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만 미식가가 될 수는 없다. 장안의 소문난 미식가들이 일주일 미식 스케줄을 공개했다. 미식가의 단골집과 늘 먹는 메뉴들. 평범한 듯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음식이 일주일을 빼곡히 채웠다.적어두고 가봐야 할 곳이 84곳이나 된다.

 

1 김록훈 베이커리의 크랜베리 닭가슴살 샌드위치 2 평양면옥의 평양냉면 3 사마리칸트의 양배추 고기말이 4 뜨라또리아의 앤초비 파스타 

1 김록훈 베이커리의 크랜베리 닭가슴살 샌드위치 2 평양면옥의 평양냉면 3 사마리칸트의 양배추 고기말이 4 뜨라또리아의 앤초비 파스타 

 

 

 

월요일
아침 김록훈 베이커리, 크랜베리 닭가슴살 샌드위치
샌드위치는 ‘빵맛’이 절반인 음식이다. 김록훈 베이커리의 크랜베리 닭가슴살 샌드위치는 크랜베리와 피칸이 터질 듯이 들어 있어 한입 물면 속 재료가 손등 위로 줄줄 흐르는 보드랍고 촉촉한 샌드위치다. 출근길에 가파른 언덕배기를 올라 굳이 이곳을 찾는 이유다. 크랜베리 닭가슴살 샌드위치 6천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8길 23 문의 02-581-7795

점심 가미우마, 안심 돈가츠 정식
강남YMCA 건물 안 가미우마의 주인아주머니는 일본인인데, 지금의 식당 뒤편에서 지금보다 훨씬 작은 식당을 운영했더랬다. 그는 그 자리의 새로운 주인에게 자신의 장기인 카레라이스 레시피를 돈 한 푼 안 받고 넘겼다. 카레라이스가 먹고 싶어 찾아온 손님들이 실망하고 돌아갈 것을 염려해서다. 그녀의 새 메뉴는 수제 안심 돈가츠다. 쫀쫀한 살코기와 바삭한 튀김옷이 어우러진 진짜배기 돈가츠. 음식은 마음이다. 안심 돈가츠 정식 1만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615 강남YMCA 문의 02-511-0560

저녁 우동국수, 우동국수
인왕시장 앞에서 파는 3천원짜리 국수. 주인아주머니가 주문 즉시 육수를 끓이고 면을 뽑는다. 가격을 생각하면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저녁식사다. 최근에는 아주머니가 다리를 다쳐서, 그의 딸이 운영하는 바로 옆 ‘우동 대박 포차’를 이용 중이다. 우동국수 3천원.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통일로40길 5 문의 02-391-3319

 

화요일
아침 아티제, 팽오쇼콜라
아메리카노는 회사 인근 카페들 중 최악이고, 마카롱과 빙수는 가격을 생각하면 쉽사리 용서가 안 되는 맛이다. 내가 아티제 서포터즈가 절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갓 구운 아티제의 아침 빵만은 예외다. 크루아상이나 팽오쇼콜라 같은 페이스트리는 의외로 제값을 한다. 팽오쇼콜라에 아메리카노 한 모금. 일주일 중 가장 우울한 화요일 아침의 소울 푸드다. 팽오쇼콜라 2천5백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45길 6 문의 02-540-1790

점심 평양면옥, 평양냉면
평양냉면치고 비교적 담백한 육수와 적당히 굵은 면발이 특징이다. 회사 근처에 이런 평양냉면집이 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복된 일이다. 월요일 저녁에 분명 술을 마셨을 것이므로 해장 겸 방문. 삶은 달걀 빼고, 순면으로! 평양냉면 1만1천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150길 6 문의 02-549-5378

저녁 사마리칸트, 양배추 고기말이와 양 간 꼬치 양배추 고기말이는 엄밀히 말하면 비트와 토마토소스로 붉은색을 낸 러시아식 수프인데, 푸틴같이 생긴 아저씨들 사이에서 터프하게 후루룩 떠먹어야 제 맛이다. 양 간 꼬치는 주문이 안 되는 날이 많아서 주문이 가능하다고 하면 무조건 시킨다. 양의 간이 이렇게 컸나 싶을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에 매번 감탄. 양배추 고기말이 1만원, 양 간 꼬치 7천원. 주소 서울시 중구 마른내로 159-10 문의 02-2277-4261

 

