하나의 느낌에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수백만 명의 여자예요. 어느 특정한 인물을 짚어서 생각하진 않아요. 컬렉션에는 여자를 대변하려는 마음이 깊게 담겨있어요.

흥미로운 답이에요. 그럼, 어떻게 수백만 명의 여자를 생각하며 디자인하나요?
ㅡ 컬렉션의 시작은 수많은 여자에서 시작하지만 그렇다고 디자인의 모든 과정, 그리고 전체적인 룩에 반영하지는 않아요. 전 하나의 아이템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을 좋아해요. 저에게 모든 제품은 오브제이고 디자인에 있어선 심리적인 미학을 더 중요시하죠. 남자이든, 여자이든 그 누가 되었든 간에 그들이 어떤 오브제를 착용했고 그것이 어떻게 그들의 감정을 드러내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어요. 무엇을 입으면 기분이 좋고 어떤 의상이 어떠한 무드를 만들어내는지 말이에요!

당신은 전 세계 다양한 여자들의 아이콘이기도 하죠. 여성스러움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해요. 여자로서 우리는 무엇을 더 의식하며 살아야 할까요?
ㅡ 최근 젊은 여자를 위한 향수 ‘팝(Pop)’을 만들었어요. 정확히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것 같네요. 팝은 정신, 영혼을 상징하죠. 정체성을 찾아 자신의 세상에 막 입문한 사람들을 떠올렸어요. 자유롭고 멋진 순간이죠. 그 특별하고 소중한 순간을 맞이한 이들을 축하해주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젊은이들에게 더 당당해지고 진정성 있는 사람이 되라고 격려하고 싶어요. 불손해 보여도 상관없다고.

강렬하면서 자유로운 메시지네요. 하지만 분명 당신은 부드러운 내면을 지닌 사람이에요. 영국 사람들이 늘 강조하는 강약의 힘이랄까요?
맞아요. 모든 것은 균형이 중요해요. 개인적으로든 외부적으로든 균형을 추구하죠.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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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신을 지지하는 친구들과 함께 2016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함께했다. 왼쪽부터 누미 라파스, 두첸 크로스, 나탈리아 보디아노바, 애리조나 뮤즈. 2 2016 봄/여름 컬렉션 3 비스코스 소재 니트 셔츠는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 4 2016년 가을/겨울 컬렉션 5 폴리에스테르 소재 슬립 톱과 메시 소재 슬리브리스 톱, 비스코스 소재 스커트, 폴리우레탄 소재 나무굽 즈는 모두 스텔라 맥카트니.

지난해 이루어진 한국 방문은 지금도 회자될 만큼 떠들썩했다는 걸 알고 있나요? 한국에서 만난 여자들에 대한 인상은 어떠했나요?
ㅡ 한국에서 마주한 것은 지극히 일부분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이 매우 쿨하고 개성이 강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사람들은 자신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옷을 입었고, 모두가 균형 있고 절충적인 스타일이었죠.

