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로 시작하려고 한다.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알 것이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는 일본 타카라지마 출판사에서 정하는 추리소설 순위로, 그해 발표된 추리소설 중 뛰어난 작품에 수여하는 상이다. 그 이름처럼 대단할 때도 있고, 그렇지도 않을 때도 있지만, 새로운 추리소설을 찾는 사람에게는 좋은 기회가 된다. 우리는 늘 우리를 놀라게 할 새로운 미스터리를 갈망하니까.

 

에르큘 포와로와 미스 마플을 창조한 애거서 크리스티,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프레데릭 대니와 맨프레드 리의 필명이자 주인공이었던 엘러리 퀸의 시대는 작가의 죽음과 함께 막을 내렸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트릭과 지적인 문장의 세계도 사라졌다. 하지만 추리소설은 계속 자신의 지평을 넓히며 생존을 모색한다. 길리언 플린은 지금 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작가다. 그는 영화 <나를 찾아줘>의 원작자다. <나를 찾아줘>는 출간된 후 뜨거운 반응을 얻게 되는데, 그건 바로 그 형식과 의외성에 있었다. <나를 찾아줘>는 아내가 사라진 남편의 이야기와 사라진 아내가 써 내려간 일기가 교차된다. 과거 그리고 현재, 아내 그리고 남편. 두 가지 시점이 혼동되며 독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도대체 아내는 왜 사라졌나. 남편은 정말 아내를 죽인 것일까? 그리고 결말이 드러났을 때, 독자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그러나 이런 농락당한 기분이야말로 추리소설을 읽는 쾌감이다. 그래, 범인은 그 사람이었어. 

 

소설에 깊이 감동받은 데이비드 핀처는 이 영화를 아주 근사한 심리 스릴러물로 만들어냈고, 길리언 플린의 주가는 더 높아졌다. <몸을 긋는 소녀>, <다크 플레이스> 역시 영화로 만들어졌다. <몸을 긋는 소녀>는 가족의 비밀을, <다크 플레이스>는 처참하게 살해당한 젊은 엄마와 모녀의 사건을 파헤친다. 세 작품 모두 여성이 주인공이며 사건의 키를 쥐고 있다. 이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스티븐 킹은 길리언 플린을 두고 말했다. “예리하고 강렬한 진짜 스토리텔러”. 또 이 분야의 주목해야 할 작가로는 <내가 잠들기 전에>의 S. J 왓슨과 <살인과 창조의 시간>의 로렌스 블록을 들 수 있다. 이 작품도 모두 영화화되었는데, <내가 잠들기 전에>는 콜린 퍼스와 니콜 키드만이, <살인과 창조의 시간>은 리암 니슨이 등장했다. <내가 잠들기 전에>는 인간이 가진 두려움, 내가 가장 믿고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죽이거나, 상처 줄 것이라는 공포의 원형을 다룬다. 로렌스 블록은 ‘매튜 스커더’라는 기존 하드보일드 탐정과 다른 인물을 창조해 모두 18권의 작품을 발표했다. 출판사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클럽이 이 매튜 스커더의 새로운 작품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  

 

스릴러는 살인 사건과 연쇄살인자만 다루는 건 아니다. 권력이 충돌하는 정치야말로 가장 무서운 스릴러다. 미국에서도 고학력자들이 좋아하는 미드로 유명하며, 오바마 대통령부터 힐러리 클린턴 또한 팬임을 자처하는 <하우스 오브 카드>의 원작은 정치 스릴러의 묘미를 전한다. ‘진짜 나쁜 놈’인 프랜시스가 주인공인 이 작품의 가장 무서운 점은 악인이 점점 악해질수록 승승장구한다는 것이다(아직까진 그렇다). 권력의 실세가 나쁜 놈이라는 그 무시무시함이 서늘하다. 작가가 궁금해질 텐데, 마거릿 대처 정부의 실세이자 ‘아기 얼굴을 한 암살자’라 불리던 정치가 마이클 돕스의 작품이다. 그는 정계에서 밀려난 후 이 책을 쓰게 되었다. 권력을 쥐고 있다가 한순간에 밀려났으니 그 분노와 회한을 짐작할 만하다. 그는 사람을 죽이거나 때리는 대신, 주인공인 프랜시스 어카트가 찬란할 정도로 뻔뻔한 사악함을 발휘해 기존 총리를 축출하고 스스로 총리에 오르는 과정을 담았다. 프랜시스의 말로가 정말 궁금해질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