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팔로우하고 있는 인스타그래머, 블로거, 페이스북 유저들이 입고, 쓰고, 들고 있는 것은 정말 그들이 좋아하는 물건일까? 그 포스팅에 붙어있을지 모를 가격표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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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체증 속 택시 안에서,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면서 무심코 열어보는 것은 인스타그램. 과연, 내가 팔로우 중인 수백 명은 전 세계에서 멋진 사진을 송출하고 있다. 러시아의 패션 블로거는 눈 내리는 모스크바의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뮌헨의 아트 디렉터는 세린느, 아크네스튜디오와 꼼데가르송 등을 잔뜩 태그한 세팅 컷을, 런던의 뷰티 칼럼니스트는 봄을 겨냥해 출시한 새 립스틱을 바르는 장면을 라이브 포토로 올렸다. 어느 날 갑자기 나를 팔로우한 호주의 인스타그래머는 근사한 브라렛을 입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는데 태그를 따라가보니 호주의 비치웨어 전문 브랜드였다. 문제는 나도 모르게 ‘립스틱 컬러가 예쁘군. 매장에 나오면 한번 발라 봐야지’, ‘이런 비치 커버업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세일이고 30호주달러만 지불하면 전 세계 배송이 가능하다 하니 한번 사볼까’ 이런 생각에 잠긴다는 것. 오, 오늘도 아름다운 인스타그램 세상!

하지만 이 예쁜 포스팅이 보기만큼 순수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들이 노출하고 있는 어떤 브랜드가 그들에게 비용이나 상품을, 혹은 둘 다를 제공한, 소위 ‘광고 포스팅’일지도 모른다는 것.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활용하는 마케팅인 ‘인플루언서’ 마케팅 붐을 일군 주역이다. 과거 인플루언서가 연예인, 소수의 톱 모델, 디자이너, 미디어 종사자들에게 국한되었다면 지금은 SNS 채널을 활용해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격전지는 과거 블로그에서 지금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로 바뀌고 있는 중. 인스타그램이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서로가 서로의 물욕을 부추기는 데 최적의 공간임을 진작에 깨달았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가격
“저희 제품을 노출해주는 대가로 인스타그래머에게 신제품을 보내고 포스팅당 50만원을 지급하고 있어요. 그 인플루언서를 찾는 것도 제 업무 중 하나죠.” 한 뷰티 브랜드 홍보담당자는 이렇게 털어놓는다. “팔로워가 비교적 적다면 상품만 제공하기도 해요. 하지만 팔로워가 월등히 많은 인기 인스타그래머라면 이제 현물로는 움직이지 않아요. 명확히 가격을 제시해요. 또 이 가격은 점점 올라가는 추세죠. 유튜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제안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지만 받아들이는 경우가 더 많죠.”  패션의 경우에는 뷰티 제품보다 홍보 제품 수량이 적고, 단가는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뷰티 제품처럼 ‘시세’가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아니라 고 한다. “상품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비용을 지불하고 상품을 보내요. 그럼 인플루언서가 제품을 촬영한 뒤 다시 반납하죠.” 이럴 수가. 카페에서, 차 조수석에서,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입고 걸친 그 상품이 ‘화보 촬영용’ 제품이었던 것이다. 다른 대행사 관계자는 좀 더 큰 액수를 불렀다. “모델, 연예인, 방송인 같은 셀러브리티가 노출해주길 원하는 경우는 개인이 아니라 소속사와 이야기를 해요. 세금계산서도 끊죠. 3백만~5백만원, 때로 그 이상이 오가기도 합니다.”

물론 모두가 광고성 포스팅은 아니다. 자신이 구입한 물건이 정말 좋아서 노출하는 경우도 물론 존재한다. 이런 경우는 ‘오가닉’이라고 불린다. 오가닉, 즉 어떠한 대가 없이 노출된 청정한 제품이라는 뜻이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그저 고마운 일.

몇 년 전, 내가 좋아하던 이웃 블로거가 사실은 수십에서 수백만원을 받고 제품을 노출하고 있었다는 폭로가 이어지며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자정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그 이후 블로그에는 ‘상품을 지급받았다’, ‘소정의 활동비를 받았다’고 표시하는 문화가 정착되었다. 그러나 아직 인스타그램은 모두 ‘오가닉’으로 보인다. “사실 잘나가던 블로거와 쇼핑몰 스타들은 인스타그램으로 재빨리 옮겨왔죠. 블로그처럼 길게 작성하지 않아도 사진 한 장만으로도 효과가 크니까요”. 지금도 인기 인스타그래머의 포스팅 아래에는 그녀가 사용 중인 온갖 물건의 정보를 구하는 댓글이 가득하다. 시크한 스타일의 지인 한 명은 전혀 대가성 포스팅을 하지 않는데도 늘 다이렉트 메시지함이 광고 제안으로 가득 찬다고 말한다. “제게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은 두 종류예요. ‘이거 어디 거예요?’라고 묻는 사람과 ‘저희 제품을 노출해주세요’라는 사람.” 인스타그램은 무엇보다 즉각적이고, 작은 사각형 안에서는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인다. 그 점 때문에 지금 브랜드는 인스타그램 마케팅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페이스북도 여전히 중요한 마케팅 대상 중 하나다.

얼마 전, 트위터에는 ‘#prayforTwitter’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했다. 테러와 재난 같은 상황에서 주로 사용하던 ‘pray for’가 트위터와 연관된 이유는? 트위터가 사업을 접을지도 모른다는 루머를 들은 유저들이 만든 귀여운 해프닝이었다. 그러나 한때 페이스북과 경쟁했던 트위터가 마니아만 남아 활동하는, 뒤처진 SNS가 되었다는 건 분명하다. ‘프로모션’이라는 트윗 광고를 집행하긴 하지만 브랜드는 인스타그램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 아래 트위터를 버리고 인스타그램을 선택했다. 그럴수록 당신이 보는 포스팅에는 보이지 않는 가격표가 달린다는 것을 잊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