수요일
아침 굴다리식당, 김치찌개와 제육볶음
큼직한 양은그릇에 듬뿍 퍼주는 묵은지 찌개와 튼실한 제육의 만남!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기에 남편이랑 둘이 가서 하나씩 시켜 같이 먹는다. 다이어트와 잠시 이별한 기간이라면 안주용으로 별도 판매하는 무지막지하게 두꺼운 계란말이도 슬쩍 주문한다. 김치찌개 7천원, 제육볶음 1만원. 주소 서울시 마포구 새창로 8-1 문의 02-712-0066

점심 만나분식, 떡볶이
속칭 ‘은마 떡볶이’로 통하는 은마상가의 이 유서 깊은 분식집은 예나 지금이나 맥없이 툭툭 끊기는 낭창낭창한 옛날 떡볶이를 고집한다. 학창 시절부터 이곳을 드나든 프로페셔널 단골들은 만나분식에서 결코 떡볶이만 먹지 않는다. 떡볶이와 사리와 튀김 1개와 만두 1개와 달걀 1개와 오뎅이 한 세트인 ‘A코스’ 정도는 되어야 한다. 1천 원짜리 뻥튀기 아이스크림은 후식으로 꼭 먹어야 한다. 떡볶이 2천5백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212 은마아파트 (12동) 12 문의 02-557-7040

저녁 뜨라또리아, 앤초비 파스타
어언 8년째 들락거리고 있는 가로수길 식당. 집집마다 맛이 다르고 수준 차가 큰 파스타 중 하나가 앤초비 파스타다. 뜨라또리아의 앤초비 파스타는 말하자면 내가 태어나서 처음 맛본 김치 같은 존재. 매번 핏줄 당기듯 찾게 되는 맛이다. 파스타 맛을 돋우는 데는 ‘피렌치의 비스트로에 온 것 같은’ 분위기도 한몫한다. 앤초비 파스타 1만5천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19길 20 문의 02-6402-1614

 

 

1 조선김밥의 오뎅김밥 2 다이닝 인 스페이스의 디너코스 3 다이닝 인 스페이스의 디너코스

1 조선김밥의 오뎅김밥 2 다이닝 인 스페이스의 디너코스 3 다이닝 인 스페이스의 디너코스 

 

 

목요일
아침 코피티암, 카야토스트
카야토스트는 코코넛과 계란으로 만든 카야잼을 곁들여 먹는 싱가포르식 아침 식사. 서구의 취향이 깃든, 동남아 특유의 식민지 시기 음식이다. 바싹 태운 빵 사이에 가염 버터를 넣고 카야잼을 바른 것이 전부인 초라한 토스트지만, 한번 먹으면 종국에는 빵가루를 흘려가며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게 된다. 연유가 듬뿍 들어간 코피티암 커피를 곁들인다. 카야토스트 3천5백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4길 7 문의 070-7670-8837

점심 빠니스, 티앙 샌드위치 세트
지중해 사람들이 즐겨 먹는 화덕구이 샌드위치. 제철 재료를 갈아 만든 프랑스식 수프가 딸려나온다. 일드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이 떠오르는 수프와 샌드위치. 혼자 먹기 아까울 정도로 푸짐한 양이지만 혼자 가서 먹는다. 티앙 샌드위치 세트 1만4천원. 주소 서울시 서초구 서래로6길 10 문의 02-537-3829

저녁 원효로, 생연어회와 소등심구이
이자카야 원효로의 쿨한 사장님이 숭덩숭덩 썰어 주는 생연어회 열두 점은 애피타이저다. 양파와 마늘을 넣고 스테이크소스로 달큼하게 볶은 소등심구이는 메인 요리. 앞으로 사흘 연속 내리 술을 마실 나의 간을 위한 보양식이며 본격 축제를 앞둔 전야제랄까. 생연어회 1만2천원, 소등심구이 1만5천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백범로 330 문의 02-702-4550

 

금요일
아침 타이거 에스프레소. 플랫화이트
외부음식 반입이 가능한 은혜로운 카페. 바로 앞에 있는 빵집 ‘빵’에서 치아바타를 구입해 플랫화이트와 함께 먹는다. 플랫화이트는 에스프레소 위에 촘촘한 우유거품을 올린 호주식 라테인데, 파는 곳이 별로 없을뿐더러 이곳처럼 제대로 하는 곳을 찾기란 더더욱 어렵다. 라마르초코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한다. 플랫화이트 5천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46길 37 문의 02- 6095-0304

