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의 품격>, 배틀 형식으로 진행되는 <헌집줄게 새집다오>.

 

<내 방의 품격>

배틀 형식으로 진행되는 .

배틀 형식으로 진행되는 <헌집줄게 새집다오>.

 

‘DIY 인테리어’, ‘셀프 인테리어’ 등의 제목을 단 책이 서점에 진출하고, 저마다의 인테리어 노하우를 공유하는 여러 블로그가 등장하는 흐름이 생긴 지 오래, 드디어 TV도 본격적으로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집을 개조해주거나 연예인들이 자택을 공개하는 게 아니라 갖고 있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공간에 어떤 식으로 취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거다. 지난 12월 10일 첫 방송된 JTBC <헌집줄게 새집다오>는 ‘냉장고’도 아닌 연예인의 방을 스튜디오에 그대로 가져온다. <제이쓴의 5만원 자취방 인테리어>의 저자 제이쓴과 정준영, 디자이너 황재근과 홍석천, 허경환, 정준하 등이 팀을 꾸려 의뢰인의 방을 변화시키고, 최종적으로 의뢰인의 선택을 받는 팀이 우승하는 대결 포맷이다. 진행은 김구라와 전현무가 맡았다. <헌집줄게 새집다오>의 성치경 CP는 ‘공간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프로그램 슬로건처럼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프로그램의 제작의도를 밝혔다. ‘셀프 인테리어’는 가격 대비 효율성이 중요한 만큼 개조 비용도 99만원 미만으로 정해져 있다. 옷이 잔뜩 걸린 행어와 건담 피규어가 어지럽게 놓인 김상혁의 방, 가구를 따로 사다 보니 결국은 중구난방이 되어버린 김영희의 방처럼,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이 등장한다. 노홍철의 본격 복귀작인 tvN <내 방의 품격>은 지난 12월 23일 첫 전파를 탔다. <헌집줄게 새집다오>가 비포 앤 애프터가 주는 재미에 집중한다면 <내 방의 품격>은 본격 인테리어 토크쇼다. 수년 전 <무한도전>에서 집이 첫 공개되고, <나 혼자 산다>의 우수 무지개 회원으로 활약하며 ‘싱글남’의 아이콘으로 우뚝 선 노홍철 잘 어울리는 자리를 찾은 셈이다. 박건형, 오상진, 김준현이 프로그램과 함께하는데 재료 구입법, 소품 만드는 법, 가구 리폼하는 법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셀프 인테리어 ‘고수’가 노하우를 전한다.  4만8천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파워블로거 최고요, 40년 된 15평 아파트를 개조했던 류민지가 <내 방의 품격>의 초대 손님이다. 특히 기존의 인테리어 전문가가 최종 들어간 비용을 알고 놀라는 장면은 프로그램의 백미다. 원목으로 주방을 꾸미는 데 2백50만원에서 3백만원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 류민지가 사용한 비용은 90만원대 남짓이었다.셀프 인테리어의 가장 큰 원동력인 비용 절감 효과다.

그러나 먹방과 쿡방에 이어 ‘집방’이 대세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점이 남는다. ‘인테리어’는 여전히 낯선 개념이고 음식처럼 즉각적인 반향과 공감을 일으키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백종원, 혹은 최현석 같은 ‘아이콘’이 등장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또 하나의 의문점은 셀프 인테리어가 싱글남의 전유물도 아닌데, 메인 MC와 패널이 모두 남자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쿡방’의 셰프들도 대부분 남자였지만 방송 전부터 이미 이름난 레스토랑을 가진 셰프들이었고, 뛰어난 요리 실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인테리어와 관련된 센스가 의심되는 전현무나 김구라, 허경환 등이 선택된 이유는 짐작하기 힘들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0년 226만 가구로 전체의 15.6%였던 1인 가구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27.1%까지 늘어났다. 한 오픈 마켓 업체는 지난해 문 손잡이, 조명, 벽지 등 셀프 인테리어 제품의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고 밝힌다. ‘집방’은 분명히 잠재력이 있다. TV가 이걸 어떻게 풀어갈지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