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는 임신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피임’이다. 콘돔과 피임약 말고 또 어떤 피임법들이 있을까?



당신은 혼전 순결주의자인가? 혹은 현재 임신을 계획하고 있나? 이 두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했다면, 당신은 피임에 대해 좀 더 고민해야 한다. 임신이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한다면 피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임신까지 갈 것도 없다. 피임하지 않은 상태에서 섹스를 하고 난 뒤 다음 생리 시작 전까지 불안과 초조함에 떠는 일은 얼마나 불행한가! 이제 이 모든 걸 그만둘 때가 됐다. 

 

정관수술이나 페미돔, 루프링 삽입같이 복잡한 과정을 요구하는 피임법은 싱글보다는 자녀 계획을 마친 기혼자를 위한 것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우리는 일반적인 피임법으로 콘돔과 피임약을 택한다. 편의점과 약국에만 가면 되니 얼마나 간편한지! 콘돔과 피임약 외에 다른 피임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뉴욕에 사는 친구 A 덕분이었다. 피임약이 체질에 맞지 않아 두 달 이상 먹지 못할뿐더러, 술을 많이 마신 날 콘돔 없이 섹스를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호르몬 폭탄’인 사후피임약을 처방받고 괴로워하는 나를 본 친구가 ‘누바링’이라는 다소 생소한 피임법에 대해 귀띔해준 것. “콘돔을 착용했을 때 남자친구와 나 둘 다 섹스 만족도가 떨어져서 피임약을 먹게 됐어. 그런데 매일 비슷한 시간에 피임약을 챙겨 먹는 게 쉽지 않더라고.” 그녀의 말이다. 누바링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얇은 실리콘 링을 질 안에 넣으면 하루에 일정량의 피임 호르몬이 흘러나와 피임 효과를 발휘하는 것. 생리 주기에 맞춰서 3주, 또는 4주에 한 번 넣고, 생리 주간인 1주일간 쉬었다가 다시 삽입하는 것을 반복하면 된다. 캘린더에 날짜를 설정해두고 날짜에 맞춰 삽입하거나 제거하면 되니 자연스레 생리 주기도 체크할 수 있게 되고, 무엇보다 한 달이 가까운 시간 동안 임신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평소에는 이물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친구의 말. 하루 세 시간 정도는 착용하지 않아도 피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니 섹스할 때는 제거해도 괜찮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이미 국내에도 도입된 지 제법 된 피임법으로 일부 산부인과에서 처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내친김에 회사 근처의 산부인과로 달려갔다.

 

찾아간 산부인과에서 내게 권해준 것은 ‘임플라논’이라는 또 다른 피임법이었다. 성냥개비만 한 작은 막대를 팔 안쪽에 칩처럼 이식하는 임플라논 역시 호르몬을 이용한 피임법이라는 점에서 누바링과 비슷하다. 이 에토노스게스트렐이라는 호르몬은 자궁 경부의 점액을 끈끈하게 해 질 내에 사정된 정자가 자궁 내로 이동하는 것을 방해하는데, 한 번 시술했을 경우 피임 효과는 무려 3년! 생리를 시작한 첫날과 다섯째 날 사이에 이식하면 바로 당일부터 효과를 발휘하며, 임신을 원하면 다시 제거하면 된다. 피임 성공률도 98%로 매우 높은 편. 그리고 2002년 <타임>지로부터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된 피임 패치 이브라도 있다. 생리주기를 기준으로 일주일에 한 장씩 3주 동안 엉덩이, 복부, 팔 등 신체에 패치를 부착하면 배란을 억제하는 노렐게스트로민과 에치닐에스트라디올이 피부를 통해 혈관 속으로 호르몬을 전달해 피임약과 같은 효과를 낸다. 누바링의 3주, 임플라논의 3년에 비하면 일주일은 긴 기간은 아니지만 몸에 이식하거나 먹는 것이 아닌 만큼 부작용에 대한 부담이 덜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특이한 점은 가슴에는 붙이면 안 된다는 것. 패치 형태라 일주일 동안 몸에 붙어 있지 못하고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습기나 물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소재로 만들어 샤워는 물론 목욕과 수영, 운동을 해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3주 연속 패치를 붙였다면 생리를 하는 주를 포함한 다음 7일은 패치를 붙이지 않아도 피임효과가 지속된다. 

 

새로운 피임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마법같이 완벽한 피임법은 여전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섹스를 하는 순간 임신의 가능성은 항상 열리며, 호르몬 조절을 이용한 피임법도 사람에 따라 구토, 출혈, 체중 증가, 피부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원치 않는 결과가 따라오기도 한다. 당신이 싱글이든 결혼을 했든, 안정적인 파트너와의 섹스든 원나잇이든 섹스를 선택했다면 피임은 당연한 의무다. 그저 당신의 라이프스타일과 몸에 맞는 피임법을 찾아 나서면 된다. 그리고 여전히 가장 쉽고 간편한 피임법은 남자에게 이렇게 말하는 거다. “콘돔 껴!” 콘돔은 접촉에 의한 성병 감염을 막아주는 유일한 피임법일뿐더러 고작 열 몇 종류의 피임약과 시술 중에서 고르는 것보다, 수백 종류의 콘돔 중에서 당신과 파트너에게 잘 맞는 것을 찾을 확률이 더 높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