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에 우리가 이토록 열광하는 건 등장인물들을 한번쯤 현실에서 만나본 적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 함께 일하고 있을지도, 혹은 앞으로 만나게 될지도 모를 원인터내셔널 상사들. 각각의 유형에 따라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여자라이프스쿨 이재은 대표가 조언한다.

냉정하고 깐깐한 강 대리 강 대리는 후배에게 냉정하기만 하다. 절대 말을 낮추지 않고 업무 외적인 말은 건네지 않으며 일을 가르쳐주지도, 시키지도 않는다. 일을 달라는 장백기에게 겨우 던져준 일은 엑셀표로 정리하는 단순 업무. 어쩌면 그는 장백기가 일하는 방법을 자신에게 물어주기를 바랐을 수도 있다. 씩씩거리던 장백기는 자신의 방식대로 해버리고 결국 기본기도 갖추지 않았다며 혼이 난다. “장백기 씨, 돋보이려는 마음이 앞서면 조급해질 수밖에 없어요. 스스로 돌아보고 확인할 기회는 여러 번 줬어요”라고 강 대리는 힘주어 말한다.

SOLUTION 기본을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원칙과 정도를 지키는 것이 기본이다. 일을 가르쳐주지 않는 이유는 상대가 아직 기본이 안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입답지 않게 딱딱하고, 일로써만 돋보이려고 욕심 내는 장백기의 태도가 그의 마음을 닫게 했을 거다. 작은 업무라도 뭔가 던져줬을 때, 정석대로 완성하는 것이 그의 신임을 얻는 지름길. 모르면 무조건 묻고 시작할 것. 아는 척, 잘난 척 덤볐다가는 장백기처럼 낭패 보기 십상이다. 이렇게 깐깐한 상사는 실력과 능력, 인성 모두 합격점을 받아야 가까워질 수 있다. 인정받는 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인정받고 나면 더없이 좋은 선배가 되어줄 케이스.


욱하는 남자, 하 대리
 수 틀리면 여자에게 쌍욕을 한다. “여자들이 문제야, 기껏 교육시키면 남편에, 아기에, 둘째까지”, “낄 때 안 낄 때 다 끼어 여자가.” 일 잘하고 남자 사이에서 의리 있는 선후배로 통하지만 여자를 대놓고 무시하고 심지어 앞에 세워두고 ‘재수 없게’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버럭 소리를 지르고 쓰레기통 비워라, 책상 닦아라 할 땐 언제고 안영이에게 은근 마음을 주는 건 무슨 심보? 안영이는 그저 열심히 한다. 쓰레기를 비우라면 비우고 책상을 닦으라면 닦는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만’ 한 게 오히려 하 대리의 성질을 돋운 원인일 수도 있다.
SOLUTION 여자를 대놓고 무시하는 남자의 상당수는 숨은 열등감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든 자신이 우위에 있는 사람임을 입증하려는 특징이 있다. 강력한 상대를 만났는데, 그 상대가 사회적 열성이라고 생각했던 여성이라 더 자존심이 상하는 것. 이런 경우에는, 그가 상대를 밟지 않아도 우위에 있음을 느낄 수 있게 수시로 칭찬을 하고 존중하는 표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도가 지나친 발언을 할 때는 “지금 뭐라고 말씀하셨어요?”라고 침착하게 물으며 한 번 강하게 눈을 맞추는 것으로, 바보처럼 참고만 있을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해주는 것이 좋다. 맘에 없는 상사가 자신을 여자로 보기 시작한다면, 최대한 모른 척 거리를 두되 너무 칼같이 자르거나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단정하지 말 것. 서서히 거리 두기 전략을 펼치는 것이 정치적으로는 덜 위험하다.     


착하고 무능력한 박 대리 거래처에서 둘러댄 핑계를 곧이곧대로 믿는 그야말로 사람 좋은 사람이다. 한없이 천사표라서, 그래서 실적이 없다. 회사에서는 맨날 깨지는데, 아내는 아들을 위해 일주일에 15만원이나 하는 학원을 끊었다며 통보해온다. 박 대리의 삶은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팍팍하기만 하다. 박 대리와 현장 동행에 나섰다가 협력업체가 박 대리를 기만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장백기는 “우리 회사 호구 잡힌 거네요”라고 말했고, 장그래는 업체를 조정위원회로 넘기는 센스를 발휘한다. 그리고 그에게 건넨 한마디. “무책임해지세요.” 박 대리는 장그래에게 자신의 단단한 껍질을 깨어줬다며 고마워한다. 

