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인의 사진가가 여행지에서 스쳐간, 그러나 유난히 기억에 남는 여자의 모습을 보내왔다. 그곳의 공기, 시간, 온도와 그림처럼 어우러졌던 그녀와 도시의 이야기.



1 와디샤브 | 와디샤브 가는 길에 히잡을 쓴 여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은밀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신기해 셔터를 눌렀더니 옆에 같이 가던 남자아이가 뛰어와 화를 내며 카메라를 부수려 했다. – 이주현 

 

2 베를린 | 독일 베를린 여행 중에 박물관을 구경하는데 어디선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여대생들이 넘어갈 듯 까르르 
웃는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하며 그녀들을 따라 웃었다. – 이수진 

 

3 런던 | 런던 본 스트리트에서 내 시선을 사로잡은 여자들. 잔뜩 멋을 부리고 어딘가로 향하는 여자들의 카리스마와 자신감이 멋져 보였다. – 박용빈

 

4 파리 | 파리의 뒷골목에서 마주친 할머니. 비 오는 그날의 색감이 더해져서 마치 한 장의 사진처럼 보였고 난 그저 보이는 그대로 사진을 찍었다. 아름답게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했던 할머니의 뒷모습을 기억한다. – 김상곤 

 

5 베를린 | 2011년 친구를 만나러 간 베를린에서 우연히 촬영한 사진이다. 집시 부모와 친구들 사이에 놓여 있던 여자 아이. 혼자 눈을 감고 기타를 안고 있는 모습이 예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 목정욱 





6 네팔 | 2011년 여름, 봉사활동을 위해 네팔을 찾았다. 정해진 장소로만 봉사활동을 다니다가 우연히 시장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처음으로 네팔 성인 여성의 모습을 보았다. 지갑을 움켜쥐고 시끄러운 시장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긴 채 걷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 박지우

 

7 엘바섬 | 지난 늦여름 이탈리아 엘바 섬으로 여행을 떠났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동네 할머니들이 하나 둘 해변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수영복을 입고 친구들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유난히 파란 지중해 바다색과 그림처럼 어우러졌다. – 신선혜

 

8 플로리다 | 플로리다의 클리어 워터비치.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갔다가 1월 1일 가장 가까운 비치에 들렀다. 다들 해변에서 놀고 있는데 빨간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꼬마가 하얀 모래언덕으로 올라가고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그때의 하늘, 모래, 바람, 그리고 이 여자아이를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 이솔네

 

9 오만 | 오만의 한 바닷가. 여행차 들른 오만에서는 밖에 다니는 여자를 좀처럼 보기 힘들었는데 마지막 산책길에서 그녀들을 만났다. 마주친 여자와 아이는 우리를 경계하는 듯 긴장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박시열

 

10 밀라노 | 출장차 들른 밀라노를 돌아다니던 중 그녀를 발견했다.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이 예뻐서 사진을 찍겠다고 했더니 화장을 고쳤다. 그 모습이 배경과 잘 어우러져서 셔터를 눌렀다. – 우상희





11 뉴욕 | 뉴욕을 여행할 때 지하철에서 만난 그녀. 어떤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한 그녀는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혼자 소외된 것 같았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에서 어떤 공허함을 느끼는 것만 같았다. 그때의 내 모습 같기도 해서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았다. – 안주영 

 

12 베니스 | 모든 상점이 문을 닫은 베니스의 늦은 밤, 젤라토를 먹으며 혼자 쇼윈도를 구경하던 여자. 내가 셔터 누르는 것도 의식하지 못할 만큼 몰두하고 있었다. 그 거리에는 카메라를 든 내가 있었지만 분명 그녀만이 존재했다. – 레스 

 

13 파리 | 파리로 촬영을 떠나 버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밖은 폭염으로 굉장히 더웠고 많은 관광객으로 시끌벅적했는데 수녀들이 그 군중들 속으로 줄지어 걸어 들어갔다. 그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다웠고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 JDZ

 

14 마사이마라 | 2007년 케냐 마사이마라를 찾았다. 같은 시간을 너무도 다르게 살아가던 케냐의 여인들. 카메라만 들면 나를 보고 웃어주는 그들이 참 고마웠다. – 조선희

 

15 스톡홀름 | 감라스탄의 골목길 안. 스산한 날씨에 몸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골목길 이곳저곳을 누비다 마주친 백발의 노인은 왠지 슬퍼보였다. 어쩌면 그 때의 날씨와 내 기분 탓일지도.- 맹민화 

 

16 하얼빈 | 첫 해외여행지인 중국에서 자동카메라를 구입했다. 하얼빈에 있는 간이역에 몇날 며칠 동안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여자들이 잠깐 나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어디로 얼마나 가는지, 어떤 이유로 그 기차에 몸을 실었는지를 조용히 상상했다. – 표기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