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선후배이자 직장 동료, 내 남동생 혹은 오빠이거나 어쩌면 남자친구이기도 한 30대 남자들.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까? 서로 조금 더 이해하고, 잘 살아가기 위해 그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봤다.

서른이 되면

 

올해로 30대에 진입한 남자가 느끼는 다섯 가지 치명적인 변화.

 

1 과거의 영광이 된 에너자이저
술 마실 때 가장 뼈저리게 느낀다. 마실 때에도 그리고 그 다음 날도 확실히 예전과는 다르다. 일단 밤 12시를 넘기는 순간부터 눈꺼풀이 급속도로 만류인력의 법칙에 순응하기 시작한다. 새벽 1시가 되면 출근의 압박에 사로잡히고, 2시가 되면 무조건 집에 가야 한다. 안 그러면 다음 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으니까. 20대 때는 소주 두 병을 마셔도 다음 날 국밥 한 그릇이면 회복이 됐다. 지금은 그 절반만 마셔도 다음 날 지옥을 맛본다. 국밥은커녕 부대껴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 누워만 있고 싶다. 퇴근하고 싶다. 얼굴 부기는 또 왜 이렇게 빠지지 않는지. 다이나믹 듀오가 ‘하루를 밤새면 이틀은 죽어’라고 했지만, 이제는 하룻밤도 새우기 힘들어졌다.

 

2 여자는 어디서 만나나
XY염색체를 가진 30대 인류의 최대 고민. 대체 내 여자는 어디에 있는가? 20대 때는 소개팅도 가볍게 할 수 있었고, 술자리 합석도 어렵지 않았다. 조금만 용기를 내면 번호를 물어볼 수도 있었다. 이제는 쉽지 않다. “제가 올해 서른인데 합석하실래요?”라니, 해괴망측하다. 실제로 30대는 ‘밤과 음악 사이’ 같은 감성주점에서 실버세대로 불린다고 한다. 소개팅은 더 어렵다. 괜찮은 여자는 남자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고만고만한 남녀들끼리 피 튀기는 경쟁을 해야 하는데, 나이가 찬 만큼 눈도 높아져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 희대의 난제다.

 

3 내 머리카락을 지켜줘
언젠가부터 친구녀석들과의 술자리에서 탈모는 빠지지 않는 주제다. 악마의 그림자는 조금씩 모낭을 엄습해오고 있다. 머리카락이 전보다 훨씬 가늘어졌다. 너무 힘이 없어서 인삼이라도 먹이고 싶다. 재빨리 탈모샴푸로 바꿔보지만 한발 늦은 기 분이 든다. 방청소를 할 때마다 휴지통에 버려지는 머리카락의 수가 늘어간다.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수챗구멍을 점령한 검은 녀석들을 치우면서 눈물을 훔친다. 천만 탈모시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4 집은 살 수 있을까
결혼. 술자리에서 씹어먹기 좋은 안줏거리다. 근데 맛은 없다. 문제는 집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평범한 직장인이 작은 아파트 전셋집을 얻으려면 8년이 걸린다고 한다. 아무것도 안 하고 숨만 쉬면서 돈을 모았을 때 얘기다. 요즘은 빚내서 집 얻고 부부가 차근차근 같이 갚아나간다고 하는데, 나는 왜 이 트렌드에 동참하지 못할까? 부모님의 노후 자금을 욕심 낼 수도 없다. 혼수, 결혼식장 대여비, 신혼여행 등 신경 쓸 건 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결국은 또 미뤄야겠다고 생각한다.

 

5 왜 이렇게 배가 나오지?
술 때문일까? 많이 먹어서? 자세의 문제인가? 곰곰이 생각을 해봐도 정답은 하나다. 나잇살이다. 예전에는 며칠만 관리하면 쭉쭉 빠지던 몸무게가 몇 달이 지나도록 돌아올 생각을 안 한다. 결국 배가 점점 커진다. 이미 허리 치수를 몇 번이나 ‘업그 레이드’했다. 벨트의 구멍도 몇 개 더 뚫어야 할 판이다. 작년에는 꼭 맞았던 옷이 올해는 유난히 작게 느껴진다. 보관을 잘 못해 옷이 줄어든 것이라 위안하고 새 옷을 사기로 결심한다. – 박한빛누리(<더 스타> 피처 에디터)>

사랑하는 걸그룹

 

이제 ‘삼촌팬’이 된 그들이 지금 사랑하는 걸그룹.