SOLUTION 이런 타입은 사적으로는 ‘친밀하게’ 공적으로는 ‘딱딱하게’ 대하는 것이 답이다. 착한데 일은 못하고, 조직 내 세력이 없기 때문에 업무에 연루되면 부정적 결과와 평판에 대해 공동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적으로는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지만 그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모른 척하지는 말길. 장그래처럼 그저 손을 내미는 것만으로 엄청난 힘이 될 수 있다. 박 대리 같은 사람과 잘 풀리면 직장 동료가 아닌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된다.  

무식한 마초, 마 부장 “이놈의 기센 여자들 등쌀에 살 수가 없어.” 마 부장은 한마디로 무식한 마초다. 그는 성희롱이 무엇인지 그 개념조차 모르는, 당최 말이 통하지 않는 상사다. 자신의 성희롱 전력을 문제 삼는 직원에게 “숙일 때마다 그렇게 가릴 거면 뭐 하러 그런 옷 입고 왔니. 그냥 다 보이게 둬, 그게 왜 성희롱이야. 파인 옷 입고 온 그 여자가 잘못이지”라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여자 신입 사원이 낸 기획안이 채택되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개하고 할 수 없다고 말하라고 윽박지른다. 그에게 ‘능력 있는 여자’는 곧 ‘예의 없이 대가 센 여자’일 뿐이다. 

SOLUTION 마초는 여성 부하직원에게 있어 가장 힘든 상대다. 원칙대로 들이대면 더 무식하게 사나워질 뿐이다. 아주 강력한 카드를 갖고 있지 않는 한, 이런 부류의 상사에게는 ‘평등’하게 대할 것을 요구하는 대신, 차별적으로 대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 낫다. “그냥 다 보이게 둬”라고 말하면, 덤덤하게 “딱히 볼게 없어서요”라고 받아쳐라. 심각한 성희롱적 발언을 할 경우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사내 도움을 청할 여성상사나 멘토와 논의 후 대처 방안을 짤 것.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현명한 여자로 각인시키는 게 마초를 뛰어넘는 기술이다.   

막장의 끝, 박 과장 실세인 최 전무 라인으로 입지를 구축했고 실력 하나는 인정받은 능력자이니 아무도 그를 건드리지 못한다. 업무 시간에 내기 당구를 치고 사우나에 다녀와도 당당하기만 하다. 음흉하고 거만하며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직장에서는 물론 살면서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인간. 게다가 일하는 시간에 아무렇지 않게 어깨 안마를 부탁하기까지! 드라마에서는 희대의 부정부패로 하차했지만 아직 하차하지 않은 우리 회사의 박 과장에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SOLUTION N 탄탄한 라인을 배경으로, 재수 없고 거만하게 구는 유형들에겐 기다림이 필요하다. 싸움의 시작은 기다림부터. 치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그의 핵심적 약점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근무태만의 횟수, 언어폭력의 정도와 횟수를 기록하며 ‘결정적 한 방’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것. 결정적 증거와 그동안의 만행을 라이벌 라인의 사람들에게 흘려, 연대작전을 짜라. 더불어 모든 라인의 허브 역할을 하는 사람과 친분을 맺고, 박 과장의 만행으로 인한 고충을 털어놓을 것. 안마를 해달라고 부탁할 때는 “한 번도 안 해봐서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데 공부 좀 하고 해드릴게요”라고 대답하는 것도 방법. 그리고 다음 날 안마봉을 사서 그의 책상에 올려두는 거다.