한국 방문 시 엄마 린다 맥카트니의 전시도 둘러봤다고 들었어요. 사진가로서 엄마로서 그녀는 어땠나요?
ㅡ 무척 감동적이고 개인적인 순간이었죠. 엄마는 놀랍게도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이 있었어요. 우리의 사진을 찍어줄 때도 의도적으로 포즈를 주문한 적이 없었죠. 그건 엄마가 우리를 키울 때의 모습과도 같아요. 애써 노력하고 억지로 요구한 적이 없죠. 이 모든 것은 그 누구도 엄마에게 ‘노(No)’라고 말할 수 없게 만드는 능력이 있기에 가능했어요. 사람을 대하는 데도 특별한 능력을 지녔죠. 특히 저는 디자인을 할 때 우리 엄마를 떠올려요. 엄마는 제가 되고 싶은 모습을 모두 담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인터뷰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자 우리가 원하는 이야기로 돌아가볼까요? ‘친환경 패션’이라는 중요한 주제이죠. 모두들 이 분야야말로 당신이 단연 선두주자인 동시에 당신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한 DNA라는 걸 알고 있죠.
ㅡ 친환경이라는 단어는 저와 제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은 맞아요. 패션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가죽은 물론, 모피와 PVC(플라스틱)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척 획기적인 사실이죠. 전례가 없는 일이니까요. 패션계는 ‘옷’을 만드는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가죽을 파는 일에 집중되어 있어요.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가방 컬렉션을 맞닥뜨리게 해놓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패션 브랜드에게 액세서리 중에서도 특히 가방은 무척 중요한 ‘상징물(Statement)’이죠. 가죽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획기적이지만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ㅡ 모두가 럭셔리 비즈니스를 가죽과 자연스럽게 연관시키기 마련이죠. 모두가 나에게 가죽 없는 액세서리 비즈니스는 불가능할 거라 말했어요.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는 중이에요. 전통적인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는 우리가 유일하며 그것이 가능하다는 걸 입증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말이죠?
ㅡ 가죽이라는 소재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환경이 오염되는지 그 실체는 상상을 초월해요. 불필요하게 방대한 양의 물을 소비해야 하며 높은 수치의 이산화탄소와 온실 가스와 화학 물질을 배출하지요.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도대체 왜 가죽을 사용해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해요. 우리가 초점을 두는 것은 바로 생산과정이에요. 패션도 현대화를 통해 진화해야 하고, 역사적인 방식에 도전하는 것이 그 첫 번째 단계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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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폴리에스테르 소재 튜브톱과 스커트는 모두 스텔라 맥카트니. 2 폴리에스테르 톱과 스커트는 모두 스텔라 맥카트니. 3 2015년 봄/여름 컬렉션

가죽이 우리 일상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신이 말하는 가죽 생산 과정에 대한 실상은 우리에게 피부로 와 닿지 않아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ㅡ 가죽은 결코 지속 가능한 방식이 아니에요. 퍼나 가죽으로 된 재킷을 한 벌 만들기 위해선 자연 소재나 합성 소재로 작업하는 것보다 20배가 넘는 에너지가 필요하죠. 가죽 생산자들은 천연 소재인 가죽은 자연분해되기 때문에 화학섬유보다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해요. 하지만 동물의 가죽을 사용 가능한 원단으로 만들려면 유독한 화학물질이 다량으로 필요. 태닝 과정을 통해 가죽 내 콜라겐과 섬유질이 안정화되는 화학작용이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분해되는 오가닉 재료로서의 의미를 상실하죠. 그렇기 때문에 가죽은 화학섬유와 다를 바 없어요. 동물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비윤리적인 소재이죠.

그래도 가죽을 포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적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에 투자하는 가치의 ‘영구성’은 분명 매력적인 요소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소재의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하고 있어요.
ㅡ 우리의 연구와 노력은 패션계 안에서 게임의 판도를 뒤바꾸는 혁신적인 작업이에요. 패션이라는 이름 아래 해마다 5천만 마리가 넘는 동물이 죽어가고 있고, 이것은 윤리적이지도, 책임감이 있지도, 그리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은 무모한 일이에요. 멈춰야 마땅한 일이고 동시에 나와 우리 팀에게는 가장 흥미진진한 도전이죠. 가죽이 아니더라도 그것보다 더 멋진 제품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이것이 우리를 움직이고 도전하게 만들며 무엇보다 우리 브랜드의 ‘모더니티’를 상징하는 핵심이에요.

지속 가능한 패션에 동참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ㅡ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브랜드가 되는 것도 중요해요. 하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현대적인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요. 고객들은 우리의 디자인을 보고 구입을 결정하죠. 친환경적인 브랜드이기 때문이 아니에요. 언제나 디자인이 먼저예요. 친환경적인 요소는 그 안에 당연히 함께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해요. 이 부분을 절대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한 가지 더 치명적인 소재를 꼽는다면 그것은 플라스틱이에요. 이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친환경적인 패션에 동참할 수 있어요.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은 스팽글에 대한 요구가 많아져서 더 많은 컬러의 스팽글을 선택할 수 있었음 좋겠어요. 무엇이든 시도해보세요. 이번 시즌이 아니면 다음 시즌이어도 좋아요. 패브릭 담당자에게 조언을 구하고, 협력 업체에게 친환경적인 접근을 요구하는 첫 걸음이라도 떼보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