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만 미식가가 될 수는 없다. 장안의 소문난 미식가들이 일주일 미식 스케줄을 공개했다. 미식가의 단골집과 늘 먹는 메뉴들. 평범한 듯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음식이 일주일을 빼곡히 채웠다. 적어두고 가봐야 할 곳이 84곳이나 된다.

1 수하동의 곰탕 2 지아니스 나폴리의 마르게리타 피자 3 삼호 짱뚱어의 짱뚱어탕 

1 수하동의 곰탕지아니스 나폴리의 마르게리타 피자 3 삼호 짱뚱어의 짱뚱어탕

 

 

 

월요일
점심 수하동, 곰탕
사장님의 아버님이 강남 하동관 주인장인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야기. 그만큼 하동관의 DNA를 가지고 삼대째 이어가고
있는 곰탕집이다. 정갈한 조선양반의 식탁. 따뜻한 방짜유기에 한 그릇 푸짐하게 말아 나오는 국밥에는 우리 한우 특유의 고소함과 깊은 맛의 정이 가득 담겨 있다. 곰탕 1만원, 특곰탕 3만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종로 33 GS그랑서울 지하1층 문의 02-2158-7658

저녁 홍도야 빈대떡, 김치찌개
‘오소독스한’ 전라도 김치, 두툼한 마장동표 돼지 목살, 넉넉한 주인 아주머니의 마음처럼 잊히지 않는 80년대 김치찌개의
풍미를 그대로 간직한 집. 허름한 모양새와 비록 ‘빈대떡’이라는 간판이 올라가 있어도 김치찌개만 찾게 되는 숨겨진 맛집이다. 어스름한 저녁에 들러 반주 한 잔에 김치찌개를 먹는다. 김치찌개 1만5천원. 주소 서울 동대문구 제기로 7-1 문의 02-953-1092

 

화요일
점심 삼호 짱뚱어, 짱뚱어탕
7첩반상에 1만원도 안 되는 착한 가격에 인근 영화사 관계자, 광고회사 직원 등 이미 좋은 소문에 성업 중인 곳이지만, 늦 게 가면 반찬이 떨어졌다고 계란프라이라도 얹어 주시는 이모들의 마음이 고맙다. 짱뚱어 전문점이므로 둘이서 백반 하나에 탕 하나 시키면 ‘득템’한 기분이 든다. 짱뚱어탕 1만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34길 11 문의 02-547-1416
저녁 하루, 닭껍질 구이
때로는 강남이 아닌 다른 곳에서 다른 분위기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을 때 마포에 있는 하루를 찾는다. 다양한 ‘젊은’ 일본식 꼬치구이를 즐기고 싶을 때도 좋다, 하루 종일 고수부지 사이클링을 하고 연남 둔치 쪽으로 빠져서 즐길 때도 있다. 닭껍질 구이와 초리조를 강추한다. 닭껍질 구이 4천5백원.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29길 32 문의 02-325-5050

 

수요일
점심 지아니스 나폴리, 마르게리타 피자
우리나라에 내로라하는 피체리아는 다 가보았지만, 이탤리언조차 맛있다고 놀라는 피체리아 지아니스 나폴리. 남부 음식이 라 두터운 도우와 얇게 토핑된 치즈가 미8군 입맛의 나에게는 못내 아쉽기도 하지만, 신선함이 느껴지는 마르게리타 피자는 꼭 먹어볼 것. 차가운 소아베 와인 한 잔과 같이 즐기면 그곳이 나폴리다. 마르게리타 피자 1만7천5백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94길 7 문의 02-566-0501

저녁 피터팬 베이커리, 깜빠뉴
2대를 이어 빵집을 경영하는 박지원 사장의 빵집. 이곳 빵은 무시할 수 없는 ‘아티산 브레드’이다. 아버님의 엄격한 경영철학 때문인지. 빵 안에 사람이 있다. 깜빠뉴는 유난히도 ‘영혼’을 느끼게 한다. 하루 이틀 사이에 말라비틀어지는 대기업 ‘제품’과는 달리, 찬장에 보관해도 거친 외견과 쫄깃하며 보드라운 속살은 며칠을 버티어내는 빵. 참으로 어찌 만드는지, 그 속을 알 수 없다. 바로 그 ‘빵’으로 만드는 샌드위치 또한 점심으로 일품이다. 깜빠뉴 하프 사이즈 3천5백원.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증가로 10 문의 02-336-4775

 

 

1 피터팬 베이커리의 깜빠뉴 2 소피의 에그 베네딕트 3 반피차이의 푸팟뽕커리

1 피터팬 베이커리의 깜빠뉴 2 소피의 에그 베네딕트반피차이의 푸팟뽕커리

 

 

