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청결에 신경 쓰면서도 정작 집 안에서는 세균이 그득한 화장 도구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지? 설마 하며 방치했던 도구들의 오염 실태와 이를 제대로 관리하는 방법까지 모았다.

새 것을 뜯어 사용한 지 3일이 지난 라텍스 스펀지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모습. 퍼프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세균을 관찰할 수 있었다.

메이크업 도구는 피부에 직접 닿는 것이므로 당연히 깨끗한 것이 좋다. 하지만 이를 알면서도 ‘설마’ 하는 생각에 도구를 청결하게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메르스로 인해 청결 관리가 화제인 데다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둔 지금, 피부와 가장 가까이 닿는 뷰티 도구 속의 세균과 오염 정도가 궁금해졌다. 이에 생활 도구 속 세균과 미생물성 오염 등을 연구하는 바이오피톤의 곰팡이 연구소를 찾았다. 미생물의 오염도를 조사하는 ATP(Adenosine Tri-Phosphate, 미생물의 오염 정도) 측정기로 뷰티 도구의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기준치로 삼은 운동화 속 깔창의 오염도는 68RLU(Relative Light Unit, 오염도 측정 단위로 물체에 묻은 유기화합물의 농도를 측정하는데, 수치가 클수록 오염도가 높다고 판단한다)며, 사용하지 않은 새 도구는 전부 0RLU로 측정됐다. 평소 집에서 사용하던 도구들 중 치크 브러시의 오염도가 10RLU, 아이섀도 브러시는 12RLU, 쿠션 퍼프가 20RLU인 것은 양반이었다. 샤워 볼의 오염도는 72RLU, 라텍스 스펀지는 88RLU, 쿠션 타입의 헤어 브러시는 106RLU, 뷰러는 무려 121RLU로 측정된 것이다. 매일 샤워볼로 샤워를 하고 브러시로 머리를 빗고, 각종 도구를 이용해 메이크업을 해왔는데 이 모든 것이 오염 덩어리였다니!  

 

오염된 도구가 위험한 이유 
세상에는 수많은 균이 있고, 전문가들은 균의 존재 자체는 위험하지 않다고 말한다. 주의할 것은 도구의 오염 상태가 지속되면 부패가 진행되고 세균이 ‘증식’하기 시작한다는 것. 세균이 성장하기 가장 좋은 조건은 바람이 잘 통하지 않고 습기가 많으며 따뜻한 곳, 즉 고온 다습한 환경이다. 바이오 피톤 곰팡이 연구소의 송기영 대표는 이 때문에 뷰티 도구에는 세균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라텍스 스펀지는 세균이 증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고 있어요. 손에 있는 세균과 화장품 잔여물, 피지 등의 각종 노폐물로 인해 늘 더럽고 축축한 데다 공기와 자주 접촉해 산화도 쉽거든요. 세균이 들어갈 구멍은 있는 반면 입자가 촘촘해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물론 도구를 사용한 뒤 바로 세척하거나, 오염된 즉시 버리고 새 것을 사용한다면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이 그것이 오염된 줄도 모른 채 장기간 사용하는 것이 문제. 이 경우 얼굴에 직접적으로 세균을 바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렇게 오염된 도구 사용은 자연히 크고 작은 트러블 유발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WE 클리닉의 조애경 원장은 실제로 갑자기 피부 트러블이 생겨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평소 메이크업 도구를 잘 세정하는지 묻는데, 대부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오염된 도구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은 뾰루지 등의 가벼운 피부 트러블부터 결막염 등의 눈 질환,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 2차 세균 감염, 피부 발진, 농가진 등으로 다양하다. 예뻐지기 위해 사용하는 화장 도구가 오히려 피부를 망치기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