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자주 사용한 아세톤 탓일까? 손발톱이 누렇게 변하고 갈라지기 시작했다. 예쁜 컬러로 손톱을 채우기 바빠서 우리가 몰랐던 아세톤을 들여다봤다.

기분 따라 취향 따라 네일 에나멜을 바르며 손끝의 호사를 누리는 그 기분! 누려본 사람만이 아는 이 즐거움은 쉽사리 포기하기 힘들다. 불경기 속 작은 사치를 일컫던 ‘립스틱 효과’라는 경제 용어가 있지만 이제는 ‘네일 효과’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화장품 카테고리 중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도 단연 네일 에나멜이다. 

에디터 역시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밋밋한 손톱을 견디지 못한 채 하루가 멀다 하고 네일 컬러를 바꾸는 데 열을 올렸다. 그러던 중에 친하게 지내는 피부과 원장님에게 손톱에 숨쉴 틈을 주라고 애정 어린 타박을 들은 게 사건의 발단이 됐다. 색깔을 바꿀 때도 됐거니와 일단 한번 지워볼까 싶어 2천원 주고 구입한 아세톤으로 손톱을 지웠는데 맙소사! 건강한 핑크빛 손톱이어야 할 그곳이 누렇게 착색되어 있었다. 발톱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발가락을 드러내지 않아도 진한 레드 컬러를 고수한
습관 때문에 오랜 시간 방치해놓은 발톱은 아세톤으로 지우자마자 표면이 하얗게 일어나고 단단해야 할 발톱 끝부분이 미세하게 갈라진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화려함 속에 감춰져 있던 상처투성이 손발톱을 마주하고 나니 이대로 방치했다간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손발톱 관리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우선 매니큐어를 한번 바르면 일주일 이상 견디지 못하는 변덕스러움이 화근이었다. 세상엔 왜 이렇게 발라보고 싶은 네일 에나멜이 많은지 공들여 바르고 사나흘 지났을 뿐인데 새로운 색깔이 눈앞에 아른거려 아세톤으로 지워내고 다시 바르기 바빴다. 네일 에나멜이나 아세톤을 사용할 때 알싸한 알코올 냄새가 올라왔지만 역겹거나 거부감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이쯤이면 괜찮겠지 하고 무시하며 매니큐어를 바른 지도 5년이 넘었다. 그러나 미국 프리미엄 네일 브랜드 바리엘의 김기상 대표는 바로 이 점을 지적했다. “오랜 기간 사용한 아세톤은 손톱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에요. 매니큐어를 지울 때 직접 닿는 손톱과 주변 피부를 급격하게 건조하게 하는 건 물론이고 손톱의 케라틴을 파괴해 손톱의 강도가 약해져 쉽게 부스러지죠. 게다가 아세톤은 휘발성이 매우 강해서 공기로 흡입할 경우 코와 기도의 점막을 자극해 염증, 두통, 메스꺼움, 현기증 등을 일으키고 주기적으로 들이마시면 간 기능 장애까지 생길 수 있죠.”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무색무취 아세톤이 갑자기 흉기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얼마 전 케이블 TV에서는 아세톤이 각성제로 알려진 필로폰, 즉 메스암페타민의 주성분이라는 내용이 방영되면서 네일 덕후인 에디터를 충격에 빠트리게 했다. WE클리닉의 조애경 원장 역시 아세톤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아세톤 자체가 독성이 강한 건 사실이에요. 그럼에도 나이 어린 친구들은 물론이고 외모를 가꾸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아세톤을 사용하고 있죠. 네일 에나멜이나 아세톤 사용 금지를 권고할 순 없지만 건강을 위협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안을 찾아야 하는 건 분명해요.”

 

최근에는 아세톤 대신 네일 리무버라는 이름을 달고 오렌지 오일이나 라벤더, 캐머마일 같은 식물성 추출물을 함유한 저자극 제품이 출시되고 있어 소비자들은 비교적 안심하고 매니큐어를 지운다. 그런데 성분표를 들여다보면 아세톤 성분이 미량 함유되어 있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네일 에나멜에도 포름알데히드나 툴루엔 같은 화학물질이 들어 있어 손톱 색이 약해지는 증상이 생기기 쉬운데 여기에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아세톤이 함유된 네일 리무버를 사용하면 손톱 건강에는 적신호가 켜진다. 더군다나 최근 젤 네일 시술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아세톤의 유해성은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일반 매니큐어와 달리 젤 네일을 제거하기 위해선 아세톤을 솜에 흠뻑 적셔 포일에 감싼 후 손톱 위에 올려두고 10분 이상을 방치해야 하므로 많은 양의 아세톤이 손톱에 흡수된다. 젤 네일을 제거할 땐 가급적 드릴 머신으로 젤 네일 표면을 갈아낸 후 아세톤 프리 제품을 이용해 닦아내면 손톱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조금 건조하거나 약간의 착색만 생겼을 뿐이라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남들도 다 사용하니까 괜찮을 거야’라는 안일한 생각도 접길 바란다. 오늘부터라도 손톱 건강을 위협하는 제품 대신에 파라벤, 프탈레이트, 포름알데히드를 무첨가한 아세톤 프리 리무버로 눈길을 돌려보자. 아세톤 성분 없이 천연 식물성 오일만으로 매니큐어가 지워지는 신통 방통한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테니까.

아세톤 함량 0%의 네일 리무버

1 바리엘의 넌아세톤 네일 폴리시 리무버. 118.7ml 3만5천원. 2 카르마 내츄럴스의 네일 폴리시 리무버. 118ml 2만원대. 3 부르조아의 디솔방두 미라큘르 원세컨드 리무버. 75ml 2만1천원. 4 디올의 디솔번트 아브리꼬. 50ml 1만8천원. 5 라 프레쉬 by 벨포트의 네일 폴리쉬 리무버 아세톤 프리. 10개 6천9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