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3월을 맞아 오랫동안 휴식을 가지던 뮤지션들이 속속들이 앨범 발표를 시작했다.

 

긴 시간 숨을 고르던 뮤지션들이 드디어 새로운 노래를 들고 찾아왔다. 서두는 검정치마가 열었다. 2011년 여름 2집을 낸 후로 감감무소식이었던 그는 4년 만에 싱글 앨범 <Hollywood>를 발표하며 3집의 물꼬를 텄다. 그의 3집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에겐 희망고문이나 다름없었다.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최근 3집의 선공개 싱글 앨범 <Everything>을 발매했으니까. 타블로가 이끄는 하이그라운드로 이적한 후 이루어진 첫 작업이었다. 하이그라운드의 페이스북에는 ‘알래스카 가시겠다는 조휴일 씨를 붙잡아 저희 하이그라운드 식구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라는 글과 ‘일했다! 조휴일!’이라 적힌 캘리그래피 이미지가 올라왔다. 갑작스러운 검정치마의 컴백 소식은 곧바로 지드래곤과 박재범, 오혁, 공효진, 윤종신 등 사람들의 SNS를 물들였다. ‘Hollywood’가 곧 사라질 것처럼 뜨겁게 불탄 첫사랑이었다면, 이번 ‘Everything’은 완연하게 농염하고, 비밀스러운 연인의 모습을 표현한다. 따스한 듯 서늘한 몽환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Everything’은 소속사조차 조심스럽게 ‘아마도’ 올해가 될 것으로 추정하는 정규 3집의 마지막 트랙으로 실릴 계획이다.

싱어송라이터 이아립은 3년 만에 다섯 번째 앨범 <망명>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사이 그녀에겐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스웨터로 활동한 이후 자체적으로 음반을 만들어온 그녀가 레이블 일렉트릭 뮤즈와 함께하게 되었고, 이후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로 활동 중인 홍갑의 프로듀싱으로 신보를 시작한 것이다. 일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썼다 지우길 반복하며 <망명>의 윤곽을 다듬었다. 그녀는 이번 앨범을 두고 “어둠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것이 있다. 그때 보게 된 것, 느끼게 된 것을 이 음반에 담았다.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것들을”이라고 소개했다. 앨범에 수록된 여섯 곡은 낮은 어조로 그간의 상처를 고백한다. 상실의 여운은 단조로운 멜로디와 밴드의 연주로 담담하게 풀어간다. 인화된 흑백사진처럼, 새벽녘의 찬 맑은 공기처럼 군더더기 없다. 이별의 나락에서 허우적거릴 때 듣는다면, 가사의 호흡이 한층 더 깊게 느껴질 것이 분명하다.

정인 역시 오랜만에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간  개리, 허각, 윤종신 등 다양한 협업과 드라마 OST를 들려주었지만, 자신의 이름을 건 앨범은 미니앨범 <가을여자> 이후 3년 만이다. 네 곡으로 채워진 미니앨범 <Rare>는 그녀의 정규 앨범을 기다린 이들에겐 단비인 셈이다. 정인의 목소리는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애절함이 무기다. R&B나 소울 장르라기보다는 한국인의 정서인 ‘한’에 빗댈 수 있다. 타이틀곡 ‘UUU’에서 ‘내 맘 허락해줘요. 그대 맘을 열 수 있게, 오늘도 네 주위를 맴돌아 나 이렇게. 이렇게. (중략) 그대 맘 속에 들어갈 수 있게’라고 노래하는 정인의 간절한 목소리에는 노련함이 맴돈다. 여기서 노련하다는 의미는 절대 과하지 않고, 비어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숨소리마다 감정이 움튼다. 윤건의 아름다운 멜로디와 유려한 피아노 연주, 조정치의 기타 연주가 그 감정을 한계치로 끌어올린다. 아무나 해낼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기어코 아쉬움을 찾자면 감정을 매듭 짓기론 네 곡으로는 부족하다는 점. 그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