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요미’, ‘스윗 가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지만, 정작 에릭남은 누구 앞에서든 당당하고 여유가 넘치는 남자다.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얼굴을 알린 뒤 가수, MC, 그리고 예능에까지 발을 넓히고 있는 에릭남의 바빴던 일년.

셔츠와 재킷, 팬츠는 모두 바톤 권오수(Baton Kwonohsoo). 슈즈는 레페토(Repetto).

셔츠와 재킷, 팬츠는 모두 바톤 권오수(Baton Kwonohsoo). 슈즈는 레페토(Repetto). 

 

 

올해가 벌써 다 갔다는 게 믿겨져요?  
전혀요! 올해는 해외에 주로 있었기 때문인지 시간이 유독 빨리 갔어요.

해외에 나갔다면 일 때문이었나요? 아니면 여행? 
모두 공연이나 행사였어요. LA, 캐나다, 호주, 말레이시아, 모로코 등 하도 돌아다녀서 여름엔 거의 한국에 없었죠.

일 때문에 갔다고 해도 구경 다닐 시간은 좀 있었겠죠? 재미있었던 순간이 있다면?
거의 못 돌아다녀요. 도착하자마자 호텔에 가고, 밖에 기다리는 팬들이 있어서 호텔 밖으로 나가기가 힘들어요. 그래도 모로코는 정말 좋았어요. 음식도 맛있고, 모든 게 <알라딘>에 나오는 장면 같더라고요.

그리고 <섹션 TV 연예통신> 리포터로 활약했죠. 당신을 만난다니 친구들이 제가 인터뷰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무슨 소리! 절대 아니에요.

아만다 사이프리드, 바바라 팔빈, 제이미 폭스,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미란다 커…. 당신과 인터뷰를 한 스타들 모두 당신을 좋아했잖아요. 비결이 뭐예요? 
방송이 재미있으려면 인터뷰 분위기가 무조건 좋아야 해요. 대본에 하기 싫은 질문이 있으면 최대한 다른 말로 표현하거나, 안 하기도 했죠. 물어봤자 상대의 기분만 안 좋아지고 대답도 재미없게 나올 때가 있거든요.

하기 싫은 질문은 뭐예요? 좋아하는 한국 음식 같은 것?
자연스럽게 물어보면 괜찮은 질문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맥락 없이 ‘김치 좋아하세요?’ 이러면 누가 좋아할까요? ‘싸이 알아요(Do You Know Psy)?’도 마찬가지예요. 싸이 선배님은 대단한 분이지만 왜 외국 스타가 아느냐 모르냐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해외 스타를 극진히 모시는 경향이 있긴 하죠. 
그 사람들이 활동하는 무대가 좀 더 클 뿐이지 그들이 우리보다 더 좋은 사람인 건 아니잖아요. 미란다 커가 김치를 안 먹는다고 해서 김치가 훌륭하지 않은 음식이 되는 건 아닌데…. 그냥 우리는 우리 걸 잘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MC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잖아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원래 좋아하는 편인가요?  
중학교 때 학교에 동양인이 아예 없었어요. 전부 백인이고, 흑인도 두 명밖에 없었죠. 게다가 사립 학교이다 보니 친구들이 얼마나 부자였나 몰라요. 같은 영어인데 사용하는 단어나 뉘앙스가 미묘하게 달라서 못 알아들은 적도 많았으니까요.

사용하는 표현까지 다르다니 신기하네요. 
학교에 가기 싫은데 부모님이 속상해하실까 봐 말도 못했어요. 대신 적응하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죠. 그렇게 몇 년 지내다 보니 사람들과 잘 어울리게 됐고, 나중에는 투표로 학교 대표에 뽑히기도 했어요.

그렇게 노력했기 때문일까요? <애프터 스쿨 클럽> MC를 할 때도 아주 편안해 보이더군요. 케이팝 팬들을 위한 영어 방송이죠? 
맞아요. 아이돌 친구들이 많이 출연하죠.

직접 만난 아이돌 스타들은 어떤가요?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지금은 귀여운 동생들 같아요. 대부분 저보다 어리니까 인생에서는 제가 선배잖아요. 저는 아이돌 세계에 대해 모르는 게 많고, 그 친구들은 제 대학 생활이나 금융 컨설턴트로 일했을 때의 이야기를 신기해하면서 듣고요.