목요일
점심 백송, 설렁탕

경복궁 옆에 있어 역대 청와대 주인들께서 한번씩은 들러간 곳. 고가의 설렁탕, 고기 가격에 놀라기도 했지만, 즐길 수만 있다면 식도락이다. 이토록 맛있고 깔끔한 설렁탕의 고기를 다른 곳에서는 먹어보지 못했다. 황금빛이 유유히 도는 편육, 잡 냄새 없이 뽀얀 육수만 보아도 국밥 한 그릇에 쏟는 정성이 느껴진다. 저녁시간에 수육도 즐기고 따로 내어주는 육수를 안주 삼으면 맑은 체부동 가을하늘이 수묵화처럼 느껴진다. 설렁탕 1만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52-1 문의 02-736-3565
저녁 평양면옥, 만둣국
폭주한 다음날 아무것도 속에 들어오지 않고, 숙취에 머리는 아프고, 알코올의 온기가 가시지 않을 때는 곧바로 평양면옥에 간다. 무정하리만큼 무자극적인 육수. 자존심 없이 툭툭 끊기는 면발. 하지만 한 그릇 꾸역꾸역 비우고 나면, 투명하리만큼 맑아진 머리와 가슴 훅 터지는 상쾌함에 다시 찾아오게 되는 ‘약방’이다. 여름이 가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다시 봄이 올 때까지 만둣국을 먹는다. 만둣국 1만1천원. 주소 서울 중구 장충단로 207 문의 02-2267-7784

 

금요일
점심 소피, 에그 베네딕트와 팬케이크
핫 플레이스 경리단. 그 최고봉에 브런치 카페 소피가 있다. 7평 남짓한 작은 실내. 그러나 진정한 에그 베네딕트와 팬케이크를 제대로 하는 집이다. 두툼하고 폭신하게 잘 부푼 팬케이크에 피칸, 초콜릿, 블루베리 등을 선택해 제대로 된 미국식 팬케이크를 즐길 수 있다. 다양한 블렌딩 티와 커피도 준비되어 있어 데이트 코스로도 아주 좋다. 팬케이크 1만5천원, 소피 에그 베네딕트 1만9천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 89 문의 02-3785-0112

저녁 반피차이 푸팟뽕커리
‘푸팟뽕커리’를 이 집만큼 맛있게 만들어내는 태국 식당을 아직 못 찾았다. 달콤하고 짭조름한 부드러운 커리는 마약 같은 소스다. 꽃게와 소스를 안남미와 비벼 먹으면 맥주가 쑥쑥 들어간다. 더 좋은 건 괜찮은 가격의 화이트 와인들. 세 명이서
요리 두 개 시키고 소비뇽 블랑 와인을 한 병 마셔도 10만원을 넘지 않는다니, 할렐루야. 푸팟뽕커리 3만5천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124길 23 문의 02-3444-9920

 

토요일
점심 아야진 생태찌개, 생태찌개
비가 오면 생각나는 생태찌개집. 어린 시절 집에서 어머니가 끓여 주는 생태찌개를 좋아했다. 얼큰한 생선 육수에 보드라운
생태살과 일명 ‘고니’라고 불리는 생태 내장을 추가로 넣고 끓이면 한여름에도 식당 유리창에 이슬이 맺힌다. 뜨거운 국물과 생태살 한 점을 삼키면 목구멍이 뜨거워진다, 내 이마에 송골송골 이슬이 맺히면 어느새 비운 찌개 냄비에 가족들과의 시간이 담겨 있다. 생태찌개 1만1천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10길 8 문의 02-555-2680
저녁 리츠칼튼 리츠바, 디저트 뷔페
최근 은은한 분위기의 리츠바의 런치 디저트 뷔페가 인기였다. 다양한 디저트와 쿠키, 과일 등이 아기자기하고 다채롭게 꾸며져 있다. 두 입 크기에 따뜻하게 준비되는 영국식 스콘은 같이 제공되는 허브티와 너무나도 사르르 녹는다. 젊은 마드모아젤의 소셜 모임 및 데이트 코스로 추천! 주말에 한번 꼭 시간을 내어보자! 성인 1인 3만5천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120. 2층 문의 02-3451-8271

 

일요일
점심 사돈집, 물곰탕
지난 수년간의 가족 여행은 강원도 속초였다. 고된 자동차 여행의 종착지는 아버지와의 반주이고 다음 날 ‘아점’은 여기 ’사돈집’. 시원한 물곰탕과 곁들여 나오는 생선조림은 냉동이건 생물이건 관계없이 그야말로 ‘꿀맛’. 칼칼한 강원도 여행의 하루를 든든하게 시작하게 하는 토속 명문집이다. 줄 서서 기다리는 건 감수하자. 물곰탕 1만5천원. 주소 강원도 속초시 영랑해안 1길 8 문의 033-633-0915

저녁 은경이네, 양미리구이
주인은 ‘은경이’가 아니다. 차가운 가을 밤바닷가에 줄 서 있는 동명항 포장마차 중 한 집이지만. 속초 바다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초짜였을 때는 모둠을 주문하면 제일 좋은 줄 알았지만, 각각의 메뉴로 주문하기를 추천한다(서울사람 티를 안 내려면 더욱). 특히 바닷바람에 꾸덕꾸덕 반건조된 양미리 구이(1만원에 열두 마리!)를 추천한다. 두 손을 호호 불며 입으로 뜯으면, 그 뜨거운 열기에 바닷바람 찬 기운도 사라진다. 양미리구이 1만원 . 주소 강원도 속초시 영랑해안길 117-3 문의 010-2253-07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