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학계의 가장 큰 이슈는 새로운 문학 잡지의 탄생이었다. 소설가의, 소설가에 의한 소설 잡지인 <악스트>. 그리고 미스터리 장르를 전문적으로 탐하는 <미스테리아>가 그것이다. 뜨거운 반응을 불러 모으고 있는 두 잡지의 편집장은 모두 두 번째 호 마감을 하고 있었다.

미스터리 장르를 위한 잡지 <미스테리아>, 1만3천8백원

<미스테리아> | 김용언 편집장

  
누가 주도적으로 참여 중인가?
현재 <미스테리아>는 문학동네의 장르소설 임프린트 출판사인 ‘엘릭시르에서 나오는 잡지’라고 하는 게 맞다. 발행인은 문학동네 강태형 대표다. 나와 출판사 엘릭시르 편집부가 전반적인 편집을 맡고 있다. 고정 필자들의 기여가 크다. 번역가 박현주, 알라딘 MD 최원호, ‘하우미스터리’ 운영자 윤영천, 편집자 유진 등이다. 고정 기획 연재물을 계속 유지하면서 다양한 필자를 통해 변화를 계속 만들어갈 예정이다. 
  
왜 미스터리 장르 잡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나? 
하나의 구심점 역할이 필요했다. ‘전문지가 있으면 그걸 중심으로 판이 만들어진다. 국내 미스터리의 경우 어떤 신진 작가가 나오는지, 국내 미스터리 창작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외부에서 가늠할 수 있는 기준점이 없었다. 게다가 국내 매체들의 서평 섹션에서는 장르 소설에 대한 관심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뛰어난 해외 미스터리마저도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니까. 국내외 미스터리 소설의 현황을 살피고 전문적인 비평이 오가는 매체가 필요했고, 그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유명한 엘러리 퀸이 발행한 도 21세기를 넘기지 못하고 폐간하지 않았나. 수많은 미스터리 잡지가 결국 사라졌다. 
처음에는 나 역시 부정적이었다. 잡지라는 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그만큼 돈은 엄청나게 많이 드는 사업이니까. 그러나 임지호 엘릭시르 편집장과 강태형 대표는 ‘몇 호 내보고 장사 안 되면 접는다’라는 전제를 아예 생각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잡지로 수익을 얻는다’가 아니라 ‘잡지를 통해 좋은 작품과 작가를 발굴하고 국내 미스터리 시장을 키운다’라는 게 목표였기에 창간이 가능했다.

  

웹진을 고려하지는 않았나? 
단편소설이라 하더라도 그걸 꾸준히 모니터로 읽어나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좀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위해선 종이 잡지가 낫다고 판단했다.
  
요즘 미스터리 장르의 경향은? 

히가시노 게이고, 온다 리쿠, 미야베 미유키 3인방이 국내에서 일본 미스터리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켰을 때와는 달리, 일종의 안정기다. 오히려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미스터리 소설을 조금씩 들여오면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시기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대만 작가 찬호께이의 <13.67> 같은 경우가 그렇다. 20세기 중반 ‘추리소설의 황금기’라 불리던 시기에 나온 고전 걸작을 펴내고 있는 ‘미스터리 책장 시리즈’로 이 장르의 변화를 역추적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최근 유명 미스터리 소설을 영화로 먼저 접하게 되는 경우가 늘었다. 미스터리 장르를 가장 사랑하는 건 독자보다도 영화인 것 같다.
맞는 말이다. 미스터리도 SF도, 영화로는 다들 거부감 없이 접하면서 소설을 읽을 때에는 진입장벽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미스터리 소설 원작 영화가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미스테리아>를 통해 국내 영화계에서도 국내 미스터리 작가들을 좀 더 주목하면 좋겠다.  
  
창간호에서 데니스 루헤인 등 유명 작가를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다. 해외 작가들의 반응은 어땠나? 
놀라움과 기대가 큰 것 같다. 특히 미쓰다 신조 작가와 일본 출판사는 잡지가 나온 다음에도 여러 차례 판매가 잘되는지, 반응이 어떤지 물어올 정도였다.   

<미스테리아>가 독자의 욕구를 충족하고 있다고 자평하나? 
어느 정도는 그랬다고 생각한다. 다만, 미스터리의 ‘고수’ 마니아들에게는 성에 차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잡지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지는 건 원치 않았기 때문에,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훌륭한 미스터리 소설’의 조건은? 
범죄를 둘러싼 ‘트릭’보다는 좋은 캐릭터와 플롯, 이 두 가지가 절대적이다. 이를테면 코넬 울리치나 레이먼드 챈들러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트릭’이라든가 ‘범인이 누구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소설 전체가 흘러가는 상황, 그 분위기, 매력적인 캐릭터 때문에 두고두고 읽히니까.

 

만족하나? 
무척 만족한다. 판매량도 ‘이 정도는 팔렸으면’ 하고 간절하게 생각했던 예상치에 거의 도달했다. 
  
기억에 남는 독자의 인상적인 반응은? 
1호에 실린 송시우 작가의 단편 <누구의 돌>을 읽고, 등장인물 중 한 명의 시점으로 쓴 시를 블로그에 올린 독자가 있었다. 작가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무척 감동스러운 일이었다. 
  
새로운 소설가를 발굴할 생각도 있나. 
미스터리 소설 공모전을 곧 열 계획이 있다.   

추상적이지만, 왜 우리는 여전히 미스터리 소설을 읽어야 할까? 
미스터리 장르를 통해서만 가능한 이야기들이 있다.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정의롭지 못하고 부조리한 상황, 해결되지 못하는 욕망, 우리가 볼 수 있는 표면 아래의 숨겨진 악의 구조 등을 끄집어내어 독자들에게 분노와 정의감을 동시에 일깨울 수 있는 장르니까. 이를테면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가 아니었다면 ‘복지국가’ 스웨덴에 그토록 끔찍한 인종차별과 성범죄의 뿌리 깊은 역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두 번째 호에서 만날 수 있는 변화가 있다면? 표지 컬러는 항상 붉은색인가? 
표지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되 색깔만 바뀐다. 2호에서는 여성 작가가 쓴, 여성이 주인공인 미스터리들의 특별한 경향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지금 편집장으로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 그리고 미스터리에 관심은 있지만 잘 모르고 딱히 더 굳이 알아야 할까 싶어 하는 독자 양측 모두를 ‘꼬시는’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어차피 잡지를 ‘완독’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걸 감안해 코너별로 강약을 주면서 자신이 관심 있는 소재와 분야를 찾아 읽을 수 있도록 안배했지만, 그 노력이 잘 보일지에 대해 늘 불안하다. 
  
여기,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재미를 얼마간 잊고 지내던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세 권의 소설이 있다면? 
피터 러브시의 <가짜 경감 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레베카>, 그리고 최근 출간된 스티븐 킹의 ‘첫 추리소설’ <미스터 메르세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