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에 3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시트 마스크가 등장했다. TV 속 화장품 CF에는 톱스타들이 얼굴에 시트 마스크를 덮은 채 등장한다. 변방의 제품이었던 시트 마스크가 어떻게 메인 제품으로 등극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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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 마스크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일주일에 한두 번 스페셜 케어용으로 사용하는 제품에 불과했던 시트 마스크를 이제는 브랜드의 대표 상품으로 내세우는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 화장품 TV 광고에 주로 등장하던 스킨케어 제품이 에센스나 크림에 한정되었던 것과 달리, 리더스 코스메틱, 메디힐 등이 박민영, 현빈 등 쟁쟁한 모델을 내세우며 시트 마스크를 집중 조명하는 TV CF를 앞다퉈 내놓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이와 함께 시트 마스크의 가격이나 기능의 범주도 놀랄 만큼 넓어지고 있다. 로드숍 브랜드나 한류를 타깃으로 한 브랜드에서 1천원 내외의 저렴한 미끼 상품으로 내놓던 시트 마스크는 이제 브랜드의 핵심 성분, 최첨단 기술을 더하며 당당히 메인 상품군으로 등극했다. 싼 맛에 매일 사용해도 부담 없는 제품부터, 값비싼 에센스 못지않은 고기능성을 집약해서 담은 고가의 제품까지 선택의 폭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들이 시트 마스크 시장에 열을 올리게 된 계기는 뭘까? 물론, 점차 커지고 있는 시트 마스크 시장 때문일 것이다. 이미 명동에서 적게는 몇십 장, 많게는 몇백 장까지 시트 마스크를 구입해가는 중국이나 일본의 관광객들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 시장도 꿈틀거리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2014년부터 시작된 K-뷰티 붐을 계기로, 최근 몇 년 사이 시트 마스크 시장 자체가 매해 100% 가까이 성장할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바르고 씻어내는 워시 오프나, 피부에 다 흡수시키는 리브 인 제품이 전부였던 미국의 마스크 시장이 시트 마스크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시트 마스크가 거대한 미국 시장에서 대중화된다면 그 파급력은 실로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사용자들도 변화하고 있다. 1일 1팩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이제 시트 마스크는 이따금 하는 특별한 케어가 아니라 데일리 케어의 한 단계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차가 불가피한 브랜드의 속사정
1매에 1천원 이내부터 3만원 이상까지 극단적인 가격차를 지켜보다 보니, 시트 마스크의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궁금해졌다. 이 가격차는 결국 브랜드 이름 값인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1천원 이내의 시트 마스크는 브랜드 입장에서 보자면 손해 보는 장사다. 한 화장품 제조 업체 연구원에 따르면 일반적인 시트 마스크의 시트 자체 가격은 보통 4~5백원 선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에 시트를 흠뻑 적시고 있는 에센스 가격까지 계산한다면, 이런 시트 마스크는 보통 화장품 생산 원가가 소비자 가격의 15~20%에 이르는 것이 불문율인 화장품 가격 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그런데도 브랜드들이 시트 마스크 생산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바로 천원짜리 시트 마스크 자체가 고객의 브랜드 유입을 유도하는 훌륭한 미끼 상품이 되기 때문이다. 메이크업 제품 중에는 네일 컬러가, 스킨케어 제품 중에는 시트 마스크가 이 역할을 담당한다. 때문에 브랜드들이 시트 마스크 자체에 다양한 기능성을 더하며, 프린트를 입히고 시트 모양을 변형시키는 등 다양한 시도를 더해 가격 인상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고가 브랜드의 경우는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시트 마스크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기존 베스트셀러의 라인 확장판으로 내놓는 경우가 많다. 경기 불황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신제품을 내놓기보다는 안전한 베스트셀러를 고수하는 브랜드 전략 때문일 것이다. 부동의 베스트셀러인 어드밴드스 나이트 리페어 라인에 호일 타입의 전혀 새로운 시트 마스크를 내놓은 에스티 로더, 효자 상품인 제네피끄에 시트 마스크를 추가한 랑콤, 화이트닝 라인과 피테라 라인을 완성하는 시트 마스크로 이미 명성이 자자한 SK-Ⅱ 등이 대표적인 예다. 고집중 케어 라인으로, 에센스 /12통부터 1통까지, 기존의 베스트셀러인 에센스의 유효 성분을 통째로 담고 있다는 제품의 주요 콘셉트 때문에 가격 자체가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미지 제고를 위해 전략적으로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브랜드 정책의 영향도 있을 테지만, 무엇보다 연구 개발비 혹은 설비 투자비의 비중이 클 것이다. 특히 에스티 로더의 호일 타입 시트 마스크처럼 전혀 새로운 형식의 제품의 경우, 자체 공장에서 생산했다면 연구 개발비부터 설비 투자 비용이 엄청나게 들었을 것이고, OEM 사와 기술 제휴를 하고 독점 납품을 받는 형태라고 해도 이에 대한 높은 비용을 지불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그렇게 억 소리 나게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의미다. 이런 고가 브랜드에서 시도하는 혁신적인 시트 마스크의 등장은 궁극적으로는 또 수많은 유사 제품을 양산하며, 시트 마스크 시장이 더욱 확대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내년쯤에는 또 얼마나 새로운 콘셉트의 시트 마스크를 마주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한마디로, 지금은 단연 시트 마스크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