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부터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격렬하게 운동을 하고 나온 것도 아닌데 24시간 내내 붉은 기가 사라지지 않는 코. 딸기코로 고민하던 에디터가 직접 피부과 전문의를 만났다. 붉은 코에서 해방되는 방법들.



“딸기코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하겠어요.” 백미러로 내 얼굴을 힐끔 보던 택시 기사가 무심히 말했다. 당신의 딸이 오톨도톨 빨간 코 때문에 안 받아본 치료가 없다는 말을 친절하게 덧붙이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택시에서 내렸지만 집에 돌아와서 거울을 얼마나 오랫동안 들여다봤는지 모른다. 사춘기 시절부터 무분별하게 손으로 마구 짜낸 블랙 헤드 때문일까. 전반적으로 붉고 넓은 모공에 움푹 파인 여드름 흉터도 몇 개 자리 잡은 코. 코가 다른 피부에 비해 다소 붉은 편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화장으로 충분히 가려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그것도 나를 처음 보고 단 몇 초 만에 그런 진단을 내렸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 사람들이 다 내 코만 보는 것 같았고, 거울을 마주할 때마다 코 위의 넓디넓은 모공만 눈에 들어왔다. 이제 이 붉은 코를 치료할 때가 된 것이다.

당신도 딸기코?

먼저 ‘딸기코’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야겠다. 딸기코의 의학적 병명은 주사, 영어로는 ‘로사세아(Rosacea)’로 얼굴이 ‘장미처럼 붉다’는 의미다. 사실, 딸기코는 이 주사 중에서도 가장 심한 말기 증상에 해당한다. 주사는 흔히 안면홍조, 혈관성 주사, 염증성 주사, 딸기코 단계로 이뤄지는데 주사의 1단계라 할 수 있는 안면홍조는 얼굴이 쉽게 달아오르고, 붉어진 피부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 증상을 뜻한다. 혈관성 주사는 실핏줄이 늘어나서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증상이다. 얼굴의 특정 부위에 항상 붉은 기가 돈다면 혈관성 주사를 의심해봐야 하는데 심할 경우는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따끔거릴 수도 있다. 3단계인 염증성 주사는 모세혈관의 확장이 심해지면서 여기에 여드름과 비슷한 뾰루지가 함께 올라오는 상태. 마지막으로 주사의 말기 증상인 딸기코는 이 염증이 만성화되면서 피부에 구진 즉, 1cm 미만의 작은 몽우리가 솟아 울퉁불퉁 해진 상태를 말한다. 주사는 30대 이후에 많이 나타나며 여자에게 흔하지만 심한 증상은 주로 남자에게 생기는 경우가 많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인의 경우 딸기코 증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 “25년간 수백 명의 주사 환자를 치료해왔지만 딸기코 증상은 그중 2~3명에 불과했어요. 멜라닌 색소가 적어서 피부 손상이 쉽게 일어나는 백인과 달리 동양인의 경우 염증성 주사나 딸기코로까지 악화되는 경우는 없거든요 .”에스앤유 피부과 김방순 원장에 따르면 딸기코를 고민하며 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대부분 혈관성 주사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저 코 피부가 매끈하지 않다고 딸기코는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 딸기코 증상의 사진을 봤는데, 진짜 딸기처럼 전체적으로 붉고 몽글몽글한 코 피부 사이에 까만 모공이 징그러울 정도로 도드라져 보였다. 에디터의 오렌지 껍질처럼 오톨도톨한 코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붉어지는 이유와 예방법

