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가장 빛나는 천재로 불리는 가우디가 드디어 한국에 왔다.

1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Yoon Joon Hwan 2 대학교 강당: 단면도 ©Catedra Gaudi

1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Yoon Joon Hwan 2 대학교 강당: 단면도 ©Catedra Gaudi

 

 

바로셀로나 여행에서 가우디의 건축물들을 관람하는 것은 절대 빠뜨릴 수 없는 코스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키워드의 중심에는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자리한다. 예술이 된 건축, 건축이 된 예술을 만들어낸 그의 작품 세계는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된 7개의 작업으로 증명된다. 

 

20세기의 가장 빛나는 천재로 불리는 가우디가 드디어 한국에 왔다.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는 <바르셀로나를 꿈꾸다. 안토니 가우디>전은 그의 어린 시절부터 돌아보는 독특한 시간 여행이라 할 수 있다.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건축가로서 일을 시작한 청년 가우디부터 작업실에서 극도로 검소한 삶을 살았던 그가 생을 마감하기까지, 그의 전지적 기록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일반적인 전시 관람이 작품을 기반으로 이어진다면 이번 전시를 음미하는 방법은 좀 다르다. 초창기 설계도면부터 카사 밀라와 카사 바트요, 구엘 공원 등을 사진으로 보면서 가우디 인생의 이미지를 그려보고는 마침내 대표작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이르는 인생 여정을 함께하게 된다. 가우디의 건축 도면과 원본 스케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조각에 사용된 어린 아이 두상 캐스트, 가우디를 상징하는 트랜카디스 기법의 대형 육각 벽돌, 당시를 기록한 사진작품, 가우디의 인생을 바꾼 초기 가구 디자인과 주요 작품 모형 300여 점이 그 길을 동행한다. 한쪽에는 가우디를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는 초현실주의의 거장 후안 미로가 그를 위해 헌정한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이러한 듀엣 프로젝트는 동시대 문화를 엿보는 재미이자 전시의 다이내믹함을 더하는 양념으로 활약한다.

물론 이 전시는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면서 마주한 거대하고도 감동적인 가우디의 실제 건축물에는 비견할 수 없다. 채석장에서 힌트를 얻어 완성한 물결치는 돌의 집 카사 밀라. 바닷속을 형상화한 용이 사는 상상력의 집 카사 바트요. 가우디를 뒷받침해준 든든한 후원자 구엘의 햇빛이 가득 드는 자택과 알록달록한 색으로 채색된 구엘 공원. 눈에 띄지 않는 부분까지 세세하게 신경 쓴 디테일의 조합들. 기이한 선이 무수하게 연결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앞에서 받았던 경이로운 웅장함 은 없다. 다만 ‘가우디의 건축은 신이 내려준 능력이라기보다는 처절한 노력의 결과였다’는 에스파냐의 언어 학자이자 문학가인 메넨데스 피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완성된 천재가 아닌, 미완이기에 끊임없이 고뇌해야 했던 어느 신념가의 일생이 펼쳐지는 기분이다. 작품 곳곳에 드러나는 노력의 흔적 그 자체로 우리는 감동에 이른다. 그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전시는 겨울의 문턱인 11월 1일까지 이어진다. 시간이 길다고 해서 여유를 부리다가 놓치는 안타까운 경험을 우리는 많이 했다. 이번엔 부디 아쉬운 일이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