오디션 프로그램인 <위대한 탄생> 출신이긴 하지만 제프 버넷과 함께 부른 유튜브 영상을 보고 노래를 참 잘한다고 새삼 느꼈어요. 
정말요? 고마워요! 존 레전드의 노래를 불렀죠. 샘 스미스, 브루노 마르스를 정말 좋아해요.

다시 돌아가도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할 건가요?
그럼요. 덕분에 이름을 빨리 알릴 수 있었는걸요. <위대한 탄생>이 아니었다면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운 좋게 연습생이 되더라도 몇 년을 연습해야 했을 텐데 그럼 더 일찍 이 일을 시작했어야 할 거예요. 그런데 전 제가 대학도 졸업하고 취업도 했다는 사실이 고맙거든요.

어떤 점이 고마운가요? 일반적인 삶의 단계를 밟았다는 것?
그건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내 경험이니까요. <위대한 탄생>도 힘들었지만 그 9개월이 제 연습생 시절이라고 생각하면 짧은 시간인 셈이에요.

올해 발표한 ‘Ooh Ooh’에서는 춤을 췄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은 어떤 거예요? 
팝이나 알앤비를 하고 싶어요. 피아노나 기타 연주가 도드라진 곡을 좋아하거든요. 태양의 ‘눈 코 입’을 듣고 정말 부러웠어요. 듣자마자 ‘헐!’했다니까요.

<로맨스가 더 필요해>에서는 라미란 씨한테 진짜로 뽀뽀를 당했어요. 정말 몰랐어요? 
누나가 진짜로 뽀뽀할 것 같다는 느낌은 있었어요. 설마? 했는데 역시였죠. 막상 방송이 나갔을 때 저는 캐나다에 있어서 아무것도 몰랐어요. 한참 지나서 그게 꽤 화제가 됐다는 걸 알았죠.

<우리 결혼했어요>에도 고정 패널로 출연 중이에요. 다른 커플을 구경하는 기분은 어때요? 
처음에는 손 잡으면 손 잡는구나, 이제 키스를 하려나 보다 이런 정도였어요. 그런데 김소은 씨와 송재림 씨 커플은 리액션이 저절로 나와요.

그 커플은 보는 사람을 긴장시키는 매력이 있더군요.
그래도 예능과 라디오는 어려워요. 아무래도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고 표현에 한계가 있는데 제작진이 저한테 거는 기대는 느껴지거든요. 리얼리티는 MC 할 때처럼 편안한데 예능 스케줄이 잡히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꾸는 꿈부터 달라질 정도죠.

악몽이라도 꾸는 거예요?
그럼요. 한국말을 못하는 꿈, 녹화장에서 혼나는 꿈, 하루에 시험이 세 개가 있는데 공부를 하나도 안 한 꿈까지 다양해요. 그러면 깨고 나서 생각하죠. 아, 내가 요즘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

하고 싶은 게 많아 보여요. 요즘 새롭게 관심이 가는 일이 있나요?
한국에서 가수로 활동하고 싶고, 이걸 본업이라고 생각하지만 계속 다른 걸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어요. <아메리칸 아이돌>의 MC로 유명해진 라이언 시크레스트를 아세요? MC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라디오, 연예 프로그램, TV 쇼 프로듀서로까지 활약하거든요. 계속 뭔가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커요.

내년에는 엄청나게 바빠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요? 연말에 하고 싶은 일은 뭐예요? 
하고 싶은 거야 많죠. 스키도 타고 싶고, 휴가도 가고 싶고, 연말 공연도 하고 싶은데 이미 늦었잖아요.

친구들과 홈파티를 열고 싶다, 이런 바람을 말할 줄 알았는데….  
아, 생각났어요. 필라테스! 필라테스를 할 거예요. 요즘 가장 즐기는 취미 생활이 일주일에 한 번 스포츠 마사지를 받는 거거든요. 영화 보고, 마사지 받고, 친구들하고 수다를 떠는 게 일과죠.

완전히 사모님 스케줄인걸요? 
그러게요. 차가 있으면 등산이나 낚시라도 갈 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