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셰어링을 통해 체험한 전기차 레이 EV.


기아 레이 EV의 가격은 3500만원.

자동차가 뿜는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대부분이 공업이나 선박, 항공 분야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제 저탄소화와 전기차 보급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고, 국내 자동차 회사들도 이런 흐름에 맞춰 재빠르게 변하고 있다. 현대 · 기아차의 경우 이미 2000년대부터 하이브리드 기술 상용화에 들어갔다. 그리고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2010년부터는 양산 전기차 시대를 열었다. 레이 EV는 국내에서의 양산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물론 당장 레이 EV를 사서 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차는 원한다면 누구나 당장 실생활에 쓸 수 있다. 그만큼 우리와 가까운 곳에 있다. 카셰어링 서비스가 해법을 제시했다. 레이 EV는 전기차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끄는 대표 모델이다. 쏘카, 씨티카, 그린카, 한카 등 이미 다양한 카셰어링 서비스를 통해 활동 중이다. 다시 말해 카셰어링 홈페이지에 가입하고, 요금만 내면 이 재미있는 전기차를 누구나 탈 수 있다. 여전히 레이 EV는 기존의 내연기관 대신 50kW 전기모터(68마력)와 16.4kW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순수 전기차다. 외관과 실내는 일반 모델과 거의 같다. 엠블럼이나 휠 커버 디자인만이 다르다. 뒷좌석이나 트렁크 공간도 가솔린 모델과 크게 차이가 없다(약간 다르지만 느끼기 어렵다). 차 하부에 배터리를 장착해 실내공간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도 특징이다. 반면 시동을 켜는 순간부터 가솔린 모델과 성격이 다르다. 시동을 걸면 계기판에 ‘READY’라고 표시되는 것이 전부다. 이때 가속페달을 밟으면 작은 휘파람 소리 같은 전기차 특유의 모터음만 들릴 뿐, 별도의 진동이나 소음 없이도 차가 속도를 높인다.

 

가속은 빠르다. 1.0L 휘발유 모델과 비교할 때 훨씬 경쾌하고 또 가볍다. 시속 60km로 주행하며 속도를 붙여 앞차를 추월하기가 쉽다. 시내에서 타기에 딱 좋은 구성이다. 배터리와 모터가 자동차 하부에 자리를 잡으며 무게중심이 낮아진 탓에 가솔린 모델보다 코너에서 안정감도 훨씬 좋다. 반면 1.0L 휘발류 모델보다 약 120kg 늘어난 무게로 승차감은 약간 손해를 봤다. 시속 100km 이후에는 속도계의 움직임이 굼떠진다. 최고 속도는 시속 130km지만, 실제로 레이 EV로 그런 속도를 내는 일은 많지 않다. 전기차의 주행거리 한계 특성상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를 장시간 타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레이 EV의 최대 주행 거리는 이론상 130여 km. 그러나 실제로 타보면 완충 상태부터 약 80km 정도 달릴 수 있다. 잘 타면 이 정도다. 에어컨이나 히터, 각종 전기 장치를 쓰면 주행가능 거리는 60km 수준으로 떨어진다. 서울을 기준으로 60km면 어디든 갈 수 있는 거리지만, 그래도 심리적으로 부담이 크다. 마치 아침 출근길부터 스마트폰 배터리가 80%로 떨어진 느낌이랄까? 최대한 배터리를 아껴 쓰면 하루는 버틸 수도 있겠지만(마음 졸이며), 언제 어떤 상황에서 배터리가 갑자기 바닥 날지 알 수 없는 상황과 같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할 해프닝도 종종 벌어진다. 영하 10도의 날씨에 레이 EV를 운전하며 추워도 히터나 열선을 틀지 않고 버틴다. 추우면 손을 ‘호호’ 불어가며 차가운 스티어링휠을 두 손가락으로 잡기도 한다(추울 때 배터리 효율이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스마트폰 충전을 생활화하듯이, 차를 주차할 때도 비상 충전 콘센트를 찾아 주차장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그렇게 공용 전기를 훔쳐 쓰다 경비아저씨에게 들켜서 혼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겠나. 당장 집까지 주행하기엔 배터리가 부족할 때도 있으니까 말이다. 카셰어링도 좋고 경형 전기차도 좋지만, 충전소 인프라 부족은 여전히 문제다. 레이 EV를 일주일 가까이 타는 동안 이런 문제가 피부로 와 닿았다. 현재 카셰어링 서비스에 등록된 전기차라면 차를 반납할 때 자신이 쓴 만큼 배터리를 재충전하는 것이 무료다. 사용 거리에 따라 요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일부만 시행한다). 단순히 빌려 타는 시간만큼만 전기차 요금을 지불할 뿐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편하고 좋은 일이겠다. 하지만 충전 인프라나 지불 체계 등 시스템 전체를 놓고 볼 때는 전기차는 여전히 시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평가다. 물론 이런 문제를 제외하면 레이 EV는 기술적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도심 속 교통수단으로 완벽했다. 그런 면에선 전기차가 더는 내일의 기술이 아니었다. 이미 현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