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이야기도, 곤란한 열애설에 대해서도 씩씩하게 대답하는 레이디 제인의 웃음은 상대를 무장해제시키는 매력이 있다. H.O.T를 오빠라 부르며 쫓아다니는 팬이었고, 연애와 썸에 대해 여전히 고민하는 그녀는 우리와 같은 시간을 사는, 지금 가장 친근한 얼굴이다.

2014년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정신없었어요. 마치 회식 자리에서 여기에서 술 한 잔 얻어 마시고, 저기에서 술 한 잔 마셨다가 취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제가 술을 마시고 싶어서 마신 건 아니지만, 기분 좋게 취한 셈이죠.

기분이 좋다는 게 중요한 거죠.
그럼요. 태어나서 이렇게 일 때문에 바빴던 적이 없어요. 회사 입장에서도 뿌듯한 한 해일 거예요.

‘홍대 여신’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람도 많을 텐데 반응은 어때요?
‘이렇게 될 줄 알았어’, ‘너는 예능하고 잘 맞을 줄 알았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요. 다행이죠.

어쩜 그렇게 말을 쉬지않고 잘해요?  
원래 성격은 방송과는 다를지도 몰라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친구를 만나도 한두 명하고만 만나니까요. 그래도 어릴 때부터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긴 했어요.

무슨 일이든지 피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아요. 공개연인이었던 연인과의 결별이나 새로운 열애설도 예민한 주제잖아요.
제가 아이돌이거나 혹은 지금보다 어렸다면 몸을 사릴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제 나이쯤 되면 연애도 어느 정도 해봤고, 그 과정을 아니까요.

그래도 그런 질문은 보통 녹화 전에 합의를 하겠죠? 
제작진이 미리 이야기를 해주긴 해요. 하지만 ‘이런 질문 해도 돼요?’라고 했을 때 제가 ‘저 그 얘기는 안 할게요’라고 할 수는 없었어요. ‘그럴 거면 방송에 왜 나와?’ 하는 느낌을 받거든요.

스스로 그렇게 느끼는 건가요? 아니면 무언의 압박이 있나요?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죠. 예능에 많이 출연하는 분들한테 원래 이런 데 나와서 이야기하는 거다, 다들 이야기하니까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긴가민가하면서 말하게 됐는데 이제 전 남자친구 이야기는 정말 100번은 한 것 같아요. 입력된 대본처럼 줄줄 나올 정도죠.

그렇게 많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때요?
저도 편해졌어요. 친구가 남자친구와 막 헤어졌을 때는 무조건 위로해 주다가 1년쯤 시간이 지나면 너 걔랑 헤어졌을 때 진짜 바보 같았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잖아요. 그만큼의 시간이 지난 것 같아요.

홍진호 씨와의 열애설도… .
그 이야기도 진짜 100번 했어요!

초밥집에서 두 사람이 찍힌 사진을 보고 소름이 끼쳤어요. 누군가 두 사람을 줄곧 지켜본 거잖아요. 
아마도 아르바이트생이 찍었던 것 같아요. 집 앞에 있는 가게인데 지금 그 가게가 장사가 얼마나 잘되는지 말도 못해요. 블로그에 ‘여기가 바로 그 스시집’이라며 글이 올라오기도 하고요. 장사가 너무 잘되니까 그것도 얄밉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요.

유명해졌으니까 할 수 없지, 이런 마음인가요? 
저라도 이정재 씨나 정우성 씨가 청담동 카페에서 밥을 먹고 있다면 사진을 찍을 것 같긴 해요. 그런데 저랑 진호 오빠는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요. 사람들은 역시 남의 연애 이야기에 제일 관심이 많구나, 그렇게 결론 내렸어요.

<로맨스가 더 필요해>를 보면 연애 잘하는 여자 느낌이에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 좋아요. 다들 연애를 하지만 또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 하잖아요. 그런 감정을 저랑 나누고 싶어 하고, 제 의견을 듣고 싶어 한다는 건 좋은 거죠.

실제로 연애에 자신도 있고요?
네. 저는 연애를 좀 잘하는 편인 것 같아요.

자신감이 넘치는데요? 필살기를 하나만 알려줄 수 있나요?
일단은 같이 셀카를 찍어요. 그 다음에 사진 보내줄 테니까 메신저 아이디를 알려달라고 해요. 그러면 보통은 번호를 알려주더라고요.

오, 노골적인 것 같지만 기발한데요?
왜요? 누구나 셀카 찍잖아요! 그런데 여자들이 생각하기엔 이런 게 다 지나치다고 느끼나 봐요. 대부분의 남자들이 좋아하는 행동을 여자들은 ‘너무 들이대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런데 남자들은 이 여자가 나한테 마음이 있다는 걸 확신받는 걸 좋아해요. 부담스럽지 않게 선만 지키면 돼요.

고수군요! 지금까지 발표한 곡도 그렇고, 귀여운 이미지가 강한데 얼마 전에 잡지 <맥심>의 표지 모델을 했더군요. 어땠어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흔쾌히 수락했어요.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는 이미지를 바꿀 수 있겠구나 생각했거든요. 막상 잡지가 나온 걸 보니 더 과감하게 할걸, 아쉽더라고요. 알고 보니 매니저 오빠가 수위 조절을 한 거였어요. 주변이 이렇게 저를 과잉보호 한다니까요?

레이디 제인은 친근하고, 저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에요. 평소에는 뭘 하면서 지내나요?
요즘은 집에 있을 때마다 비틀스 리마스터 스테레오 박스세트를 들어요. 그런데 CD가 16장이나 되다 보니 아직 전곡을 제대로 다 듣지 못했어요. 들을 때마다 대단하다고 감탄하죠. 게임도 많이 하고요.

게임을 잘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남자들도 많겠죠?
게임하는 여자가 거의 없다 보니 어필되죠. 저도 제가 롤에 이렇게 빠질 줄 몰랐어요. 원래는 모바일 게임도 안 했는데 게임하는 걸로 방송에 출연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올해는 예능 프로그램 위주로 활동을 했어요. 내년에는 어떤 걸 하고 싶어요?
익숙하고 잘하는 것도 좋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어요. 내가 또 다른 어떤 걸 잘할 수 있는지 가늠해보고 싶거든요. 저는 뉴스나 정치 면도 꼼꼼하게 챙겨 보고, 관심이 많거든요. 시사나 교양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러고 보니 신문방송학과 출신이죠?
그때는 기자나 PD도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방송은 결국 이미지가 중요하잖아요. 매일 연애 이야기, 썸 타는 이야기를 하던 제가 갑자기 진지하게 이야기하면 시청자들이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긴 해요.

스스로한테 야박할 정도로 객관적이네요. 
객관적인 것은 중요해요. 그래야 일이 잘되든 안 되든 자기 중심을 잡고 살 수 있거든요. 성공에 취하는 것도 꼴불견이고, 실패에 지나치게 위축되는 것도 보기 싫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