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더 사랑스러워진 리타로 돌아온 배우 강혜정과 공효진.

1 리타 역의 강혜정. 2 <리타>를 통해 연극 무대에 데뷔하는 공효진. 3 프랭크 교수 역의 전무송.

연극 <리타 길들이기(Educating Rita)>의 주인공 리타는 가장 사랑스러운 희극 캐릭터 중 하나다. 교양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귀엽고 활기찬 미용사 리타는, 공개 강의인 대학의 문학강좌에서 지도 교수인 프랭크를 만난다. 한때는 시를 쓰기도 한 풍부한 감성의 프랭크 교수는 대학의 매너리즘 안에 갇혀 경미한 알코올 중독 증세까지 보이는 상태. 리타가 그토록 되고 싶어 하던 ‘지성인’을 상징하는 프랭크 교수와 또 다른 세계에서 자신의 자아를 쌓아 올려온 리타가 만나며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이야기다. 2008년 공연했던 연극 <리타 길들이기>가 <리타>가 되어 돌아온다. 지난여름 초연한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의 원작자인 극작가 윌리 러셀의 작품 두 편이 연달아 국내 무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12월 3일, 다시 시작될 연극의 제목은 <리타>로 간결해졌고, 리타들은 한층 사랑스러워졌다. 두 리타는 배우 강혜정과 공효진이 연기한다. 연극 <프루프> 이후 4년 만에 대학로로 돌아온 강혜정과 사랑스러움의 대명사, 공효진의 더블 캐스팅 소식은 공연계의 큰 이슈다. 특히 15년 차 배우지만 연극 무대에는 처음 데뷔하는 공효진의 행보에는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런 호기심 어린 시선에 대해 공효진의 소속사 측은 워낙 좋은 평가를 받는 고전이고, 조재현의 추천이 있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연극열전2>를 성공적으로 프로듀싱 했던 것을 비롯해 <민들레 바람 되어>, <그와 그녀의 목요일> 등 히트 작품을 연이어 선보인 조재현은 대학로에 아낌없는 애정을 쏟는 가장 대표적인 배우다. 그리고 <리타>는 그가 설립한 제작사 수헌재 컴퍼니에서 제작을 맡은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 9월, 변희봉과 함께 출연한 MBC 단막극 <내 인생의 혹>으로 ‘하루 엄마’에서 오랜만에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알린 강혜정의 연기도 기대를 모으기는 마찬가지다. <웰컴 투 동막골>, <우리 집에 왜 왔니>에서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한 그녀의 리타는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강혜정의 출연은 평소 친분이 있던 공효진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성사됐다. 새로운 리타로 강혜정을 점 찍고 접촉 중이던 제작사 수헌재 컴퍼니도 그녀의 결정을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훈훈한 소식. 10월 말부터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간 두 여배우의 서로 다른 리타를 지켜보는 것도 이번 공연의 흥미로운 쟁점이 될 거다. 노교수 프랭크 역은 배우 전무송이 캐스팅됐다.

 

순진한 블루칼라 여성이 ‘교양’의 세계에 발을 내디딘다는 점에서 <리타>는 <마이 페어 레이디>나  <귀여운 여인>을 언뜻 연상시킨다. 하지만 프랭크 교수는 렉스 헤리슨이나 리차드 기어가 아닌, 결함 있는 인간이다. 리타도 마찬가지다. 타고난 사랑스러움과 미모로 상류층 왕자님의 사랑을 쟁취하며 앞으로의 행복을 보장받은 오드리 헵번과 줄리아 로버츠와 달리, 남편과 헤어지고 아버지로부터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리타가 그토록 원했던 교양과 대학은 그녀의 행복을 장담해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계속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리고 부족한 이들끼리 서로의 부족함을 메우며 자라나는 것. <리타>가 말하는 삶이란 그런 것이다. 처음 세상에 발표된 1979년, 이 작품이 ‘여성의 자아 찾기’라는 평단의 호평을 받은 것도 바로 그런 맥락에서다. 그리고 우리가 그 간의 행보와 서사를 너무나도 잘 아는 흥미로운 두 여배우가 리타를 연기한다. 공연은 2015년 2월 5일까지.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