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삶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긴 그녀의 자서전 <비비안 웨스트우드>.

2015년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인 뒤 한때 자신의 어시스턴트였던 지금의 남편, 안드레아스 크론탈러와 함께 런웨이를 걸어나오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비비안 웨스트우드로 산다는 게 분명 쉽지만은 않았을 거다. 살아 있는 패션계의 전설이자 펑크 록의 대모, 시대를 앞서간 환경운동가로서 언제나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신념에 맞게 목소리를 높여왔으니까. 그녀의 세상을 향한 외침은 영국 더비셔의 유일한 ‘5살배기 자유 투쟁가’였던 어린 시절부터, 말콤 맥클라렌과 함께 펑크 무브먼트를 이끌던 때를 거쳐 1980년대부터 영국의 대표적인 톱 디자이너로 군림한 지금까지 쭉 이어져왔고, 그 우여곡절 많은 삶의 여정은 지난달 출시된 그녀의 자서전 <비비안 웨스트우드>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영화배우이자 작가인 이안 켈리와 함께 집필한 이 자서전에는 지금까지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인터뷰에서도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를 담았는데, 유르겐 텔러가 찍은 표지 사진에서부터 당당하게 모두 다 보여주겠다는 듯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바로 그녀의 굴곡 인생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 책이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어느 펑크 문화 전문가가 이 책에 표절 의혹을 제기하면서 소송으로 번질 위기에 부닥치고 말았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겠지만, 현재의 의혹이 이 책을 읽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자서전이지만 3인칭 시점으로 쓰였고, 간단한 그림부터 개인적인 사진까지 수많은 이미지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이 독특한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비비안 웨스트우드라는 한 여자의 역동적인 삶에 깊이 동요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