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는 19세기의 셜록 홈즈를 연기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셜록 홈즈를 연기한다고 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완전히 들떴다! 바보같이 지저분한 파마머리를 자를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하. 현대의 셜록은 확실히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의상과 옷깃, 사냥 모자, 망토로 그의 특별한 능력을 표현하는 것이 즐거웠다. 마음도 한층 가벼웠다.

원작 <셜록 홈즈>를 연기한 다른 배우들의 연기에 부담을 느낀 적 있나?
그렇진 않았다. 드라마 <셜록>에서 우린 21세기형 셜록 홈즈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원작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나름의 반전을 집어넣었다. 부담되지는 않았지만 비교되는 건 피할 수 없을 거다. 추측컨대, 내가 76번째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75번째 셜록이 아닐까? 그만큼 다양한 버전의 작품이 있다. 비교하는 건 별로 좋지 않다.

여전히 셜록 홈즈는 무례한가?
그렇다. 무엇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실력주의자이기 때문에 귀족이든, 귀부인이든, 2륜 마차 택시를 운전하든, 베이커 가에 사는 사람이든 신경 쓰지 않는다. 그 사람이 어떤 쓸모를 지녔는지,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가 중요할 뿐. 사회적 지위가 그걸 좌우하진 않는다. 무식하거나, 잘난 척하는 사람에겐 특별히 무례하게 군다. 그렇게 따지자면 셜록 홈즈는 일종의 근대적인 운동가인 셈이다.

현대판 드라마의 팬들이 빅토리아 시대 셜록을 보고 괴리감을 느낄 우려는 없나?
그럴 것 같지는 않다. 그가 갑자기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거나 다정해지지는 않는다. 있는 그대로 세상을 보고, 사람들에겐 거침없이 솔직하게 대한다.

왓슨과 셜록 홈즈의 관계는 어떤가? 왓슨이 셜록 홈즈에게 존경심을 드러내나?
존경보다는 존중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브로맨스의 요소는 여전한가?
브로맨스라는 단어를 꼭 기사에서 언급하고 싶은 것 아닌가? 하하.

그걸 언급하지 않고는 기사를 쓸 수가 없다.
우리 드라마에서는 분명 우정이 부각된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고 해서 왓슨이 갑자기 ‘와, 셜록 홈즈는 대단해!’라고 말하거나, 흠모의 대상으로 보진 않는다. 그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원작 소설에서 드러난 캐릭터를 다루지만, 우리 나름의 분위기를 잃진 않는다. 단순한 촌극으로 만들고 싶진 않았고, 우스꽝스럽거나 터무니없고 싶진 않았다. 그 사이에서 아주 세심하게 균형을 잡아야 했다.

앞으로 <셜록>을 위해 계속 시간을 내겠다는 마음은 굳건한가?
다음 시리즈가 어떻게 나올지 봐야겠지만, 예전에도 여러 차례 말했듯이 큰 변화만 없다면 앞으로 계속 셜록 홈즈와 함께 늙어가고 싶다. 마틴(왓슨 역)과 나는 다른 셜록 홈즈와 왓슨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시작했으니까.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