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유일의 단독 마스터 조향사이자 밀러 해리스의 수장인 린 해리스. 그녀가 만든 향수는 자연을 찬미하는 한 편의 시와 같다. 런던에 있는 밀러 해리스와 나눈 향 이야기를 전한다.

 

밀러 해리스 브랜드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저녁 무렵 풍기는 꽃향기와 수풀 지역의 식물과 그 뿌리 냄새, 야생 허브가 담긴 꽃다발 등 자연에서 느꼈던 행복한 기억으로 밀러 해리스 향수를 만든다. 밀러 해리스의 시그니처 스타일은 독특한 식물과 나무를 반영한 모든 향기라고 할 수 있다.

 

유리병에 섬세하게 그려진 식물 프린트가 인상적이다. 당신의 아이디어인가? 밀러 해리스만의 헤리티지와 향수가 지닌 에센스를 표현하고자 식물 일러스트를 그려 넣었다. 서정적인 밀러 해리스의 향과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밀러 해리스 향수를 만들 때 조향사로서 당신의 감성을 채워주는 영감의 원천은? 꽃, 계절, 땅, 과일, 비, 나무 껍질, 태양의 열기, 거리의 사람들, 각 나라의 환경 등에서 영감을 받아 향을 만든다. 밀러 해리스의 모든 향은 어느 장소와 휴일, 사람 또는 로맨스 등 내가 살고 있는 삶의 모든 순간을 대변한다.

밀러 해리스만의 아이코닉한 꽃이나 식물을 하나만 꼽는다면? 단연 해바라기다. 프랑스 남부 지역에 많이 피어난 해바라기, 시 피그(Sea Fig)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꽃이자 향수 원료다.

 

지금껏 만든 향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아직 한국에는 미출시된 제품으로 퍼퓨머 라이브러리 컬렉션의 ‘라 푀이으’ 향수다. 조향사로서의 열정과 그동안 선보인 나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향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니치 향수가 화두다. 향에 있어서 럭셔리란 무엇을 의미하나? 가장 좋은 품질의 자연 원료를 확보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럭셔리한 향의 세계를 표현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다. 밀러 해리스가 사용하는 터키시 로즈 오일은 10월에 단 2주 동안만 얻을 수 있다. 장미 꽃잎을 따고 새벽 3시에 오일을 증류하는데 이 시간에만 우리가 원하는 가장 신선하고 최적화된 에센셜 오일이 나온다. 인공 향과는 차원이 다른 장미 향은 이 과정만을 통해 완성된다.

[얼루어]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밀러 해리스 향수는? 전통적인 플로럴 향의 플뢰르 뒤 마땅이다. 은은한 꽃향에 상쾌한 과일 향이 섞여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향이다. 밀러 해리스의 베스트셀러이기도 한 씨트롱 씨트롱 역시 쿨링 바질과 라임이 섬세한 조화를 이루는 평범하지 않은 시트러스 계열 향수다. 폭풍우가 그친 뒤 열대 섬에서 포착한 느낌을 향으로 빚어낸 라 플뤼도 빼놓을 수 없다. 화이트 플라워 향을 중심으로 따뜻한 공기의 향을 동시에 발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