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다 좋은 그와 나 사이에 거대한 문제가 등장했다.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바로 내 남자의 ‘그곳’이라면, 이 관계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까? 섹스 때문에 고민하는 당신을 위해서 <얼루어>가 해결 방법을 모색했다.

그와 그녀는 지금 호텔 라운지 바에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다. 남자는 위층 객실을 예약해뒀고, 그녀도 그 사실을 안다. 처음으로 같이 밤을 보내는 두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상황인 셈. 잠시 뒤 자리에서 일어난 두 사람은 객실로 올라가 침대 위에 함께 눕는다. 드라마에서라면 더 이상의 상황을 화면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했네, 했어!’를 외칠만한 상황이지만 비극적이게도 그날밤 두 사람은 진정한 의미의 섹스를 하지 못했다. 시간과 장소, 분위기, 모든 것이 완벽한 상황에서 그렇지 못했던 것이 단 하나 있었으니, 바로 그의 ‘그곳’이었다.

이런 당혹스러운 상황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별로 문제가 없었어요. 하지만 삽입을 앞두고 알게 됐죠. 그의 페니스가 제대로 발기하지 않았다는 걸요!” 회사로 몇 번이고 꽃다발을 보낼 정도로 자상했던 남자친구와의 첫날밤, A에게 생긴 일이다. “민망하기도 하고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그는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그날 밤만 문제였던 건 아니었거든요.” 그런 어색한 순간을 서너 번 보낸 이후 A는 결국 그와 헤어졌다. 헤어진 이유에 섹스 문제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

섹스는 성욕의 해소이자 육체적인 동시에 뜨거운 정서적 교감이기도 하다. 섹스 칼럼니스트인 현정이 자신의 칼럼에서 ‘단단해진 페니스는 대단히 명확한 애정 표현이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처럼 딱딱하게 발기한 페니스는 ‘남자가 나를 원하고 있고,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따라서 반대의 경우, 여자는 ‘이 남자가 날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 것인가’ 의심할 수밖에 없으며 심한 경우 모멸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한편 여자들은 발기부전이나 조루, 충분히 크지 않은 페니스 크기 등의 성적인 문제 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내 남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예민한 문제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섣불리 문제에 대해 말을 꺼내기 어려운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계속해서 쌓이면 여자 쪽에서도 불만과 의심이 생긴다.

“남자의 발기는 본능적인 거라고 믿어왔는데, 남자친구가 저를 보고 발기가 되지 않는다는 게 충격적이었어요. 술, 야근, 스트레스, 불편한 자세 등 계속되는 그의 변명을 듣는 것도 지쳤고요.” A는 말한다. 조루 증상이 있는 남자친구와 반년 넘게 연애를 유지하고 있는 B는 어떨까? “사실 섹스가 만족스럽지 않은 건 큰 문제가 아니었어요. 삽입 시간은 짧아도 전희만으로도 충분할 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예전에 만난 사람 중에 자기와 한 섹스를 못 잊은 여자가 있다느니, 다음 번엔 더 죽여주겠다는 식의 허세를 떨 때 속으로 코웃음을 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녀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남자친구의 그곳이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불만족스러운 섹스에 대해 남자친구는 물론 그녀들 자신도 솔직히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의학적인 도움을 받을 수는 없을까? 궁금증을 안고 비뇨기과로 향했다.

서울 N비뇨기과의 이준석 원장은 발기부전을 비롯 조루 등 성기능 문제가 20~30대 남성들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문제임을 먼저 지적한다. “흔히 30대 중반부터 남성의 성욕이 감소한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 젊은 나이에도 호르몬 문제로 인해 성욕이 급격히 감소할 수 있어요. 전립선염 같은 질병이 조루나 발기부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요. 건강 문제일 수도 있죠. 극단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발기부전 때문에 피검사를 했는데 뇌종양이 발견된 적도 있거든요.” 발기부전은 총 세 종류로 나뉜다. 아예 시작이 안 되는 것, 유지가 안 되는 것, 그리고 충분히 딱딱하지 않은 강직도 문제도 발기부전에 속한다. 심리적인 원인을 살피는 일 또한 중요하다. “흡연, 갑작스러운 체증 증가 같은 생활 습관에 변화가 있는지 체크한 이후에 그 다음으로 확인하는 것이 심리적인 문제가 있느냐죠. 다른 사람하고는 문제가 없는데 파트너하고만 문제가 있다거나, 영상물을 볼 때는 발기에 문제가 없는 데 실전에서만 문제가 발생한다면 심리적인 원인일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렇다면 갑작스럽게 성기능 장애가 생길 수도 있을까? 이준석 원장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문제 없던 파트너와의 관계에서도 갑작스럽게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 검사 결과 이상이 없고, 심리적인 이유가 원인으로 여겨진다면 파트너와 대화를 많이 할 것을 권해요. 본인의 판단에 맡기긴 하지만 파트너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거든요. 최근에는 젊은 분들 중에는 아예 여자친구가 가보라고 해서 왔다는 분도 있고, 커플이 같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 대화는 어떤 경우에서든지 중요하다. 문제는 ‘어떻게’ 대화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다! ‘네 게 너무 작아서 만족이 안 돼’, ‘너 조루인 것 같아’라는 말을 어떻게 남자친구에게 할 수 있을까! 미국판 <맨즈헬스>의 에디터, 태미 워스는 칼럼 ‘What She Really Thinks of Your Penis’에서 발기부전인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극복한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두 사람의 관계에서 섹스가 가장 중요하지는 않다는 것, 삽입 외에도 그와 함께 있어 좋은 점들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남자친구로부터 솔직한 이야기를 듣는 데 도움이 됐음을 밝힌다. 사실 성기능 장애를 겪고 있는 남성들 중 자신이 문제가 없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A와 B의 남자친구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다만 내가 상대방을 만족시키지 못했음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일 뿐이다. ‘그것도 이해 못해줘?’, ‘그게 그렇게 중요해?’ 같이 상대방 여자에게 무작정 넓은 이해심을 바라는 것도 그 때문이다.