점심 사이토, 돈코츠 라멘
연남동 사이토의 돈코츠 라멘은 내게 해장하러 갔다가 결국 또 낮술 한 잔 걸치게 만드는 악마의 라멘이다. 불향을 입힌 두툼하고 야들한 차슈, 젓가락으로 쿡 찌르면 노른자가 쫄쫄 흘러나오는 반숙 계란, 일반적인 돈코츠 라멘보다 좀 더 굵고 쫄깃한 면발…. 8천원짜리 라멘 한 그릇에 콜라와 사이다와 커피와 밥을 무제한 제공한다. 쿠마모토 돈코츠 라멘 8천원.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26길 43 문의 02-323-0723

저녁 운봉산장, 배갈비 수육
양고기 부위 중 하나인 배갈비를 곁들여 나오는 부추와 함께 먹으면 특유의 원초적인 향이 살짝 줄어들어 초심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열심히 뜯다 보면 어느새 수저 옆에 갈빗대가 패총처럼 쌓이곤 한다. 코르키지 비용이 없어 와인을 필히 한 병쯤 챙겨간다. 배갈비 수육 100g 1만원. 주소 서울시 동작구 장승배기로 118-1 문의 02-815-2850

 

토요일
아침 조선김밥, 오뎅김밥
고추냉이가 들어 있어 울면서 먹는 안국역의 오뎅김밥. 또 하나의 시그니처 메뉴인 조선김밥과 함께 번갈아 먹으면 눈물이 멈춘다(꽃나물이 들어간 사랑스러운 김밥이다). 여유 있는 날엔 된장 간을 한 되비지찌개를 수프처럼 곁들여 먹는다. 여자 혼자 3인분이라니 기가 차지만, 가게를 둘러보면 그런 손님이 지천이다. 오뎅김밥 4천원(포장 3천5백원). 주소 서울시 종로율곡로1길 78 문의 02-723-7496

점심 신성각, 짜장면
신성각은 내가 효창공원으로 이사한 당시 처음으로 마음을 준 식당이다. 주인아저씨가 독야청청 두들겨 뽑은 수타면에 각 종 채소를 푸짐하게 올린 심심한 짜장면은 포크로 뚝뚝 떠먹어야 입안 가득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짜장면 4천5백원. 주소 서울시 마포구 임정로 55-1 문의 02-716-1210

저녁 다이닝 인 스페이스, 디너코스
믿고 먹는 프렌치 코스. 최소한의 터치로 가슴을 두드리는 노진성 셰프 특유의 깔끔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요즘은 ‘서프라이즈’로 가득한 식당보다 이렇듯 ‘스탠더드’한 곳에 더 마음이 간다. 게다가 ‘서프라이즈’한 전망! 아라리오 뮤지엄 꼭대기에 위치한 레스토랑은 창덕궁과 광화문 인근 경관을 병풍처럼 펼쳐 보인다. 디너코스 8plates 10만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83 문의 02-747-8105

 

일요일
아침 퀸시바, 코케허니
파나마 모자를 즐겨 쓰는 나이 지긋한 주인아저씨의 센스에 반해 주말마다 들르는 동네 카페. 코케허니는 열대과일 향이 나는 에티오피아 커피다. 손님이 많을 때면 솜씨 좋은 사장님의 양손 드립 묘기를 관람할 수 있다. 가게 안쪽에는 아담한 꽃집과 해외 요리 서적을 판매하는 서점이 숨어 있다. 코케허니 싱글샷 4천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37 문의 02-733-2233

점심 어머니와 고등어, 공깃밥 정식
홍대 일대에서 정갈한 가정식 백반을 내는, 젊고 배고픈 영혼들의 안식처. 개인적으로 ‘집밥 같은 가정식’을 표방하는 곳에 약간의 반감을 갖고 있는데 이곳만큼은 예외다. 짭조름한 안동 간고등어 구이와 된장찌개 한 스푼. 딱 엄마 손맛이다. 2인상 1만7천원. 주소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17길 24-3 문의 02-337-0704

저녁 영춘옥, 곰탕과 뼈다귀
영춘옥의 곰탕은 달다. 대파로 낸 맛인지 간장으로 낸 맛인지, 어쨌든 엄마가 끓인 곰탕보다 무척 달다. 그 달달한 국물에 새콤한 깍두기를 서걱서걱 썰어 풀면 세상에서 제일 고급스러운 김치찌개 맛이 난다. 메뉴에 없어 은밀히 주문해야했던 뼈다귀는 어느덧 정식메뉴가 됐다. 그 바싹 마른 꼴을 보면 이게 과연 사람 먹으라고 준 건가 싶지만 먹기 시작하면 앞사람이 안 보인다. 소주를 음료수처럼 마시게 될 수 있으니 조심할 것. 곰탕 7천원, 뼈다귀 2만7천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5가길 13 문의 02-765-4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