진짜 소시오패스, 성 대리 마 부장, 박 과장에 버금가는 최악의 상사다. 커피 마시라며 건넨 카드는 한도초과라 사용할 수 없고, 현금이 없다며 입을 닦는다. 급기야 혼자 어마어마하게 술을 마신 후에 후배를 불러내고는 “소시오패스네. 소시오패스인 줄 알았는데 사이코패스네” 등의 폭언을 퍼부은 후 계산도 하지 않고 사라진다. 후배에게 자신의 업무를 그대로 양도하고 자신이 다 한 척 유세를 부린다. 심지어 상사에게는 온갖 아첨을 떨며 입안의 혀처럼 군다. 한석율은 성 대리를 두고 이렇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직장 생활하며 가장 괴로운 거. 보기 싫은 놈을 매일 봐야 한다는 거. 그런데 그런 놈을 상사들이 더 좋봐야 한다는 거. 그런데 그런 놈을 상사들이 더 좋아한다는 거,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놈 일이 된다는 거.”

SOLUTION 한석율은 공동 게시판에 성 대리를 고발하지만 그 화살은 고스란히 한석율에게 돌아온다. 이에 성 대리는 다 후배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라고 공개 사과한다. 이렇게 표리부동하고 치사한 저질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힘을 키우는 게 상책이다. 저질상사의 행동 하나하나에 파르르 떨며 반응하는 대신, 사내 입지를 키워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부하직원이 될 것. 과장님과 친분을 쌓을 수 있는 동호회에 가입하거나 부장님의 개인 심부름을 자청하며 신임을 쌓아 힘있는 부하직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과장이 성 대리만 믿고 있는 건 한석율과 과장의 이해관계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탓이 크다.   둘도 없는 오 차장 무뚝뚝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따뜻하고 자신의 부하직원을 챙기는 상사. 술이 거나하게 취한 후 “딱풀 좀 챙겨줘. 너네 애 때문에 우리 애만 혼났잖아”라고 사방에 침을 튀기며 소리지를 때, 모든 시청자가 장그래와 함께 울었다. 정직하게 일하고 사욕을 차리지 않으며 인간적이기까지 한 오 차장. 이런 상사를 만났다는 건 미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이다. 그러니 그저 충성을 다하면 된다.

원인터내셔널 동기편

장그래가 살아남는 법 노력과 진정성으로 사내 회자될 만한 성과를 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자신의 팀은 물론 다른 팀의 누군가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비공식적으로 도움을 줄 것. 그러나 스펙 싸움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친해지려면 그들이 인정하는 스펙을 갖추는 게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야간 대학, 사이버 수업을 통해서라도 학위를 따고, 중동지역 외국어 하나 정도는 확실하게 공부한다.

 

안영이가 살아남는 법 부당한 대우를 참아가며 뜻한 바를 이루는 역사적 인물이 될 것인지, 수평적이고 열린 조직문화를 지닌 회사로 옮겨 조화로운 삶을 살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전자의 삶을 목표하고 있다면 이곳이 군대라고 생각하고 참고  참을 것. 팀원이 진정한 우리의 막내라고 인식할 때까지, 남자보다 더 의리 있고, 괜찮은 후배라는 승인이 이루어질 때까지 버티고 참고 때때로 이기는 것이 방법이다. 가끔은  만만한 허당으로서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한석율이 나의 동료라면 불가근 불가원, 동네 아주머니 타입에게 적용할 기본 룰이다. 그의 애정과 열정은 받아들이되 도를 넘는 참견과 간섭이 자신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만약 자신의 경력 개발에 치명적인 말을 옮기고 있다면 재빨리 제지하고 그의 ‘수다’가 치명적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전달할 것. 이런 캐릭터는 관계 속에서 힘을 얻고, 존재 이유를 확인하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로 아끼는 관계가 끊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낄 때 가장 무력화된다. 장백기가 나의 동료라면 장백기는 ‘너무 잘난’ 동료다. 문제는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자만한다는 것. 내가 별거 아닌 사람이 될까 봐, 나보다 못한 스펙을 가진 이가 나보다 먼저 인정받을까 봐 조바심을 느끼는 외로운 타입에게는 잘하고 있다는 격려와 칭찬의 말을 자주 해주는 게 방법이다. 만약 그의 자만심으로 동료들 간에 불편한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약간의 쓴소리도 필요하다. 단, 너무 잘난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게 둘만의 술자리를 공략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