태미 워스의 이야기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전희에 집중하기로 했다. 고등학생들처럼 애무를 즐겼다. 서로를 몇 시간이고 쓰다듬고, 키스하고, 만졌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진짜 친밀함을 즐기는 법을 배웠다.” 그녀는 이런 방법이 발기부전을 극복하기 위해 커플이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일 중 하나임을 언급한다. 성기가 아닌 스킨십으로도 성적인 즐거움을 느끼고 만족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면 커플들은 방법과 기술이 아닌 즐거움을 주는 사실에만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발기부전이나 조루처럼 심리적인 문제가 아닌, 타고난 성기 자체가 작은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평균 길이 6.9cm인 한국 남성의 페니스 크기는 다른 나라 남자들에 비해 작은 편에 속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터넷 뉴스 창에 떠도는 수많은 음경 확대술 광고를 보면 한국 남성 중 상당 부분이 페니스 크기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게 아닌지 의문스럽다. 그러나 음경확대술과 섹스의 만족도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한 이준석 원장의 답변은 뜻밖이었다. 음경 확대술은 남성이, 파트너보다는 본인의 만족을 위해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음경확대술을 받는다고 해도 길이는 2cm가량 길어질 뿐이에요. 심지어 발기 전의 상태가 커지는 것이지, 발기 후의 크기까지 조절할 수는 없습니다. 파트너의 만족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본인의 만족을 위해 수술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죠.” 많은 여성이 작은 것보다는 크고 굵은 페니스가 만족스럽다고 하지만 음경의 굵기, 길이와 성적인 만족도의 상관 관계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결국 수술 역시 수치적 변화를 줄 뿐이며, 그 외의 효과는 결국 심리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수술 후 남성이 자신감이 생겨 섹스에 적극적이 된다면, 결론적으로 섹스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겠죠. 같은 시술을 받았는데도 파트너가 오히려 변한 성기를 맘에 들어 하지 않는다면 예전보다 관계가 나빠질 테고요.” 이처럼 작은 페니스와 음경 확대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이 역시 심리적인 문제이므로 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어쩌면 섹스 자체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많은 남성은 무작정 오래하고 정력이 좋으면 여자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잖아요. 본인과 상대방의 접근이 언제나 가장 중요한 거죠. 어떻게 보면 성형수술과도 비슷해요. 수술 이후 인생이 엄청나게 드라마틱하게 바뀔 것 같지만 그런 일은 사실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요.” 그러니 지금 당장 그와 대화를 시도해보길. 얘기조차 해보지 않고 포기하기에는 그의 다른 점들이 너무 아쉽다고 느껴진다면 말이다. 완벽한 해결책을 얻지 못하더라도, 문제를 직시하고 대화하기 시작한 두 사람이 침대에서 조금 더 친밀한 관계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어 쩌면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관계 자체가 새로이 시작될 수도 있다.

 

 

●비뇨기과에서 물어본 것들

ㅡ 조루를 위한 시술도 있을까? 음경의 신경 일부를 차단하는 시술이 있으나 신경이 재생되는 등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현재 국제성의학회에서는 해당 시술에 대해 노코멘트를 고수하고 있다.
ㅡ 음경확대술의 방법과 비용은? 자가피부 이식법이나 화상 환자 치료를 위해 기증받은 피부로 만든 대체진피를 사용하는 게 가장 흔하며, 지방을 이식하거나 필러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비용은 3백~5백만원 정도가 일반적이다.
ㅡ 비아그라 같은 보조제는 도움이 될까? 병원에서 제대로 의사의 처방을 받고 구입한다면 문제가 없다. 중독이나 금단증상에 대한 문의가 많지만 심리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하루에 하나만 먹을 것을 권한다.

ㅡ 사정을 많이 하면 성기능 장애가 올 수 있을까? 지나친 자위 때문에 자극에 무감각해지거나, 문란한 성생활로 인해 성병이 걸리지 않은 한 사정 횟수 자체가 문제를 끼치지는 않는다. 남성이 일생 사정할 수 있는 횟수가 정해져 있다는 것은 근거 없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