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나란히 침대에 누웠다. 그 침대가 스파 베드였다는 게 평소와는 달랐다. 밸런타인데이, 남자친구와 커플 스파를 계획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에디터의 커플 스파 체험기.



“어깨 너무 결린다. 좀 주물러줄래?”, “그럼 난 등 좀”. 언제부터였을까. 남자친구와 만나면 서로 목과 어깨, 등을 주물러주는 일이 늘어났다. 둘 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마치 털을 골라주는 사이 좋은 원숭이처럼 서로 안마를 해주던 우리 커플은 결국, 커플 스파를 받기로 결심했다. 함께 간 태국 여행에서 마사지의 참 맛을 경험한 남자친구도 좋아하는 눈치. 이제 어디로 갈지만 정하는 일만 남았다. 막상 가기로 하니 추천 리스트는 쏟아졌다. 한 선배는 조명이 은은한 로맨틱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어느 호텔 스파를, 어떤 친구는 월풀 욕조가 함께 있는 커플 스파를 권했으며, 또 다른 어떤 친구는 아로마 오일을 사용하는 스파 이야기를 했다. 오일 향기가 은근히 자극적이라나 뭐라나. 하지만 3년 차에 접어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야릇한 분위기보다 마사지, 그 자체였다! 대낮부터 남자친구와 욕조에 몸을 담그는 월풀 욕조 스파나 희한한 조명은 모두 안녕, 우리는 제품과 테라피스트를 모두 믿을 수 있는 스파를 원했다.  

 

그렇게 버츠비 스파를 찾았다. 가격 대비 분위기와 서비스가 만족스럽다는 주변인들의 평이 결정적이었다. 남자친구의 손을 잡고 스파에 도착했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노란색과 크림색 벽면과 밝은 조명이었다. 황금빛 문양의 보라색 커튼이나 명상 음악이 흐르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미 80점! 자리에 앉으니 테라피스트가 루이보스 티와 갈아 신을 슬리퍼를 가지고 왔다. 우리가 신고 온 신발은 스파를 받는 동안 살균 서비스를 받을 예정. 마음속으로 10점을 더했다. 예약한 커플 스파 프로그램인 ‘허니비 케어’에는 90분에 걸친 페이셜 마사지와 보디 마사지가 포함되어 있다. 관리에 앞서 마사지는 어느 정도 세기로 했으면 좋겠는지, 복용 중인 약이나 알레르기는 없는지 등을 꼼꼼히 체크했다. 보디 마사지는 등과 다리 중에서 부위를 택할 수 있는데 어깨와 등의 통증으로 고생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등’을 택했다. 페이셜 마사지도 영양 공급얼굴 축소, 혈액 순환 등 어떤 점에 중점을 둘지 고를 수 있었다. 평소에도 턱선이 갸름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하던 남자친구가 질문을 퍼부은 것도 이때였다. “이걸 받으면 얼굴이 작아지나요? 턱에도 효과 있어요?”라고 묻는 남자친구의 질문에 한 번 받아서 작아지겠냐고 대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것을 삼키고 커플 스파 룸에 입성했다. 이제 천국이 펼쳐질 시간이다!

 

고백하건대, 스파를 받기 전에 노출이 은근히 걱정되었다. 남자친구에게 스타킹과 브래지어 자국 난 몸과, 스파에서 준 일회용 팬티를 주춤거리며 입는 모습 같은 것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다행히 은은한 조명의 스파 룸은 방 한가운데 놓인 커튼을 기점으로 베드와 옷 수납함이 따로 놓여 있었다. 물론 커튼 하나만 두고 서로 부스럭대며 옷을 갈아입는 것도 기분이 이상하긴 했지만. 곧 두 명의 담당 테라피스트가 들어왔고 등 마사지가 시작됐다. 마사지를 받기 전에는 남자친구와 수다를 떨며 잠들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따뜻한 스파 베드에 누우니 눈이 감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옷을 갈아입은 후 커튼은 걷었지만, 각자의 테라피스트가 바로 옆에 있다 보니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금 어색한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등 마사지를 묵묵히 받다 보니 남자친구의 신음 소리와 “아프세요?” 하고 묻는 테라피스트의 목소리가 커튼 너머로 들려왔다. 모임에서 다른 여자와 이야기하는 남자친구를 봤을 때의 질투 비슷한 감정이 순간 스쳤지만 바로 이성을 찾았다. 지금은 스파를 받는 중이니까. 

 

버츠비 제품 특유의 자연스러운 향기도 스파를 받는 내내 느낄 수 있다. 단 페이셜 마사지 때 이용하는 팩처럼 버츠비 라인에 없는 제품은 다른 믿을 만한 브랜드의 제품을 쓰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테라피스트의 설명. 제품을 바를 때마다 그때그때 안내를 친절하게 해준 덕분에 깜짝 놀라는 일 없이 편안하게 프로그램에 임할 수 있었다. 등이 많이 뭉쳤다고 생각해 아픔을 각오했는데 받는 내내 개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신 마사지를 받은 적은 꽤 있지만 이렇게 부드럽게 몸이 풀리는 기분은 처음이어서, 상담할 때 마사지 강도로 ‘약’을 선택했는데 이 정도면 조금 더 욕심을 부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등 마사지가 끝나고, 다음 단계인 페이셜 마사지 제품을 준비하기 위해 테라피스트들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잠들진 않았는지, 아프지는 않았는지 남자친구와 커튼 너머로 대화를 나눴다. 마치 담장 너머로 편지를 전하는 옛 연인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 곧 페이셜 마사지가 시작됐다. 클렌징, 각질 제거, 영양 공급, 팩 등의 순서가 이어지는 내내 테라피스트의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이며 기분 좋게 얼굴을 매만졌다. 팩이 스며드는 동안에도 남자친구와 잘 벌어지지도 않는 입으로 서로 안부를 전했다. 그렇게 숙면을 취한 것처럼 상쾌한 90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드디어 커튼 너머 반질반질해진 얼굴의 서로를 마주할 시간. 고작 한 시간 반 만에 보는 얼굴인데도 마주 보니 괜스레 반가웠다. 남자친구는 계속 누워 있었더니 머리가 엉망이 됐다며 조금 투덜댔지만, 스파 후 빛나는 피부 덕분에 나는 오랜만에 민낯으로도 당당했다. 아마 앞으로도 커플 마사지는 계속될 것이다. 다시 스파를 찾든, 아니면 또다시 서로가 서로의 어깨를 주무르든 간에. 이렇게 친밀한 순간을 공유할 수 있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건, 확실히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