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우리의 여행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이제 우리는 원하는 것을 몇 번의 터치만으로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 놀라운 세상!



여행 잡지 에디터 명함을 들고 처음 ‘해외 취재’를 떠났을 때, 첫 출장지는 앙코르와트 유적지가 있는 캄보디아 씨엠립이었다. 40페이지 분량의 커버 스토리를 써야 하는 초보 에디터에게도 단 한 가지 비장한 미션은 있었다. ‘사람들이 모르는 정보를 캐낼 것’. 

모든 잡지는 자신들의 독자를 구체적으로 그려둔다. 10년 전, 그때는 여행이 패키지 여행과 대학생들의 배낭여행으로 양분되어 있었고, 신혼여행조차 대부분 패키지 여행을 선택하고 있었다. 아주 소수의 여행자만이 스스로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하고 자신만의 여행을 개척하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우리의 독자였다. 우리의 제1 원칙은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는 이미 구닥다리’라는 것이었다. 그럼 어떻게 아무도 모르는 정보를 발굴할 수 있을까?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방법을 썼다. 직접 발로 걷고, 직접 물어보는 것. 호텔 취재에서 만난 고급 리조트와 디자인 호텔의 호텔리어는 소중한 정보원이었다. 그들은 새로 생긴 부티크 호텔과 새로 생긴 레스토랑을 말해주었고 가끔은 나를 위해 직접 전화를 걸어주기도 했다. 그럼 그곳으로 가서 취재를 했고, 역시 같은 질문을 했다. “요즘 어디가 새로워요? 당신들은 어디서 사람들을 만나죠?” 그럼 다시 그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해서 단 한 번도 한국 손님을 맞은 적이 없는 호텔과 레스토랑, 카페, 클럽, 갤러리 등을 취재해와서 자랑스럽게 썼다. 독자 여러분, 이건 정말 아무도 모르는 거라고요. 그 잡지는 그 시절, 바로 그런 ‘익스클루시브’한 정보로 사랑받았다. 그렇게 늘 새로운 걸 알게 된다는 건 마법처럼 놀라웠다. 시시하게 생각되던 사이판은 물론 혼잡한 아테네, 모두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방콕과 홍콩, 토스카나의 시골에서도 늘 새로운 걸 찾아냈다. 

그러던 중, 여행 웹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가 나타났다. 그 전에는 최신의 고급 여행 정보는 <콘데나스트 트래블러>, <트래블+레저>, <론리플래닛> 등 여행 전문 잡지와 출판사에서나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트립어드바이저에는 전 세계 여행자들이 실시간으로 자신이 다녀온 호텔과 레스토랑 등에 대한 리뷰와 별점 평가를 자발적으로 올리고 있었다. 그것도 꽤나 정확하고 신속하게! 그 후로 몇 년간은 트립어드바이저의 신세를 톡톡히 졌다. 좋은 평을 받고 있는 레스토랑, 새로 생긴 호텔을 취재 리스트에 미리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현장에 가야만 들을 수 있는 정보를 사전에 파악해서 어느 정도 섭외와 촬영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트립어드바이저는 지금 거대한 공룡이 되어 있다. 이제 이 지구별의 레스토랑들은 트립어드바이저의 로고인 부엉이 표시를 자갓서베이나 미슐랭가이드 로고와 함께 자랑스럽게 걸어두고, 호텔의 총지배인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직접 고마운 리뷰에는 인사를, 부정적 리뷰에는 변명을 다느라 바쁘다. 트립어드바이저는 다른 호텔 예약 사이트를 중개하고 있고, 한 호텔의 리뷰 옆에는 이 예약 사이트들이 제공하는 가격이 뜬다. 자체적으로 매기는 순위도 꽤 믿을 만하다. 여행자들이 쏟아내는 거대한 정보는 론리플래닛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잠든 시간만 제외하면 우리를 어디든 연결해주는 데이터망이 생기면서 여행의 속도는 콩코드 여객기급으로 엄청나게 빨라졌다. 달라진 게 있다면 콩코드는 수익성이 떨어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이 디지털 여행은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위터, 페이스북은 우리 지인들의 여행을 비용 없이 따라갈 수 있게 해주었다. 블로그를 통해 여행하지 않아도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여권과 지갑’만 있으면 어찌되었든 여행은 할 수 있을 거라고 농담하지만, 이제 여기에 스마트폰을 더해야 한다. 언젠가부터 가이드북이나 지도가 사라졌다. 그 자리를 채운 건 물론 ‘구글 맵’이다. 스마트폰은 여행지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고 모든 상황에 대처한다. 작년 연말, 나는 홍콩 첵랍콕 공항에서 비행기를 놓쳤다. 당황스러운 건 잠깐이었다. 항공사 카운터에서 다음 항공편을 무료로 탈 수 있는지 알아보는 동시에 곧장 대한항공 앱을 켜서 마일리지로 보너스 항공권을 예약했고, 다시 아고다를 열어 호텔을 예약했다.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제 모든 여행은 앱으로 연결되어 있다. 베이징에 출장을 갔을 땐 우버를 이용했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검색해서 넣으니, 기사에게 손짓 발짓할 필요가 없어졌다. 공항 앱을 켜면 바뀐 게이트와 소요 시간이 바로 검색된다. 드골 공항에서 미아가 될 필요가 없다.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에서는 앱을 통해 공항 라멘집을 찾아갔고, 약국도 찾을 수 있었다. <타임아웃>을 구해 밑줄 치는 대신 앱을 열면 내 위치를 기점으로 한 다양한 정보가 나온다. 

 

여행을 떠난다면, 여행자들이 득실대는 ‘명소’도 가고 싶겠지만, 아무도 모르는 자신만의 장소를 발견하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게 그 도시의 트렌드세터들이 향하는 곳이라면? 나는 내가 자주 여행하거나 언젠가 여행하고 싶은 도시의 인스타그래머 몇몇을 팔로우하고 있다. 홍콩의 한 인스타그래머는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Foodie’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그녀는 대부분 음식 사진을 올린다. 진짜 로컬들이 향하는 레스토랑이다. 나는 그녀가 올린 사진의 위치 정보만 확인하면 된다. 어제 그녀는 코즈웨이 베이에서 해산물 훠궈를 먹고 있었고, 오늘은 완차이에서 디저트를 먹고 있었다. 영국에 있던 한 인스타그래머는 그녀가 먼저 내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기 시작하면서 연결되었다. 프로필에 자신을 러시아의 저널리스트, 패션 블로거라고 소개한 그녀는 최근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간 모양인지 모스크바 사진을 올린다. 어느덧 내 마음에 ‘러시아 로망’이 자라고 있다. 싱가포르와 쿠알라룸푸르에서 활동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도 내 ‘인스타 친구’ 중 하나인데, 그가 지금 작업하는 새 호텔은 꽤 세련되어 보인다. 또 방콕에 있는 패션 에디터를 팔로우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일상을 꾸준히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는데, 나는 그녀가 입은 옷 대신 그녀가 어디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패션 행사를 즐기는지에 더 관심이 많고, 몇 곳의 흥미로운 장소를 메모해두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포털에 이 장소들을 검색해보았지만,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곳에 가는 첫 번째 한국인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곳이 좋다면 <얼루어> 독자들에게 가장 먼저 알려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행의 풍경은 이미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