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를 크게 웃게 만들기도, 숙고하게도 만든 신입사원들의 사소하고 중대한 고민은 무엇일까? <얼루어>에 고민을 보내온 신입사원들은 그야말로 진지했다. 그들의 다양한 질문에 대한 선배의 답변은?

 

ALR_160108_08056_R0

Q 상사가 사무실에 있을 때 업무 보고를 ‘카톡’으로 했다가 된통 혼났습니다. 저는 열심히 일하시는 상사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그런 건데요. 정말 잘못한 일인가요?
모두가 자리에 있을 때 카톡으로 보고했다면 이것은 신입사원이 잘못했다. 부서마다 분위기는 다르겠지만 카톡은 의사소통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 정식 보고 체계가 아닌 것. 보수적인 회사라면 맞지 않는 방식이다. 게다가 여러 의견이 오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맞지 않다. 가장 좋은 것은 직접 보고하는 것이지만, 간단한 보고 사항이라면 카톡 대신 메일과 사내 인트라넷을 사용하면 된다. 메일은 공식적인 업무 보고 체계 중 하나이고, 인트라넷 역시 간단하고 빠른 소통을 위해 회사에서 마련해둔 것이므로 이럴 때 사용하면 된다. “과장님, 말씀하신 자료 정리해서 김 대리에게 넘겼습니다” 정도로 남겨두면 된다. 그럼 답이 이렇게 올 것이다. “ㅇㅇ.”

Q 대리님, 과장님은 야근하시면서 저더러는 들어가라고 하는데, 정말 가도 되나요?
오늘 맡은 일은 끝냈나? 그렇다면 죄책감 없이 퇴근해도 좋다. 퇴근하기 전에 “다들 야근하시는데 제가 도와드릴 것이 있나요? 그렇다면 남아서 더 하겠습니다.” 라고 의욕을 보여도 좋겠다. 하지만 굳이 할 일이 없는데 눈치 보면 서 앉아 있는 것도 모두에게 낭비다. 게다가 그러다 보면 당신을 ‘사무실을 좋아하는 사람’ 또는 ‘약속이 없는 사람’ 으로 오해하기 시작한다.

Q 사무실에 간식이 있을 때 먹어도 될까요?
공용 간식은 누구든 먹으라고 둔 것이니 당연히 먹어도 된다. 통째로 자기 자리에 두고 혼자 먹어 치우는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오히려 간식을 마 련해두었는데 아무도 먹지 않으면 그게 더 섭섭하다 . 그 간식도 가져다둔 사람이 있을 테니, 맛있게 먹어 주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고마운 일이 될 수 있다. 간식이 맛있었다면 정말 맛있었다고 인사를 더하면 좋은 인상을 남겨줄 것이다.

Q 점심시간에 말 없이 밥만 먹어도 될까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신입사원이 점심시간에 대화를 주도하는 것은 보통 예능감을 갖지 않고서야 대단히 어렵다. 말 없이 밥만 먹는 것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정말 국그릇에 코가 닿을 정도로 고개를 푹 숙인 채 밥만 먹는가. 아니면 사람들의 다양한 얘기를 들으면서 가끔씩 눈을 맞춘다거나, 고개를 끄덕이거나 하는 리액션을 보이는가. 대화에는 언어뿐만 아니라 비언어적인 표현도 포함된다. 그러므로 말을 하지 않아도 함께 식사 중이라는 표현만 하면 된다. 만약 사람들이 지난주 <무한도전>이 진짜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한다면, “아 저는 TV를 안 봐서…”라고 말끝을 흐리는 것보다는 “그렇게 재미있었나요? 쉴 때 챙겨 봐야겠네요” 정도로 답하면 무난하다.

Q 매일 메일이 엄청나게 쌓입니다. 미루다 보면 며칠씩 쌓이기도 해요. 메일 때문에 골치가 아픕니다. 
회사 메일은 사적인 메일과 다르다. 아무리 자잘한 제목을 달고 있다고 해도 모두 확인하는 것이 원칙이다. 쌓아두다 보면 회신할 타이밍을 놓치고, 그러다 보면 타인의 일 진행을 방해하거나 혼자만 중요 사항을 모르고 있는 일도 자주 생긴다. 반대로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메일 사용에 능하다. 업무에 메일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그 자체가 업무 과정이자 기록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많더라도 내근하는 동안에 는 적어도 메일을 2~3시간에 한 번쯤은 확인할 것. 확인한 메일은 신속히 회신하는 게 좋다. 사안에 따라 전달과 참조 기능도 적절히 활용하길. 구글이 일하는 방식을 담은 책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도 이메일을 지혜롭게 사용할 것을 강조한다. 신속하게 답신을 보낼 것, 정확한 단어를 사용할 것, 지속적으로 편지함을 정리하고 비울 것, 길게 불만사항을 적지 말 것, 숨은 참조를 사용할 때에는 이유를 생각해볼 것 등이다. 빌 게이츠도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로 ‘이메일 확인’을 꼽았다.

