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도 좋지만 겨울에 떠나면 가장 좋은 겨울의 여행지를 찾았다.

평창 선자령

겨울이면 ‘겨울은 눈이 와야 제맛이지’라며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드는 곳, 바로 눈밭 산행이 일품인 평창 선자령이다. 백두대간의 능선을 따라 펼쳐진 설원에서 눈꽃을 감상하고 내리막길에서는 엉덩이 썰매를 타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아무리 저질 체력이라도 4시간이면 충분하고 길도 그다지 험하지 않다. 긴 능선을 따라 주위의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 선자령만 보고 가기 아쉽다면 대관령 옛길에 들를 것. 횡계에서 대관령을 넘어 조금 내려가면 대관령 옛길이라 새겨진 표지가 있다. 그 뒤로 난 작은 오솔길이 대관령 옛길인데 조용하고 호젓한 겨울 길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양평 두물머리

나루터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경기도 양수리 길은 강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겨울의 서정이 그대로 녹아 있는 곳이다. 강물을 따라 느릿하게 차를 달리다가 배가 멈춰서 있는 나루터에 이르면 꽁꽁 언 강과 나즈막한 산이 눈에 들어온다. 400년이 넘은 느티나무와, 얼어붙은 강, 그 위에 꼼짝 못하고 박혀 있는 나룻배는 그림처럼 아름답다. 아침 일찍 이곳을 찾는다면 보드라운 물안개가 호수 전체를 뒤덮은 풍경도 만날 수 있다. 

 

순천 낙안읍성

순천 낙안읍성은 전통 가옥 9채와 200년을 묵은 고목, 옛 관아 건물인 동헌이 그대로 남아 있는 마을이다. 옛 모습 그대도 복원된 마을에는 실제로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민속촌과는 달리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온기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멸악산에서 제석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금화산과 백이산이 서로 에워싼 모습을 볼 수 있다. 동천과 서천이 읍성을 휘돌아 바다로 빠져나가면서 커다란 들을 만들어냈는데 그 한가운데 나지막하게 솟은 옥산 또한 절경이다.  

 

창녕 우포늪

물을 머금었으나 물도 아니고 흙도 아닌 습지. 흐름을 멈추고 고여 있으나 끊임없이 윤회하는 생명의 보고가 바로 이곳, 우포늪이다. 겨울에는 천연기념물 큰고니를 비롯해 큰기러기, 왜가리 등 철새들이 날아들고 1월이면 본격적으로 철새를 구경하려는 이들로 인기를 얻는 곳이기도 하다. 전망대에 올라 망원경 하나를 차지하면 무리지어 있는 물새를 더욱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우포늪, 목포늪, 사지포늪, 쪽지벌 등 4개의 늪이 합쳐진 면적은 약 70만 평에 달하니, 미리 동선을 짜서 갈 것. 일반인에게 개방된 생명길 탐방로도 3~4시간은 족히 걸린다. 

 

강촌 레일바이크

강촌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은 옛 경춘선 철길이다. 경춘선은 폐쇄되었지만 그 길을 레일바이크의 페달을 밟으며 달릴 수 있으니 말이다. 강촌 레일바이크 코스는 두 가지다. 경강역에서 가평철교까지 다녀오는 왕복 코스와 강촌역에서 김유정역까지 가는 편도 코스.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코스는 좀 더 짧은 후자다. 겨울에는 사방으로 눈이 쌓인 설경 안으로 레일을 타고 들어서게 되는데, 매서운 칼바람을 잊을 만큼 로맨틱한 풍경을 자랑한다. 시간이 나면 김유정의 생가터가 있는 실레마을까지 둘러보고 와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