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디자이너와 패션 하우스의 설레는 만남이 시작됐다. 패션계 인사 이동이 많았던 2015년 가을/겨울 시즌, 새로운 둥지에서 첫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선보인 일곱 디자이너를 소개한다.

 

크리스토프 르메르와 에르메스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패션 팬들의 헛헛한 마음을 채워줄 새로운 디자이너는 바로 나데주 바네-시뷜스키다. 세린느와 더 로우라는 굵직한 브랜드들을 거쳐온 그녀가 에르메스의 수장으로 임명되었을 때, 사람들은 이상적인 조합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비쳤다. 프랑스 태생에, 세련된 하이 패션 브랜드들의 우아한 감성을 몸소 익힌 그녀야말로 에르메스와 더없이 잘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마르탱 마르지엘라가 에르메스의 수석 디자이너로 있을 당시 보조 디자이너로 일한 경력도 있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데뷔 컬렉션은 온통 ‘에르메스적인 것’으로 가득했다. 승마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안장 모양으로 재단한 재킷, 최고급 가죽을 사용한 점프슈트와 코트, 아이코닉한 실크 스카프를 활용한 앙상블 세트와 케이프 코트 등 에르메스에서 만날 것이라 기대할 법한 룩이 등장했다. 첫 컬렉션이라 브랜드의 클래식 아이템에 대한 오마주를 표현한 듯, 그녀의 헤리티지에 대한 사랑을 느끼기엔 충분했지만 더 신선한 것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조금 밋밋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 앞으로 그녀가 어떤 방향으로 컬렉션을 이끌어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가 계속 에르메스를 주시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