Q 막내인 제게 회식 장소 정하라고 할 때 정말 난감합니다.
막내에게 회식 장소를 정하라는 이유는 대개 두 가지로 나뉜다. 막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자는 상냥한 마음과 막내니까 그런 사무실의 살림도 맡아야 한다는 마음. 어느 쪽인지 잘 모르겠다면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라. “저는 중국 음식을 좋아하는데 오늘 회식 장소를 중국 음식으로 알아볼까요?” 순순히 “좋다”라는 답이 왔다면 전자처럼 어디든 상관없는 것이다. “아니 중국 음식은 기름질 것 같은데”라는 답이 왔다면 후자의 역할을 맡긴 것이므로 이것은 하나의 업무다. 성심성의껏 회식 장소를 알아보는 데 매진해야 한다. 좋은 분위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시끄럽고 지저분해도 맛집을 원하는가? 고깃집파가 많은가? 횟집파가 많은가? 지금까지 그 역할을 담당해온 선배에게 그간의 회식 취향을 물어보고 되도록 새로운 곳으로 알아본다. 너무 억울해하지 말길. 부장님도 이사님과 만날 때 회식 장소를 알아본다.

Q 사내 연애를 해도 될까요?
미혼 남녀가 서로 끌리고 좋아한다는데 연애를 못할 이유는 없다. 단, 사내 연애에도 지켜야 할 최소의 원칙은 있다.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의 저자 신시아 샤피로는 다음의 네 가지 원칙을 말하고 있는데 귀담아들을 만한 내용이다. 첫째, 가능한 한 직장동료에게 알리지 마라. 둘째, 당신이 직급이 높은 직원과 사귀고 있다면 직급이 높은 쪽은 그 사실을 자신의 상사에게만은 알려야 한다. 사적인 관계가 공적인 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직속 상사와 사귀고 있다면 둘 중 하나는 부서를 옮겨야 한다. 넷째, 절대로 결혼한 직원과 연루되어서는 안 된다. 커리어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평판도 망치는 일이다.

Q 일을 시키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에요. 오전에는 대리님, 오후에는 과장님과 부장님이 일을 맡기세요. 도대체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요?
신입사원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여러 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업무를 부여하는데, 이때 신입사원은 각자의 판단을 하게 된다. ‘맡긴 순서로 하자’, ‘직급 순서로 하자’ 뭐가 맞을까? 답은 모두 틀렸다는 것. 신입사원은 어떤 업무가 더 중요한지, 더 급한지 알 수가 없다. 아직 서툴러서가 아니라 가지고 있는 정보의 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물어보는 것이다. “대리님, 지금 주신 일을 하고 있는데 과장님은 이것을 하라고 하시고, 부장님께서도 다른 것을 시키셨는데 무엇부터 하는 게 좋을까요?” 그 우선순위는 업무를 부여한 사람이 알려줄 것이다.

Q 남자친구가 일하는 것을 반대해요. 결혼해서 내조만 하길 바란대요.
누구도 정답을 말해줄 수 없다. 누군가는 ‘취집’하는 사람을 비난하지만 누군가는 ‘자아실현’ 때문에 가정을 소홀히 하는 직장여성을 비난한다. 결국 나 자신의 목소리를 잘 들어봐야 한다. 당신은 어떨 때 행복한가? 어떻게 인생을 살고 싶은가? 하나만 충실할 수도 있고, 모두 잘해낼 수도 있다. 또 둘 다 대충 해결해가면서 살 수도 있다. 어느 것도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경력에 대해 해주고 싶은 조언은, 2~3년간 사원으로 일한 정도로는 회사나 회사생활을 제대로 경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 커리어 전문가들은 ‘경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대리 직급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Q 정말 원하던 회사에 입사했어요. 야근하는 건 견딜 수 있는데 사람 스트레스는 정말 참을 수 없어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고 있는데 다녀야 할까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15년 남녀 직장인 1091명을 대상으로 ‘이직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상사/동료에 대한 불만 때문에 이직을 준비한다’라고 답한 직장인은 22%에 달했다. 사람 때문에 겪는 스트레스가 견디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력이 많은 선배들은“사람 때문에 그만두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입을 모아 말할 것이다. 다른 회사에 간다고 해도 당신과 잘 맞는 사람만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회사에서 안 맞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라. 회사를 나가는 순간 그 사람과 당신의 관계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즉, 언제든 끊어질 수 있는 사이다. 게다가 부서이동이나 해외발령, 이직, 개인사 등의 이유로 곧 헤어질 수도 있다. 동료라면 업무적 관계를 유지하고, 상사라면 배울 점을 찾아보길. 분명히 배울 점도 있을 테니까. 정 그만두고 싶다면 마지막으로 갈등 해결에 나서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회사에서 왜 나만 상처받는가>의 저자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해결을 지향하는 대화’를 하라고 조언한다. “내가 중요한 질문을 할 때마다 나를 무시하는데 왜 그러는 거죠? 내게 제때 정보를 주었으면 좋겠어요. 나도 당신에게 그렇게 할 거예요”라는 식으로 문제를 말한 뒤,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것.

Q 화장실에서 상사를 만날 때 인사를 해야 할까요?
화장실과 같은 사적인 공간에서 큰 소리로 인사하는 것은 모두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 다만 인사성이 밝은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가벼운 목례나 눈인사 정도면 충분하다.

Q 일을 하다 보니까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학원과 회사를 병행할 수 있을까요?
공부를 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자. 일을 더 잘하기 위함일까? 다른 커리어를 위해서인가? 공부 그 자체를 위해서일까? 사회 생활보다 하고 싶은 공부에 미련이 남는다면 회사를 그만두고 공부를 더하는 것도 의미 있는 선택이다. 하지만 회사 생활과 대학원을 병행하려면 회사의 허락과 팀원들의 배려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조직에 기여한 바가 없는 신입사원이라면 허락을 받는다고 해도 부서에서 좋은 평가를 듣기 어렵다. 어느 정도 직급이 되었을 때 회사와 상의해보라. 인재 육성 차원에서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