찡그린 눈썹이 매력적인 모델로만 도상우를 기억했다면 요즘 좀 놀랄 거다. 최근 드라마 <전설의 마녀>에서 철없는 부잣집 아들로 제법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니까. 깊은 밤, 오랜만에 도상우가 다시 눈에 힘을 줬다.

면 소재 트랜치 코트는 김서룡(Kimseoryong). 안에 입은 소가죽 소재 바이커 재킷은 자라(Zara).

면 소재 트랜치 코트는 김서룡(Kimseoryong). 안에 입은 소가죽 소재 바이커 재킷은 자라(Zara).

 

 

라이언 고슬링은 남자, 그것도 진짜 남자다. 단단한 턱과 몸, 그리고 그와 대조를 이루는 상냥한 눈과 부드러운 수염. 영화 <노트북(The Notebook)>에서 레이첼 맥아담스를 한 팔로 번쩍 들어 안던 남자는 온몸을 쓰고 부딪혔던 <드라이버(Driver)>를 지나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The Place Beyond the Pines)>의 아버지에까지 이르렀다. 오토바이 스턴트맨으로 떠돌다가 아들의 존재를 뒤늦게 알게 된 후, 비로소 아버지 노릇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라이언 고슬링이 오토바이를 타고 달렸던 길을 그 아들이 자전거로 달리며 두 사람이 겹쳐질 때다. 도상우도 진짜 남자다. 다정한 얼굴과 진한 선을 동시에 갖고 있는 톱모델은 연기에 본격적으로 몸을 던졌다. 원래 오토바이를 종종 탄다는 그가 신이 나서  한밤중 할리 데이비슨의 육중한 몸체 앞에 섰을 때, 이미 좋은 예감이 들었다. 

 

데님 재킷과 면 소재 티셔츠는 칩 먼데이(Cheap Monday). 안에 입은 울 소재 재킷은 프라다(Prada). 데님 소재 팬츠는 베르수스 바이 쿤(Versus by Koon). 실버 소재 팔찌와 반지는 모두 생 로랑 바이 에디 슬리먼(Saint Laurent by Hedi Slimane).

데님 재킷과 면 소재 티셔츠는 칩 먼데이(Cheap Monday). 안에 입은 울 소재 재킷은 프라다(Prada). 데님 소재 팬츠는 베르수스 바이 쿤(Versus by Koon). 실버 소재 팔찌와 반지는 모두 생 로랑 바이 에디 슬리먼(Saint Laurent by Hedi Slimane).

 

 

축하해요. <전설의 마녀> 시청률이 26%를 넘었더군요. 
29.9%! 수도권 기준으로는 29.9%도 나왔어요.

하하. 시청률을 꿰고 있네요. 선배 연기자들이 많은데 현장 분위기는 어때요?
처음에는 겁을 많이 먹었어요. 박근형, 고두심, 김수미, 전인화 선생님 등 대선배들이 계시니까요. 그런데 무척 인자하신 분들이에요. 특히 제 어머니 역할인 전인화 선배님께는 현장에서 어머니라고 부를 정도죠.

<전설의 마녀>의 마도진은 엄마와 가깝죠. 그래서 시청자들이 마마보이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전인화 선생님과 좀 더 애틋한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생신도 챙겼어요.

마마보이 마도진의 편을 조금 들어준다면?
별로죠. 전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소가죽 소재 바이커 재킷과 양털 베스트, 데님 팬츠는 모두 생 로랑 바이 에디 슬리먼. 면 소재 티셔츠는 김서룡.

소가죽 소재 바이커 재킷과 양털 베스트, 데님 팬츠는 모두 생 로랑 바이 에디 슬리먼. 면 소재 티셔츠는 김서룡.

 

 

당신도 어머니랑 가까운가요?

통화는 자주 하는 편이에요. 사실 마도진도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지켜 봤기 때문에 어머니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큰 것뿐이에요. 엄마가 부르거나 무슨 일이 있으면 달려가는 정도지, 매사에 엄마, 엄마 하는 캐릭터는 아니거든요.

  

결국 편을 들어주고 있네요! 헤어졌던 연인 미오(하연수)가 자신의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숨겨진 자식이 있다는 점에서는 어떻게 보면 라이언 고슬링의 영화와도 비슷한데,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떨 것 같아요?

저는 절대 못 견디죠. 미쳐버릴지도 몰라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픔을 줬는데 또 그 사람이 내 아들을 낳고 몰래 키웠다면…. 숨기는 게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싫어요. 연애를 할 때도 그래요. 여자친구가 ‘둘이 만나는데 그 사람 남자야’라고 말하고 가는 건 괜찮은데 다녀와서 ‘누구 만났어’하면 더 화가 나거든요. 