주사가 생기는 원인은 확실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유전적으로 혈관이 약하거나, 선천적 면역력이 약한 경우, 호르몬의 변화, 헬리코박터균 감염, 만성적인 자외선 노출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에스앤유 피부과 김방순 원장은 주사란 심리적인 병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전문의의 객관적인 소견보다 당사자가 그 증상을 어떻게 인지하는지가 중요해요. 예민하게 받아들일 경우, 그것이 스트레스 요인이 되어 주사 증상을 더욱 심하게 하거든요. 영화 <미쓰 홍당무>의 미숙처럼요.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이 붉다고 생각할까봐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그 스트레스로 인해 얼굴이 더욱 붉어져요.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주사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에디터처럼 증세에 대한 인지가 거의 없어서 심리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굳이 치료하지 않아도 되는 병인 걸까. 물론 그렇지 않다. 한번 확장된 혈관은 더 늘어나기 쉽기 때문에 붉은 기가 더 심해지고 분포 영역도 점점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 심할 경우 눈의 핏줄까지 늘어져 충혈이 생기고, 확장된 모세혈관이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진행성 질환이다. 따라서 혈관성 주사가 의심된다면,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에디터 역시 혈관성 주사로 진단받았는데, 혈관 확장이 코 부분뿐 아니라 뺨까지 이어진 상태라고 했다. 색소가 많은 피부톤이 혈관을 가리고 있어 다른 사람에 비해 붉은 기가 덜 드러나는 편이지만 이미 혈관 확장이 상당 수준 이뤄졌다는 것.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반신욕이나 음주 등 평소 좋아하던 습관들이 코와 뺨을 더 붉게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주사를 치료하고 싶다면 일단 생활 속 자극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반신욕이나 사우나, 술, 자외선, 아주 뜨겁거나 매운 음식 등등. 스트레스 역시 교감신경을 자극해서 혈관을 늘어나게 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 또한 주사 증세가 있는 경우 피부 온도가 높아져 피부 표피의 수분이 쉽게 증발되어 피부가 건조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피부가 건조해서 각질층이 손상되면 자극에 예민해지면서 피부가 더 쉽게 붉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 있으므로 평소 보습에도 충분히 신경 써야 한다. 또한 오톨도톨해진 코 피부가 신경 쓰여 스크럽이나 코팩 등으로 자극을 주면 코 피부를 더욱 예민하게 해 붉은 기를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되도록 피해야 한다.

혈관성 주사의 치료법

치료 측면에서 보자면 먹는 약, 바르는 약, 레이저 시술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한국인의 경우 대부분 혈관성 주사이기 때문에 치료법 역시 늘어난 혈관을 자극하여 좁히는 레이저 시술이 일반적이에요. 대표적인 레이저 시술은 빛을 두세 번에 나눠 방출할 수 있어서 다양한 굵기의 혈관을 치료할 수 있고 그만큼 부작용도 적은 아이피엘(IPL)입니다.” 에스앤유 피부과 김방순 원장은 에디터에게도 아이피엘 시술과 바르는 약 처방을 내렸다. 일반적으로 3주 간격으로 최소 5~6회 아이피엘 시술을 받으면 붉은 톤이 눈에 띄게 사라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사람마다 효과가 나타나는 기간이 다르지만, 에디터의 경우 치료 효과가 더욱 더디게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문제가 되는 혈관은 진피 상층부에 존재하기 때문에 레이저 빛이 표피를 투과해서 가야 하는데, 색소 침착이 많은 탓에 레이저가 표피 아래층에 있는 색소에 흡수되어 혈관까지 닿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디터의 경우 주사 증상을 치료하려면 색소 침착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이피엘 레이저를 최대한 약하게 해서 여러 번 반복해서 받아야 혈관 축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그리고 여드름 치료용 연고 스티바 A 크림도 함께 처방받았다. 연고의 기능은 오톨도톨했던 피부 표면을 개선하는 효과. 비타민 A를 변형시켜 만든 연고로 진피를 튼튼하게 개선해서 혈관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단 연고는 시술 2주 이후부터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이피엘 시술을 받은 지 2주일째, 코의 붉은 기보다는 얼굴의 자잘한 잡티가 옅어진 효과가 더 눈에 띄지만 오렌지 껍질처럼 오톨도톨했던 코의 피부가 다소 매끈해졌다고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아마도 그 이후부터 반신욕을 멈추고 코에는 되도록 손이 닿지 않게 노력하며 재생 크림을 코에도 평소보다 꼼꼼하게 발랐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정확히 4개월 후, 꾸준히 시술을 받고 연고를 바른 에디터의 붉은 코가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공개할 예정이니 모두들 관심 가져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