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음식 프로그램은 그냥 요리나 맛집 방송이 아니라 일종의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로 기능하고 있다.

1 <맛있는 녀석들>. 2 백종원. 3 장수원의 식탐일기.

먹방의 끝판왕이 나타났다. 코미디 TV에서 방송 중인 <맛있는 녀석들> 얘기다. <맛있는 녀석들>의 주인공은 김준현과 유민상, 문세윤, 김민경이다. 평균 체중을 훌쩍 넘는 이 네 명의 코미디언이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먹는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치킨 네 마리를 깨끗하게 발라먹고도 닭발을 먹으러 또 한번 장소를 옮길 때, 족발을 그냥 먹는 것으로도 모자라 마늘과 데리야키 소스를 첨가해 프라이팬에 구워 먹고 살찌지 않는 방법이라며 요거트를 발라 먹을 때, 이런 순간들은 고스란히 <맛있는 녀석들>의 웃음 포인트가 된다.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잘 먹지만 ‘저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날씬함을 유지하는 <테이스티 로드>의 출연자들이 은연중에 불편한 환상을 조성한다면, <맛있는 녀석들>은 거기서 자유롭다. 많이 먹으면 당연히 살이 찝니다. 그런데, 뭐 어때요?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고 빵빵해진 배를 두드릴 수 있으면 그게 행복 아닌가요? 이것이 이 방송의 태도다.

음식 그 자체보다 ‘먹는 사람들’의 캐릭터에 집중하는 것은 <맛있는 녀석들>뿐만이 아니다. MBC <찾아라 맛있는 TV> 속 ‘장수원의 식탐일기-맛 괜찮아요?’ 코너 또한 매사에 무덤덤한 장수원의 캐릭터를 십분 활용한다. 장수원은 지역 한 곳을 산책하듯 어슬렁거리다 왠지 끌리는 가게에 문득 들어가서 뭔가를 먹는데, 그 모습이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 더욱 가깝다. 도봉산에서 파는 두부 김치의 가격을 듣고는 “거품이 좀 껴 있는 것 같은데?”라고 툭 내뱉거나, 통인시장에서 기름떡볶이를 맛본 후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다”고 갸웃거리는 솔직함은 다른 맛집 방송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관전 포인트이자 미덕이다. 지금 가장 뜨거운 소재인 음식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은 역시 넘쳐난다. <맛있는 녀석들>과 <찾아라 맛있는 TV> 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작진이 나름대로 강구해낸 답안이다. 는 <테이스티 로드>처럼 ‘핫한’ 맛집을 소개하는 방송으로 진화했고, 그 다음은 셰프들이 대결을 펼치는 <냉장고를 부탁해>와 신동엽, 성시경이 직접 요리를 하고 맛보는 <오늘 뭐 먹지?> 등 쿡방과 먹방을 결합한 프로그램이 대세였다. 그리고 지금 사람들의 관심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집밥 백선생>에 출연 중인 백종원에게 쏠려 있다. 그러니까 현재의 음식 프로그램은, 단순히 만들고 먹는 걸 넘어 캐릭터와 이야기를 이식하는 단계다. 그냥 요리나 맛집 방송이 아니라 일종의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하필 <삼시세끼 어촌편>의 ‘차줌마’ 차승원, ‘허셰프’ 최현석, ‘슈가보이’ 백종원이 인기를 끈 이유가 뭘까? 맛집 리스트만 확인하면 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수요미식회>에 대한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이유는? 먹음직스러운 그림, 무궁무진한 레시피, 무엇보다 음식에 관한 한 꺼지지 않는 대중들의 관심…. 음식 프로그램의 끝없는 분화는 전혀 놀랍지 않다. <식샤를 합시다>와 <심야식당> 같은 관련 드라마마저 등장한 지금, 그저 우리는 이 방송이 또 어떤 식으로 진화할지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맛있는 음식이나 마음껏 먹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