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게 충혈된 눈, 좁은 어깨와 가는 다리를 가진 그를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이유.

시작은 UCC였다. 2011년, 직접 촬영하고 출연했던 뮤직비디오, ‘니 여자친구’의 가사는 다음과 같았다. ‘헤어지라는 건 아니야, 다만 하늘이 푸르고 바다가 넓은 것처럼 니 여자친구 못생겼어’ 이 별 의미 없는 노래의 유튜브 조회수는 현재 2백만 건에 육박한다. 이 시절 유병재가 찍어 올렸던 영상에는 반드시 유병재의 싸이월드 주소가 떴다, 유병재는 싸이월드의 스타였다. KBS개그맨 공채 시험에 떨어진 유병재가 방송작가가 됐다는 건, 나중에 그가 유명해진 다음에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가 유병재의 얼굴을 다시 본 건 Mnet <유세윤의 아트비디오>에서다. 이 페이크 다큐에서 유병재는 지금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흔들리는 눈동자, 고개를 푹 숙인 채 울먹이는 왜소한 남자! ‘찌질한’ 그의 이미지는 편으로 이어진다. 손담비 편에서는 그녀의 발 받침이 되고, 옹달샘 편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몰매를 맞았으며, 시스타, 시크릿 같은 걸그룹에게는 샤워하는 순간까지 시달렸다. 유병재는 자신의 현실 찌질함을 드러내는 데도 거침 없다. 아는 형 여자친구 아파트에 형과 얹혀 살던 당시, 그 누나가 다른 남자가 생긴 걸 알면서도 살 곳이 없어질까 봐 모른 척하고 버텼다는 에피소드는 그동안 그가 연기한 모든 캐릭터의 설정을 뛰어 넘는 파괴력을 가질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럼 어쩌다 이 왜소하고 찌질한 남자가 <무한도전 – 식스맨> 후보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걸까? 유병재가 가진 탁월한 동시대성 때문이다. 싸이월드 스타였던 그는 지금은 페이스북 스타다. 68만 명이 팔로우하는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헛웃음 나는 게시글과 ‘다년간의 TV 방송 청취를 통한 기자회견용 언어 분석’ 같은 통찰이 돋보이는 글이 공존한다. 그의 외침은 지금 세대, 혹은 시청자가 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패러디해 에서 “아프면 환자지, 뭐가 청춘이야야!”라고 외쳤던 것이나, <무한도전 가요제> 편에서 GD와 태양 앞에서 너무 주눅 든 광희에게 “동갑이고 같은 가수인데 왜 이렇게 위축돼 있어”라고 말할 줄 아는 그는 찌질하지만, 비굴하지는 않다. 지난 7월, 유병재는 YG의 남자가 됐다. 대형 소속사의 후광은 확실히 유병재의 위상을 한 단계 올려놨다. 이제 우리는 유병재가 달라진 자신의 상황을 어떻게 이용할지 지켜보면 된다. 양현석이 유병재에게 아파트를 선물했다는 기사가 발표된 뒤, ‘이삿날’이라는 말과 함께 양현석의 대형 액자가 놓인 방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웃음을 자아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