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서울에서, 가장 멋진 오래된 것과 가장 멋진 새것을 찾았다. 서울의 시간을 선명하게 증언하는 24개의 장소.



OLD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생활미술관

서울 관악구에는 아주 우아한 건물 하나가 있다. 사적 제254호로 지정된 구 벨기에 영사관 건물로, 1905년 지었으며 2004년부터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생활미술관으로 사용 중이다. 처음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건 아니다. 회현동에 위치했으나 도심 재개발 사업으로 1983년에 지금 자리로 이전했고, 상업은행과 우리은행의 소유였다가 현재 서울시에서 임차한 것이다. 벨기에 영사관 이후에는 일본 횡빈생명보험회사 사옥으로 쓰였고, 일본 해군성 무관부 관저로, 해방 후 해군헌병대로 사용되는 등 역사에 따라 용도가 바뀌며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고전주의를 충실히 따른 아름다운 건물은 물론, 정원 속 야외조각공원까지 갖추고 있어 야외에서도 종종 전시가 열린다. 8월 16일까지 김종학 컬렉션이 전시 중이다.

주소 서울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2076

 

NEW 구슬모아 당구장 
구슬모아 당구장은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당구장 중 하나였다. 아마 소싯적 이곳에서 자장면을 시켜 먹고, 내기 당구를 치던 사람들은 이곳이 서울에서 가장 흥미로운 전시공간이 될 거라는 건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간판에는 여전히 색색깔 당구공 3개가 그려져 있고, 내부에는 오래된 당구대와 점수판이 있다. 하지만 이곳은 엄연한 전시공간으로 용도 변경이 되어 있다. 벽에 작품이 걸려 있기도 하고, 빈 공간에 설치작품이 전시되기도 한다. 점점 시대에 밀려 사라진 당구장은 문화 예술 공간으로 바뀌어 사람들의 발길을 부추긴다. 재미있는 공간이므로 전시 주제도 다양하다. 7월 25일까지는 텍스타일 디자이너 김미수의 전시가, 그 이후에는 애니메이션 작가 김영준의 전시가 예정되어 있고, 해외 패션 디자이너 계한희의 전시도 열릴 예정이다.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인터뷰나 관객과의 대화 등을 진행하는 ‘당구장 나이트’가 열린다. 참, 칠 줄만 안다면 당구를 쳐도 좋다. 게임비는 무료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 73-4





OLD 코리아 목욕탕
삼청동에서 가장 눈에 들어 오는 높은 벽돌색 굴뚝 끝에는 ‘코리아’라는 이름과 함께 예의 대중탕 표시가 이곳의 업태를 알린다. 오래된 것을 제외하면 남탕과 여탕, 온탕과 냉탕이 있는 다른 목욕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코리아 목욕탕의 현재 소유주의 선친이 1층 목욕탕을 팔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하는데, 조선시대 궁중 전용 복정터 우물 자리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다고 한다. 청와대 및 총리공관과 가까워 김석구 국무총리 등이 단골로 다녔고, 몇 년 전 <무한도전 – 마이너리티 리포트> 에피소드에 등장해 새삼 인기를 얻었다(박명수가 몸을 담그고 있던 목욕탕이 바로 코리아 목욕탕이다). 그럼에도 시대의 흐름상 적자를 면할 수 없어 현재는 단체에게만 문을 열고, 남은 공간은 ‘코리아 게스트 하우스’ 등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 최고의 목욕탕이 되자는 뜻에서 이름 붙인 ‘코리아 목욕탕’은 7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욕탕으로 남아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4길 12-1

NEW 파크 클럽 스파
하루 종일 서울의 ‘요양객’이 되고 싶다면 파크 클럽 스파로 향하길. 파크하얏트 호텔의 파크 클럽 스파는 23층에 위치해 있어, 테헤란로 주변의 경관이 한눈에 보인다. 수분 공급과 심신에 안정을 주는 ‘물’, 독소 배출 및 면역력을 강화하는 ‘돌’, 그리고 에너지 순환과 피부의 안색 개선 효과에 뛰어난 ‘코리안’ 등 네 가지 테마의 트리트먼트가 준비되어 있다. 그중 나무 시그니처 마사지는 파크 클럽이 개발한 시그니처 마사지 기법을 사용해 안티에이징 효과를 극대화했다. 트리트먼트를 받는 당일에는 파크하얏트 서울의 코너스톤, 더 라운지, 더 팀버 하우스에서 무료 음료 한 잔을 즐길 수 있다. 또 24층에 위치한 피트니스 스튜디오와 수영장, 사우나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트리트먼트를 받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거나, 수영장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어도 좋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공기가 바뀌고, 어둑해지며 테헤란로 빌딩에 하나 둘씩 불이 들어온다. 서울의 하루를 이렇게 보낼 수도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606





OLD 이문설농탕

그 골목에만 들어서도 이미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뜨거운 여름에는 고소함이 지나쳐 꼬릿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겨울이면 뜨거운 국물에 파를 듬뿍 넣고, 밥을 훌훌 말아서 몸을 덥히고 싶어지는 설렁탕 냄새다. 이문설농탕은 1904년 시작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으로, 건국 후 서울시 음식점 허가 1호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전설적인 이야기도 있다. ‘장군의 아들’ 김두한이 이곳에서 일하기도 했고, 마라토너 손기정 옹도 단골이었다. 얼마 전 <수요미식회>에서는 이곳의 특징을 ‘소머리, 지라, 우설 등을 함께 넣어 끓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4대째 이어가고 있는 이 식당은, 서울의 역사와 함께 이리저리 자리를 옮겼다. 지금의 위치는 그 시절에 비해 조금 초라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문설농탕’이라고 쓰인 두터운 나무 간판은 고고한 정취를 뿜어낸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 38-13

 

NEW 정식당

서울에서 가장 멋진 레스토랑인 정식당의 시작은, 이미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처음에는 도산공원 뒷길에 문을 열었다가 지금은 청담동에 위치한다. 그사이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는 뉴욕에 진출했고, 뉴욕 정식당이 미슐랭의 별 두 개를 받았으며, 서울의 정식당 역시 작년보다 10계단 올라 올해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10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세계적 미식의 각축장인 뉴욕에서도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은 10곳이 채 되지 않는다. 처음 오픈했을 때와 음식의 주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한식과 프랑스식 테크닉이 뒤섞여 있고, 우리나라의 재료를 적극 활용하며 매달 바뀌는 코스 요리만 준비되어 있다. 현재 정식당은 1층에 와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한창 공사 중인데, 여름 중 공사를 마치고 새로운 공간을 선보일 예정이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158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