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좀 더 괜찮은 내가 되고 싶고, 더 행복하고 싶어서 책을 폈다.

새해에 읽으면 좋은 책들.

새해에 읽으면 좋은 책들.

 

 

그저 하루가 가고 또 다른 하루가 오는 것뿐인데도 마음이 다른 건, 어쩔 수 없이 새해이기 때문이다. 붐비는 마음들, 지긋지긋한 습관들, 무심결에 하는 버릇들. 새해에는 좀 더 괜찮은 내가 되고 싶고, 더 행복하고 싶어서 책을 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 자신은 ‘좋은 사람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다면 <미움받을 용기>라는 제목을 지나치긴 어려울 것이다. 우리 고민의 많은 부분은 ‘인간관계’가 차지하는데, 관계지향적인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는, 타인에게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모든 것은 용기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은 기시미 이치로의 생각을 쓴 책이 아니다. 심리학을 공부했다면 모를 수 없는 ‘아들러 심리학’을 쉽게 풀고 일상의 인간관계에 적용한 해설서에 가깝다.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겸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프로이트, 융과 함께 정신의학의 기틀을 닦은 인물. ‘개인심리학’을 창시했고,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열등감’이라는 단어가 그에 의해 시작되었다. 철학자와 인생에 고민이 많은 청년이 대화하는 방법으로 ‘미움받을 용기’를 생각한다. ‘트라우마를 부정하라’,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타인의 과제를 버려라’ 등 각 장마다 우리의 딜레마가 펼쳐지며 해결책을 제시한다.

새해가 꼭 성공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실수하니까 인간이다. 나는 서른이 되면 이불 속에서 하이킥을 하는 일은 더 없을 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그런 모든 사소한 과오에 대해 이소연은 <저지르고 후회해도 결국엔 다 괜찮은 일들>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죽고 살고, 다치고 상처 주는 일만 아니라면, 대부분의 실수는 ‘저지르고 후회해도 결국엔 다 괜찮은 일들’이 된다. KBS 드라마국 PD 이소연이 인생의 여러 순간을 지나오면서 몸소 체험한 그 괜찮은 일들을 공유한다. 

 

<괴테가 읽어주는 인생>은 생각이 많은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다. 역사에 길이 남은 지식인인 괴테는 인간과 인생에 대한 뛰어난 통찰을 가지고 있었다. 괴테가 남긴 작품 <친화력>을 스마트폰 시대에 맞게 오려내고 편집했다. 축약한 책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은 편집의 묘미가 있다. 더 현명한 삶을 살고 싶은 어른들의 지침서로, 한 번에 읽는 대신 화장실이나 침대 머리맡에 두고 아무 페이지나 열어봐도 좋겠다. <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는 어떤가? 매번 새해는 밝고 희망찰 거라고 보신각 타종이나 바닷가 폭죽, 하다못해 샴페인이라도 터트리면서 축하하지만 인생이라는 게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다는 걸 알아버렸다. 이 책은 삶을 냉정하게 바라보고자 했던 10인의 사상가가 남긴 철학 에세이다. 니체, 마르셀 프루스트, 쇼펜하우어, 몽테뉴 등 당대의 사상가이자 문장가들이 인생을 말한다. 니체는 “하루의 3분의 2를 자기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은 노예”라고 일갈하고, 프로이트는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라고 설파하며,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사랑은 두 고독을 맞바꾸려는 시도”라고 냉소한다. “난잡한 상태가 만물의 근본 상태”라는 클레망 로세의 말은 차라리 위로가 된다. 살아가는 일의 고단함을 드러내는 이들의 말은 아마도 연말연시의 활기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생의 감각은 더 맹렬해진다. 내년에도 우리는 위대한 생존자가 되어야만 하니까.

 

마지막 <시간의 향기>는 새해의 당부 같은 말이다. <피로 사회>의 한병철 교수가 다시 한 번 피로한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남긴 말이다. 철학 교수인 그는 여러 철학 이론과 사상들로 왜 우리가 늘 피곤한지, 왜 우리가 늘 시간 도둑에게 쫓기는 기분이 드는지를 명쾌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설명한다. ‘머무르지 못하는 산만함’ 대신 ‘사색적인 머무름’을 말한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진지한 일시 정지 버튼이 필요하다. 2015년은 부디, 느리고 느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