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책을 읽을 시간이 필요하다. 각기 다른 목적과 방향성을 가지고 책과 만나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공간들을 찾았다.

1 상암동의 동네 책방이자 문화 공간으로 자리 매김한 북바이북. 2 직접 맞춘 책장이 공간에 독특한 인상을 부여한다. 3 인기만점인 칵테일 그린 라이트, 안주로 좋은 라면땅, 그리고 거품이 살아 있는 생맥주. 4 밝고 화사한 공간에서 잡지를 읽고 구매할 수 있다. 5 천장에 걸린 조명과 소품.

북바이북
동네의 작은 서점으로 시작한 북바이북은 이제 상암동의 문화가 집결하는 곳이 됐다. 1호점 뒷골목에 넉넉한 규모의 2호점이 문을 열며 서점에서 북카페의 성격을 명확하게 한 것. 책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사다리 모양의 책꽂이들 틈새로 박근쌀롱, 파스텔 뮤직 등 음반 레이블의 CD와 문구제품을 판매하고, 소규모 사진전이 열리기도 한다. 커피 메뉴뿐 아니라 맥주와 와인을 내놓으며 저녁 시간에 들러 시간을 보내는 손님들도 많아졌다. 북바이북은 자매가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2호점이 문을 열며 1호점은 소설 위주의 서점이 됐고, 2호점은 다른 장르의 책을 판매하는 서점인 동시에 복합적인 문화 공간으로 거듭났다. 방송국들이 상암시대를 열며 방송국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지만 북바이북은 여전히 상암동 주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산 책을 다시 팔거나 책을 두 권 구매할 경우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친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작가들의 북콘서트는 물론 뮤지션의 소규모 공연도 종종 열리니 북바이북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지켜볼 것. 현재 상암동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소임이 틀림없으니까. 북바이북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김진양 대표가 직접 쓴 책, <술 먹는 책방>을 펼쳐볼 것.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월~토),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일요일)

주소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20-10 문의 02-308-0831



1 빨간책방의 얼굴인 이동진이 직접 추천한 책들. 구매할 수도 있다. 2 상징과도 같은 육중한 빨간색 문. 3 자체 개발한 음료와 인기 메뉴인 롤케이크.

빨간책방
지난여름, 합정역에서 상수역으로 올라가는 큰 길가에 붉은색으로 칠한 3층짜리 건물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을 때, 모두가 그 정체를 궁금해했다.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에서 차린 빨간책방의 시작이다. 작가이자 평론가인 이동진이 3년째 진행하는 팟캐스트의 이름이기도 한 ‘빨간책방’의 성격은 북카페로 규정하기엔 훨씬 복잡다단하다. 시끌벅적한 1층 공간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차지하는 건 ‘ZADO 랭킹숍’이라는 간판을 단 쇼케이스다. 공간을 열기 전 위즈덤하우스 사내 시식단 20명이 150개 업체, 1000개 이상의 빵과 케이크를 맛보고 고른 빵과 케이크를 판매하는 ‘ZADO 랭킹숍’은 출판사에 근무하는 보통 입맛의 사람들의 테스트를 거쳐 자체적으로 선별한 제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위즈덤하우스에서 펴낸 책뿐만 아니라 이동진 평론가가 방송에서 추천한 책들, 그리고 대표 인터넷 서점들의 판매 순위를 집계한 베스트셀러를 판매하는 점도 흥미롭다. 잡지의 서평이나 평론가들의 관심에서는 벗어났지만, 책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자기계발서나 토익책도 1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1층이 판매대가 놓인 시끌벅적한 카페 같다면 2층은 한층 차분한 분위기다. ‘빨간책방’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팟캐스트를 진행해온 이동진이 직접 방송에서 추천한 책부터 다양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3층은 매주 팟캐스트가 진행되는 스튜디오로 가끔은 강연과 공연도 열린다. 1층과 2층, 2층과 3층을 잇는 계단과 벽 사이에는 장콸, 윤예지 등 젊은 아티스트들의 작품, 이동진이 추천하는 영화의 포스터가 걸려 있다. 어깨에 힘주지 않고, 다양한 문화적인 지표를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먹을거리도 잔뜩이다. 

영업시간 오전 8시 20분부터 오후 11시 40분까지 주소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412-4 문의 02-332-1995



1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는 1층의 카페. 2 여러 개의 선이 뻗어나가는 인테리어는 당장이라도 여행을 떠나고 싶게 한다. 3 음료와 함께 도서에 심취한 사람들. 4 세계 주요 도시의 지도를 모아둔 시티맵 코너.

