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을 잘 수는 없지만 대신 숨어들 따뜻하고 아늑한 곳을 찾는다.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이 계절을 보내는 방식이다. 지금, 추운 바람을 피해 사람들이 머무는 곳은 어디일까?

1 작은 컨테이너지만 만화는 풍족한 곳. 2 안 보는 만화책을 기증할 수도 있다.

녹번만화도서관
신문에서 ‘만화도서관’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보고 다짜고짜 찾아갔다. 성급했다. 장서가 늘어선 큰 건물을 기대했지만, 열명만 들어가도 꽉 찰 것 같은 작은 컨테이너였다. 허탈함은 금세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신발을 벗어 던지고, 무릎담요를 덮고, 난로를 쬐면서 만화책을 읽는 건 도서관과 만화방에서는 알 길이 없는 기분이었다. 남의 방에 놀러 가서 폐 끼치는 것처럼 묘한 긴장감과 편안한 기분이 든다. 권수는 적지만 있을 건 있고, 입장료나 대여료, 시간 제한은 없다.

 

꼭 해봐야 할 일 가장 중요한 건 시간대다. 어린이들과 경쟁하는 어른이 되지 않으려면 방과 전이나 거의 문 닫는 시간에 가야 한다. 그러면 완벽하게 혼자서 숨어들기 좋을 것이다. – 박의령(<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피처 에디터) 
주소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 245 문의 02-356-1676



1 친구집 같기도, 카페 같기도 한 카페 부부. 2 넓은 창을 통해 햇살이 가득 들어와 겨울 광합성을 할 수 있다.

카페 부부
근처 주민들이 사랑하는 망원동 주택가의 카페 부부(BUBU). 카페 부부라는 이름처럼 이곳은 디자이너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두 사람은 오래된 2층집을 상업 공간으로 개조하면서 새롭게 멋진 걸 더하는 일과 낡아서 예쁜 디테일을 적절히 남겨두는 안목을 발휘했다. 어디가 딱히 창가 자리랄 것도 없이 넓은 창을 통해 꽉 들어차는 자연광을 고스란히 받노라면 겨울이야말로 햇볕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눈이 많이 오는 날에는 이곳 마당에 소복소복 쌓이는 모습을 보러 가도 좋을 것이다.

 

꼭 해봐야 할 일 드립 커피와 함께 디저트 맛볼 자리를 위장에 남겨두고 갈 것. 타르트와 케이크가 훌륭해서 차만 마시고 나오긴 아깝다. – 황선우( 피처 디렉터)
주소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376-15 문의 070-4257-8080



1 책을 좋아하는 셰프는 공간에도 책을 가득 채웠다. 2 프로슈토와 달걀을 얹은 버섯 볶음은 술도둑이다. 3 겨울 제철 메뉴인 앤초비 크림소스 굴구이.

몽로
서교동 사거리 인근의 조용한 골목 지하에 들어선 술집 몽로. 한정된 면적을 홀과 룸, 카운터로 나누다 보니, 세 공간이 각각 근사하고 작은 술집처럼 보인다. 그중 가장 편애하는 곳은 L자 형태의 바가 들어선 카운터다. 요리사의 재능과 작가로서의 명망, 무엇 하나 모자라지 않은 박찬일 셰프가 카운터 안팎을 드나들며 손님들과 기분 좋게 안부를 나눈다. 몽로의 주방은 노련하고 민첩하게 운영된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제철재료로 만든 안주다. 요즘 자주 주문하는 앤초비 크림소스 굴구이. 재료의 나열만으로도 입 안에 침이 흥건하게 고인다. 물론 맛도 기대 이상이다. 캄캄한 한겨울 밤, 맛있는 술과 요리, 부드러운 불빛, 유쾌한 환담으로 술렁이는 술집만큼 숨기 좋은 곳이 또 있을까? 몽로는 정확하게 그런 곳이다.

 

꼭 해봐야 할 일 월요일 밤에 카운터 좌석에 앉아볼 것. 바의 가장 바깥 자리에서 DJ 수퍼플라이가 국내외를 불문하고 옛 명곡들을 절묘하게 선곡한다. – 정미환(주류 칼럼니스트)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77-20 문의 02-3144-8737



1 단골 손님들의 애정 어린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2 달걀후라이는 셀프 서비스. 3 간판에도 내걸 만큼, 김치찜 맛이 각별하다.

아낙
신사역과 논현역 사이 언덕을 오르내리며 일한 지 햇수로 4년, 사무실에서 점심밥을 지어 먹는 나와 회사 사람들이 4년째 좋아하는 음식은 전날밤 안주로 먹다 남은 아낙의 김치찜이다. 물론 어젯밤 배에 공간이 남았다면 국물 한 방울 안 남겼겠지만 묵은지에 생두부를 기본찬으로 주고 오징어 한 마리를 통째로 튀겨 눈앞에서 잘라주는 아낙에서는 음식이 남아 포장을 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자취방도 아닌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달걀후라이’를 직접 해주고 따뜻한 밥공기를 손수 담아 오다 보면 어느덧 주인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씨까지 배부르게 먹고 가는 기분이다. 조용한 주택가 골목에 있지만 주변 직장인부터 동네 백수들까지 드나들어 언제 찾든, 몇 시간을 머물든 편안한 곳이다. 

 

꼭 해봐야 할 일 간단히 설명하겠다. 1 직접 식용유를 뿌려 팬에 달걀후라이 만들어 먹기. 2 직접 밥솥에서 밥을 퍼 김에 밥 싸먹기. 3 주인 아주머니에게 반말 섞으며 친한 척하기. 4 여럿이 가서 안주 많이 시키기. 대부분의 안주가 3인 이상 먹을 양이다. 5 집에서 튀긴 치킨이 먹고 싶다면? 아낙치킨을 주문하세요. – 김기재(드라마 기획 PD)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133-3번지 문의 02-3443-80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