  

<괜찮아 사랑이야>의 최호는 양다리를 걸치긴 했지만 결국 해수(공효진)를 더 사랑했어요. 한쪽이 더 사랑하는 연애를 해본 경험은 있어요?

늘 비슷하게 서로 좋아했던 것 같아요. 내가 사랑하는 만큼 상대방도 나에게 주고, 그러다 보니 감정이 더 깊어지죠. 연애는 늘 진지하게 해요. 사람도 오래 만나는 편이고요.

 

모델 출신이나 가수 출신 배우들은 늘 연기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해요. 본인은 연기의 어떤 점에 빠진 것 같아요?

처음엔 순전히 재미있어서 시작했어요.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 정말 재미있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아무것도 몰라서 재미있었던 거더라고요. 

 

소가죽 소재 바이커 재킷은 자라. 면 소재 티셔츠는 랙앤본 바이 비이커(Rag&Bone by Beaker). 실버 소재 반지와 팔찌는 생 로랑 바이 에디 슬리먼.

소가죽 소재 바이커 재킷은 자라. 면 소재 티셔츠는 랙앤본 바이 비이커(Rag&Bone by Beaker). 실버 소재 반지와 팔찌는 
생 로랑 바이 에디 슬리먼.

 

 

그럼 요즘은 어떤가요?

부담과 압박감을 많이 받죠. <괜찮아 사랑이야> 때는 살이 7kg이나 빠졌을 정도예요. 그런데 연기를 할 때, 상대방과 호흡을 맞추면서 내가 준비한 것과 전혀 다른 톤과 말투가 오갈 때가 있어요. 그때 희열에 가까운 걸 느껴요. 중독적이죠.

  

압박감은 지금도 여전하고요?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만족은 못해요. 대본이 촉박하게 나오고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대본을 받으면 샤워할 때든, 눈 뜨고 바로든, 계속 ‘달달달’ 외워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경리단길에서도 가장 잘나가는 핑퐁펍의 공동 대표예요. 요즘 모델의 일상생활에 사람들이 관심이 많은데 당신은 그중에서도 선두에 서 있는 느낌이 들어요.  

좋은 거죠. 힙한 공간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 제 인스타그램을 보고, 그곳을 찾아가는 거잖아요. 원래 재미있는 일을 하는 걸 좋아해요. 요즘에는 집 꾸미는 데에 빠져 있죠. 

  

그것도 힙한데요, 집 꾸미는 남자. 

얼마 전에 이사를 했거든요. 방 안에 꽃도 두고, 포스터도 붙였는데 꽤 잘 어울리더라고요. 가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그렇게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아요. 

 

면 실크 소재 그래피티 재킷은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면 소재 티셔츠는 김서룡. 데님 재킷과 블랙 데님 소재 팬츠는 생 로랑 바이 에디 슬리먼.

면 실크 소재 그래피티 재킷은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면 소재 티셔츠는 김서룡. 데님 재킷과 블랙 데님 소재 팬츠는 생 로랑 바이 에디 슬리먼.

 

 

드라마가 끝나면 어떤 걸 하고 싶어요? 

그럼요. 하고 싶은 건 여전히 많아요. 얼마 전에 고두심 선배님께서 ‘중년배우 되면 얼굴이 더 멋있어질 것 같으니까 연기를 계속했으면 좋겠어, 포기하지 마, 반짝 스타보다 배우가 더 좋아’라고 하셨는데 그 말에 엄청나게 감동받았어요.

  

정말 좋은 말이네요.

그게 제 연기가 좋아서는 아닐 거예요, 지금 가진 걸 잘 만들어가라는 의미에서 해주신 말씀이겠죠. 연극을 해보라는 이야기도 해주셔서 드라마가 끝나면 연극을 많이 보러 다니고 싶어요.  

 

본인이 생각하기에 스타와 배우의 경계는 뭐예요?  

얼마나 오래 할 수 있느냐 하는 것? 사실 저도 누군가 ‘스타가 되고 싶냐,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었을 때 고민했어요.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잖아요. 그런데 대중들의 관심에서 조금 벗어나더라도 연기를 오래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일이 들어오면 닥치는 대로 다 할 거예요. 

  

하기 싫은 역할은 없어요?

그럼요. 멍청한 역할이든, 망가지는 거든 가릴 이유가 없어요. 

 

정말로?

예전에 촬영 끝나고 술을 마시는데 배우 생활을 오래 하신 분이 술에 취해 제게 하신 말이 있어요. ‘넌 연기 못해, 넌 지금 얼굴로 하는 거야’. 그런데 그 말이 맞아요. 연기를 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저는 복 받은 거죠. 그런데 또 한편 이런 마음도 스멀스멀 들더라고요. ‘그땐 못했으니까, 이제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겠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