3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1만5천여 권의 여행 관련 서적을 보유한 초유의 도서관이다. 서가에 위풍당당하게 꽂힌 세계 각국에서 온 도서들, 1층에 마련된 작은 카페에서는 커피와 와인, 맥주, 그리고 수프와 샌드위치 같은 간단한 카페 메뉴까지 맛볼 수 있으니 북카페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가디언>지의 여행 칼럼니스트와 <론리 플래닛> 아시아 지역 에디터 등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책을 선별하는 작업에만 1년 넘게 걸렸다. 미술작품처럼 책을 보기 좋게 전시한 것에서 나아가 큐레이팅도 제대로 한 셈이다. 각 도시의 지도와 여행잡지, 사전과 가이드북 등 13가지 테마로 나누어진 컬렉션 중에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바로 <내셔널 지오그래픽> 컬렉션이다. 1888년 이후, 지구 곳곳의 모습을 담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전권 소장하고 있다. 3월 2일까지 영국대사관과 손잡고 영국을 주제로 한 책과 디자인 용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유니언 잭이 프린트된 카메라와 면도기 등 영국을 모티프로 한 제품과 책을 구매할 수 있다. 단, 이 놀라운 공간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현대카드가 필요하다.

영업시간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화~ 토),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일요일)

주소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87-9 문의 02-3485-5509



1 나무와 베이지색을 주조로 한 차분한 내부. 인테리어업에 종사했던 수사가 직접 참여했다. 2 저렴한 가격에 커피와 케이크를 즐길 수 있다.

리벤
고요와는 거리가 먼 홍대 정문 앞에 정적인 공간이 등장했다. 홍대 정문 맞은편 골목에 자리한 ‘리벤’은 천주교 수도회 중 하나인 성바오로수도회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지난겨울 공간의 시작을 알렸다. 두 명의 수사와 함께 리벤 운영을 맡은 한기철 신부는 본디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출판사의 편집장이었다. 북카페를 여는 것에 대해 수도회 내에서도 이견이 분분했지만 소비지향적인 홍대에서, 다른 소비를 제시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수도회에서 운영하긴 하지만 종교서적으로 규정하기에 리벤이 갖춘 책들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작은 출판사에서 펴낸 책들, 주목받지 못한 훌륭한 책을 알리겠다는 마음이 더 크다. 굳이 종교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사랑, 나눔, 용서 같은 삶에서 발견되는 주제들을 이야기하는 책이 많다는 것.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같은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은 책이나, 농업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농부로부터>, 그 외 역사책과 심리학서적이 다양하게 자리 잡았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수사가 직접 커피를 내리는 리벤을 찾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북카페에서는 볼 수 없는 분위기 때문이다. 벽과 기둥으로 공간을 나누고, 차분한 음악이 흐르는 리벤의 공기는 조용하고 평화롭다.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커피를 마시는 것만큼이나 어떤 공간에 머물 것인가도 중요하다. 늘 쇼핑하듯 트렌디한 공간을 찾곤 하지만, 리벤만큼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커피도 끝내주게 맛있다.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24-29 2층 문의 070-4009-1914



1 생활과 시간이 누적된 꿈꾸는 타자기의 내부. 가정집을 개조한 조용한 공간에 5천여 권의 책이 쌓여 있다. 2 창가를 좋아하는 하루키와 오스터.

꿈꾸는 타자기
퇴근길에 들를 만한 공간이 없다는 생각이 든 남자는 직접 그런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꿈꾸는 타자기의 강섬 대표 이야기다. 워낙 책을 좋아했기에, 집에 넘쳐나는 책을 혼자 보기에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고 조용히 글을 쓸 수 있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 그런 바람이 모두 합쳐져 생겨난 꿈꾸는 타자기의 이름은 폴 오스터의 책 <빵굽는 타자기>에서 가져온 것. 간간이 먹이를 주던 동네 길고양이들이 하나 둘 카페에 들어오며, 고양이 세 마리와 공간을 나눠 사용하는 지금의 모습이 됐다. 규모를 확장하며 주택의 2층을 개조해서 문을 연 꿈꾸는 타자기는 이곳이 조용한 공간이 되길 바란다. ‘다른 사람의 고요를 존중해주세요’라는, 정중하지만 묵직한 요청이 벽에 붙어 있을 정도인데 그래서인지 고양이들이 의자에서 뛰어내리는 소리, 잠깐씩 이어지는 대화를 제외하면 카페의 공기는 미동도 없이 조용하다. 5200권을 훌쩍 넘는 장서도 자랑할 만하다. 만화책부터 인문과학 서적까지 넓게 아우르는, 책을 좋아하는 한 개인의 누적된 취향을 서가에서 엿볼 수 있다.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스테디셀러는 <슬램덩크>라고. 메뉴에 사용하는 소스와 시럽, 초코칩 마들렌과 통밀 고구마 스콘 등의 간식 거리도 직접 만든다. 책과 고양이, 그리고 맛있는 커피 한 잔. 행복은 다름아닌 이곳에 있다.

영업시간 오후 12시 30분부터 11시까지 주소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 460-122 문의 02-988-48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