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겼다고 말하지 말아요.

제목 없음-3

류준열의 얼굴은 묘하다. <응답하라 1998> 속에서 덕선의 친구들은 그를 두고 ‘무섭게 생긴 애’라고 콕 짚고, 옆집 선우 엄마 또한 ‘생긴 건 그렇게 생겨가지고’ 담배도 안 피운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그것은 지극히 일반적인 범주로 잘생기진 않았다는 뜻이다. 게다가 80년대를 사는 그의 헤어 스타일은 3대7 가르마다. 그나마 있는 미모도 깎아먹는, 못생김이 묻는 각도다. 욕도 차지게 잘한다. 무심하게 공기 반, 소리 반으로 내뱉는 “빙시나, 죽을래?”는 입에 쩍 달라붙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공부는 잘하지만 전교 1등인 친구에 비해 평범하고, 춤 좀 추지만, 쌍문동 박남정에게는 밀린다. 야한 소설과 축구를 좋아하는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 그런 ‘개정팔’이 갑자기 잘생겨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학주’를 피해 숨었던 골목, 덕선과 밀착해 거친 숨을 몰아 쉬며 갈 곳 없던 손과 동공을 흔든 그때일까? 아니면 만원 버스에서 덕선을 지켜주던 팔뚝에 힘줄이 튀어나온 그 순간일까?

류준열의 필모그래피는 간결하다. 그는 2014년 클래지콰이의 ‘내게 돌아와’ 뮤직비디오를 통해 데뷔했다. 같은 해 단편영화 <미드나잇 썬>을 본 조감독이 독립장편영화 <소셜포비아>의 오디션을 제안해 BJ 양게 역을 맡겼다. 홍석재 감독은 어느 인터뷰를 통해 ‘촬영할 때 양게가 너무 튀는 것 아닌가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편집하면서 ‘준열 씨 사랑해요’만 외쳤다’며 극찬한 바 있다. 관객과 평단의 호평은 실제 BJ인 마냥 자연스러운 연기에서 터졌다. 쉴 새 없이 떠든 대사의 90%는 애드리브였고, 패션왕처럼 독특했던 스타일은 실제 그의 옷이었다는 걸 아는 이들은 드물다. 그 결과 류준열은 ‘2015 KAFA FILMS 입신양명상’, ‘2015 KT&G 상상마당 배우기획전 씨네아이콘’을 수상했다, 대형 기획사와 계약도 맺었다. 헤어진 남자친구와 인기 BJ, 연애 이론만 있는 친구. 모두 투박한 치아교정기를 끼고 있는데도 말이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힘은 생생한 캐릭터에 있다. ‘츤데레’라고 부르는, 여자 앞에선 못해주고 뒤에선 잘해주는 마초를 설렘으로 버무려왔다. 이제는 그가 뜯어보면 잘생긴 얼굴인 건지, 연기를 잘해서 잘생겨 보이는 것인지, 완벽하게 잘생김을 연기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린다. 그는 이제 막 달리기 시작한 배우다. 상반기 개봉을 앞둔 영화 <글로리데이>를 비롯해 앞으로 몇 편의 작품을 더 거치고 나면, 지금과는 또 다른 물이 차오를 거다. 기대가 믿음이 되는 그날이 어쩐지 머지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