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스타 뒤에는 그 시절의 패션이 있었다. 아직도 <무한도전> ‘토토가’의 여운이 짙게 남아 있는 가운데,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가요계를 주름 잡은 스타들의 그때 그 룩을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의 런웨이에서 찾았다.

박지윤 | 베르수스

스무 살이 되던 해, 슬릿이 깊게 파인 검은색 롱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며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라 속삭이던 박지윤은 뭇 남성들의 환상 그 자체였다. ‘성인식’ 활동 당시의 아찔한 섹시미는 이번 시즌 베르수스의 비대칭 컷아웃 드레스로 부활했다.

 

엄정화 | 오네 티텔 
엄정화는 예나 지금이나 ‘한 패션’ 하는 한국의 마돈나였다. 하지만 그녀의 수많은 무대의상 중에서도 가장 아이코닉한 룩을 꼽으라면 단연 ‘몰라’ 활동 당시의 사이버 여전사 드레스를 꼽을 것이다. 지금 봐도 여전히 세련된 이 룩의 여운은 이번 시즌 오네 티텔의 가죽 소재 보디 컨셔스 드레스에서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헤드폰만 더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핑클 | 클로에 세비니 포 오프닝 세레모니 
핑클이 ‘내 남자친구에게’를 부르며 전국 남학생들의 마음속 여자친구로 자리잡아갈 때, 여학생들은 그녀들의 루스 삭스와 체크 무늬 미니스커트를 사수하느라 분주했다. 그리고 그 깜찍한 룩은 이번 시즌 클로에 세비니의 오프닝 세레모니 컬렉션에서 좀 더 섹시하고 그런지한 버전으로 거듭났다.

이정현 | 모스키노

바비 인형 콘셉트를 제대로 구현한 모스키노의 새 시즌 컬렉션을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추억 속의 가수 이정현이었다. 핑크색 가발을 쓰고 ‘줄래’를 부르며 인형처럼 움직이던 그녀는 그 자체로 이미 바비였으니까. 대중을 훨씬 앞서간 그녀의 패션 세계는 제레미 스콧으로 인해 이번 시즌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샤크라 | 아시쉬

‘가라가라 갇혀 확 갇혀, 내 안에 갇혀 확 갇혀’라는 요상한 라임을 읊으며 등장한 샤크라는 이마에 찍은 점과 오색찬란한 컬러 코드로 걸그룹 역사상 가장 사이키델릭한, 전무후무한 스타일을 남겼다. 그리고 노래하는 인도 요정 같던 그녀들의 무지개색 스팽글 드레스는 15년이 지나 아시쉬의 런웨이에 다시 등장했다.  

 

투투 | 클로에 세비니 포 오프닝 세레모니 
데뷔 당시 투투의 황혜영이 얼마나 귀엽고 예뻤는지 당시 초등학생이던 에디터도 기억하고 있다. 미니 드레스에 베레모를 쓰거나 동그란 선글라스를 끼고 ‘일과 이분의 일’을 부르던 그녀의 깜찍함을 13년이 지난 지금 클로에 세비니의 오프닝 세레모니 컬렉션에서 다시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