 

1 에이핑크
30대 남자들의 마음에서 에이핑크의 위치는 공고하다. S.E.S나 핑클을 떠오르게 하는 에이핑크는 노래도 무난하게 듣기 좋고, 멤버들도 하나하나 보다 보면 매력 넘친다. 손나은이 제일 예쁜가 했더니 보미도 귀엽고, 요즘 <마이리틀 텔레비전>을 보니 남주도 재간둥이네?

 

2 여자친구
데뷔 초 소녀시대와 에이핑크를 타기팅한 게 명백하지만 비슷한 콘셉트의 ‘러블리즈’보다 좀 더 친근하고, 더 고군분투하는 느낌이라 좋다. ‘오늘부터 우리는~’ 후렴구만 들어도 힘이 난다, 힘이 나!

 

3 AOA
이런 인재들이 춤을 안 추고 악기를 연주했었다니! ‘짧은 치마’, ‘사뿐사뿐’, ‘심쿵해’는 모두 남자를 위한 노래다. 아무리 초등학교 때 답한 이상형이라지만 얼마 전 초아가 ‘잘생긴 사람이 좋다’고 해서 좀 섭섭했다. 그래도 괜찮다. 우리에겐 설현이 있으니까!

통계가 말한다

 

숫자가 말해주는 30대 남성들의 현재지표.

 

46.8%

남녀 모두 혼인연령은 올라가고 있는 추세다. 1990년에는 30~34세 남자의 혼인이 25.7%에 불과했지만 2014년에는 전체 혼인 중 절반에 가까운 46.8%를 차지했다.

 

67.5%

201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67.5%가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 혹은 ‘하는 편이 좋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여성의 경우는 57%에 그쳤다. <동아일보>의 설문 조사 결과는 조금 더 씁쓸하다. 정규직 남성의 57.9%는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 반면에 비정규직 남성은 35.7%만이 ‘결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경제적인 심리적 결혼한계선은 ‘월급 2백만원’이었다.

 

44%
놀랍게도 전 연령대에서 30대 남성의 비만율이 44%로 제일 높았다. 뿐만 아니라 영양상태는 물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30대 남성 10명 중 8명은 자신이 고혈압인 사실조차 모르며, 아침식사를 거르고 점심이나 저녁을 사 먹는 비율도 가장 높다. 10명 중 9명은 나트륨 권장 섭취량의 2배 이상을 매일 먹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흡연과 음주를 즐김에도 정작 우울증 비율 역시 6.7%로 남성 연령대 중에서 최고를 기록했다.

 

6만 7천 명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80년대 중반부터, 여아 선별 낙태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성별 불균형’이 심화됐다. 그때 태어난 남성들이 30대가 된 지금, 30~34세 남성 인구는 동일 연령대 여성보다 6만7천 명 더 많다. 이 현상은 당분간 심해져서 현재 25~29세 19만5천 명, 20~24세는 남자가 21만4천 명 더 많은 상황. 연애 시장의 핵심 연령대인 20~34세에서 47만 명의 남성이 ‘남는’ 셈이다.

 

3513만원

임금근로시간 정보시스템의 자료를 기초로 분석한 2014년 30~34세 남성의 평균 연봉은 3,513만원으로 밝혀졌다. 상위와 하위 25%를 제한 중위권 50%의 연봉은 3,680만원. 35세~39세의 평균 연봉은 4,099만원으로 극적인 변화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36.6명

통계청의 ‘2014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7.3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30대 남성 자살률은 36.4명에서 36.6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한국의 자살률은 OECD 평균(12명)의 두 배로 2위인 일본의 18.7명과도 크게 차이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