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러스코리아의 박재연 대표는‘ 대화전문가’로 통한다. 소통, 공감, 힐링이라는 단어가 넘쳐나지만 진짜 대화는 요원한 지금, 우리는 연결될 수 있을까? 듣고 말하는 방법을 조금만 바꾸면 우리는 한결 행복해질 수 있다.



많은 책과 방송이 공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신의 책 <사랑하면 통한다>를 봤을 때도 ‘또 그 얘기야?’라고 생각했다.

단어의 의미가 많이 훼손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대화’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듣는 방법을 바꾸면 삶이 훨씬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다.

 

대화가 그토록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예전에 기업에서 서비스 교육을 담당했다.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말하세요, 눈을 이렇게 바라보세요, 하고 기술적인 것을 가르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정작 나는 가까운 사람하고 대화가 되지 않더라. 심지어 폭력적으로 변하는 일마저 생겼다. 아이에게 화를 내고, 부모님에게도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곧 뒤따른 자책감 때문에 괴로워하곤 했다.

 

말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입장이었는데도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에 서툴렀다는 게 놀랍다.

지금도 내가 대화를 잘한다기보다 좀 더 솔직해졌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에 교육 강의를 나갈 때도 뭐를 '해야 한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데, 듣는 사람이 '시키니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책임을 회피하게 되기 때문이다. 제약이 없는 상황에서도 상대가 원하는건 뭔지 그것을 돌보기 위해 서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책임지고 이야기가 오가는 것이 진짜 대화라고 생각한다.

많은 20~30대 여성들이 인정받기를 원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거나 평가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남성들에 비해 그런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모습이 한심하다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은 침묵과 희생을 강요당하고 ‘이렇게 해야 예쁨 받는다’는 가르침을 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애도 하고 일도 시작한 여성들에게 다른 사람의 시선에 얽매이지 말라고 꼭 조언하고 싶다. 그렇게 사는 것이 결국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도 타인의 시선에 많이 신경을 쓰는 사람이었나?

지금도 다른 사람의 평가나 판단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타인의 평가가 내게 전부였다. 내 옷차림이 마음에 들어도 다른 사람이 별로라고 하면 당장 집에 가서 갈아입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지금은 ‘그래, 네 마음에는 안 드는구나’라고 생각하고 그냥 하루를 보낸다.

애초에 남의 시선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자존감을 높이고 내 자신을 사랑하라고 하지만 어떨 때는 사람마다 출발선이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책 <사랑하면 통한다>에서도 털어놓았듯 나 역시 어린 시절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겪어본 사람으로서 단언하자면,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삶은 행복하지 않다. 내 안에 항상 돌봐줘야하는 어린 아이도 있지만 건강한 어른도 존재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출발선이 늦은 사람에게는 공감이나 지지가 필요하다.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과 더 자주 어울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리는 에너지를 서로 주고받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자신 안의 폭력성을 발견했을 때 자신을 바꾸리라 다짐했다고 했다.

누구나 살면서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신호를 감지하는 순간이 있을 거다. 삶을 변화시키는 힘은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것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감기에 걸린 걸 누가 얘기해줘서 아는게 아닌 것처럼 나만이 아는 신호가 분명히 있다.

변해야겠다고 인식한 순간 당신은 어떤 노력을 했나?

다른 사람의 공감이나 지지가 정말 필요하다. 상담도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진실해야 한다. 예전에는 그런 상처를 내 약점이라고 생각해서 감추기에 급급했다면 내가 내 감정을 속이지 않고 내가 이런 상처가 있구나, 하고 고백(Confession)해야 회복이 시작된다. 두렵기도 하고, 고통스럽고, 굳이 지난 일을 내가 왜 꺼내봐야 하나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진실해졌을 때 비로소 상대에게 호기심이 생기고 제대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책에 털어놓은 당신의 과거도 예전에는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인가?

그렇게 털어놓고 나서 깨달은 건 내가 약점이라고 여긴 것들이 별것 아니었다는 거다. 듣는 사람은 2~3일이면 잊어버린다. 내가 내 이야기를 꺼내놓는 순간 상대방도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사람이 서로 얼마나 연결될 수 있는지, 상대에게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는지를 깨달은 거다. 그렇게 주변 사람을 이해하게 되고, 더 나아가 세상이 한결 풍요로워졌다.

솔직해지라는 것에 대한 의미를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다.

자신의 이야기를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라는 게 아니다. 내가 부끄럽거나 괴롭다고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그걸 그대로 들여다보라는 의미다. 결국 그것들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공격적으로 튀어나와 관계를 망치기도 하고, 우울함으로 표현돼 피폐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솔직하게 말했다가 욕만 먹었다는 사람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모임에서 유독 말을 많이 하는 친구에게 용기를 내어 ‘너는 너무 말이 많다’고 말했는데 기분 나빠했다고 하더라. 솔직한 게 아니라 비난을 했기 때문이다. 솔직의 전제 조건은 상대의 행동을 판단하지 않는 거다. '우리가 오랜만에 만났는데 너 혼자 20분도 넘게 이야기를 했어. 나는 모두의 이야기를 골고루 듣고 싶어’라고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이다. 상대방은 그 말도 듣기 싫을 수 있지만 비난이나 판단보다는 낫다.

사람들의 진짜 대화를 방해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는 상황을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 똑똑하다고 배워왔다. 남을 비난하는 것, 비교하고 강요하는 것 뿐 아니라 잘한 사람은 상을 받고 못한 사람은 벌을 받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긴다. 강압적인 경우가 많다보니 ‘어쩔 수 없다’며 책임 회피를 하는 데도 익숙하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이 비난과 판단의 패턴을 띠고 있는지 인식하면 놀랄 거다. 아이들이 싸워도 '누가 먼저 때렸냐’고 묻고 한 명을 비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나.

평가나 판단이 대화를 방해한다는 의미인가?

사람들에게 지금 있는 공간에 대해 말해보라고 하면 ‘여기는 조용하다’고 한다. 이건 판단이다.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아요’, 이게 관찰이다. 다들 평가를 두려워하면서 평가하는 데는 너무나 익숙하다. 여럿이 모였을 때 사람들이 자리 비우기 무섭다고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바꾸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자신을 책망하거나 대화에 서툰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나?

자신을 어떤 틀 안에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뭐가 문제인가, 누가 잘못했는지를 이분법적으로 사고한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니니까 상대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상대가 잘못이 없으니 내 잘못이라고 자책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한 명이 문제 있기 때문이 아니다. 다만 각기 다른 습성이 있고 그게 상대방을 섭섭하게 할 수도 있을 뿐이다. 그럴 때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 ‘나는 이제 괜찮은데 너는 아직도 그게 마음에 남아 있니?’라고 감정을 털어놓자. 상대방이 가장 듣고 싶은 것, 말하고 싶은 것도 그것이다.

대화를 통해 상대방과 이어질 때, 사람이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나?

물론이다. 혼자 있는 게 좋다고 하는 사람도 사실은 또다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충전하는 중인 거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와 함께 이어져 있고 싶어 한다. 제대로 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