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에 따라 고민도 달라지기 마련. <얼루어> 페이스북 독자들이 각기 다른 직급에서 직면한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고 <똑똑한 여우들의 직장생활 다이어리>의 저자 이미정이 그 해결책을 제안했다.

Q1 대리 2년 차예요. 상사는 그야말로 ‘완전 컴맹’. 정말 어마어마하게 컴퓨터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몇 년째 제자리걸음인 걸 보면 차근차근 알려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아요. 성질도 급해서 욱하기까지.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리님, 단호해져야 합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로 아는 것이 우리네 상사들의 정서 아니겠어요? ‘마냥 편하고 다루기 쉬운 부하’를 상사가 과연 고마워할까요? 결국에는 상사의 잡일과 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비공식 ‘셔틀’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뿐! 컴맹 상사에게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다면 ‘싫은 티’를 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말로만 설명을 하지 말고 상황별로 정리해 문서로  전달하세요. “다음에 헷갈리시면 이 문서를 보시면 기억날 거예요”라고 말하면서 말이에요. 

Q2 인턴이에요. 주말에도 끊임없이 카톡, 전화, 문자를 해오는 상사의 연락을 현명하게 피하거나 거절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무작정 연락을 피하는 것은 금물! 상사에게 ‘주말에 연락 잘 안 되는 부하’로 서서히 포지셔닝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일단 연락에 바로 답을 하기 어려운 주말 취미 생활을 만드세요. 한 번 입수하면 2시간 정도는 연락이 두절되는 수영, 말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승마 등이 있겠죠? 그런 취미 없다고요? ‘있는 척’하는 신공을 발휘하시고, 정말 급한 일이 아닌 이상 답변은 늘 몇 시간 뒤에 하는 걸로. 다른 방법은 ‘단체 농성’. 상사가 동료들에게도 주말에 연락한다면 회식같이 편한 자리에서 다 같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성토해보세요. 

 

Q3 3년 차 사원입니다. 여자가 많은 곳에서 일하다 보니 부딪히는 상황도 꽤 있고 꼴 보기 싫은 사람이 한두 명 생겨나고 있어요. 웃으면서 지내되 아쉬운 소리 듣지 않으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직장 생활은 그야말로 ‘사람과 전쟁’. 마음 맞는 사람만 있는 회사는 있을 수가 없어요. 일단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내 편’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가능하면 영향력 있는 실세 위주로. 내 편이 없으면 딱히 큰 잘못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 무리에게 안주 거리가 되어 씹히기 십상이거든요. 미리미리 ‘까임방지권’을 획득하세요. 그리고 꼴 보기 싫은 사람과는 업무적인 대화 외에는 가급적 말을 섞지 마세요. 까칠함은 버리고 친절함은 유지하되,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게 포인트입니다. 먼저 흥분하면 지는 겁니다. 싫어하는 사람 떠올리며 스트레스 받지 말고 마음을 비우세요.

 

Q4 대리입니다. 후배는 자꾸 들어와서 가르쳐야 할 건 쌓여가고 부장님의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선배와 후배 사이에 낀 채 이쪽저쪽의 눈치만 보게 됩니다.

당신의 역할은 팀 내 ‘평화유지군’. 부장이 선후배를 직접 혼낼 일이 발생하기 전에 그들을 잘 가르치는 게 팀의 평화를 지키는 방법입니다. 부장님의 성향과 취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당신이니 후배가 낯선 조직 생활에 잘 적응하고 부장님에게 엄하게 까이는 일이 없도록 중간에서 조율해주세요. 그들에게는 ‘기댈 언덕’, 부장님에게는 든든한 ‘오른팔’이 되는 거죠!

 

Q5 신입이다 보니 분위기 맞추고 띄우는 그런 감초 역할을 해야 하는데 내성적인 성격이라 그게 제일 힘들어요. 농담이라고 건넨 말이 왠지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드는 것 같고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꼭 위트 있고 재미있는 말을 할 필요는 없어요. 리액션만 잘해도 반은 먹고 들어갑니다. 대화 중에 추임새만 적절하게 넣어주어도 사람들은 ‘아, 이 사람이 대화에 참여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들 말을 경청하고 ‘아 그래요? 정말요?’ 하고 맞장구만 잘 쳐도 충분해요. 사람들은 듣는 것보다 말하는 걸 더 좋아합니다. 그들이 신이 나서 말하게끔 적절한 질문으로 유도하세요. 

 

Q6 상사가 저를 여자로 보는 것 같아요. 좋은 분이긴 하지만 제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상사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남자친구와 큰 목소리로 통화하세요. 듣는 사람이 소름 돋을 정도로 콧소리 섞인 애교 목소리는 기본입니다. 회식이 끝날 때는 꼭 애인에게 데리러 와달라고 하세요. 미적지근한 태도는 오히려 상사를 ‘착각의 늪’에 빠지게 할 수 있으니, 애인의 존재감을 팍팍 드러내는 게 중요해요. 애인이 없다고요? 그럼 남동생이나 남자인 친구라도 동원하세요.

 

Q7 얼마 전 이직했고 아직은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는 단계입니다. 그런데 부서의 한 사원이 제가 한 직급 위임에도 불구하고 저를 자꾸 ㅇㅇ씨라고 부르네요. 저는 가만히 있어야 하나요?
당분간은 도 닦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녀가 어떤 평판을 받고 있는지를 파악하세요. 그 정도의 ‘개념리스’라면 이미 사내에 그녀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포진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니까요. 그녀에게 신경 쓸 시간을 아껴 빨리 회사에 적응하고 사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진 후에 한마디해도 결코 늦지 않아요. 특히 업무와 관련해 누가 위인지 확실하게 알려주자고요. 

 

Q8 불평 불만 많고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사원 한 명이 팀 분위기를 흐리는 것 같아요. 매번 그 불만과 험담을 듣고 있으려니 곤욕이네요. 그녀를 멈추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뒷담화가 취미인 직원에게는 무관심과 무대응이 상책입니다. 뒷담화하는 사람들은 자신과 함께 뒷담화 대상을 까주기를 바라는 것이니, 흥미 없다는 태도로 영혼 없는 리액션을 보여주세요. 알아서 떨어져나갈 겁니다. 

 

Q9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동료들의 부탁을 들어주다 보니 정작 제 일은 기한을 못 맞추고 야근만 늘어가요. 거절하면 괜히 욕 먹을 것 같고, 다 들어주자니 제가 너무 힘드네요. 
직장생활은 권선징악의 동화가 아닌 약육강식의 막장드라마. 착한 척하면 일단 만만하게 봅니다. 오히려 ‘싸가지’ 좀 없어도 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능력 있다고 생각하죠. 일단 ‘나 쉬운 사람 아니야’라는 밑밥을 다지는 게 중요해요. 부탁이나 지시가 들어오면 자신의 업무 스케줄부터 검토하고 답을 주세요.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고(물론 웃는 낯으로) 들어줄 수 있는 건이라면 기한을 넉넉히 잡아 알려주세요. 

 

Q10 신입사원입니다. 회식도 싫은데, 회식 후 이어지는 노래방은 더 싫어요. 노래방만 가면 부장님이 마이크를 쥐어주시는데 도대체 노래 시켜놓고 다들 왜 스마트폰만 보는 거죠?
고루한 표현이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가 정답입니다. 가창력이 없는 당신에게 필요한 건 바로 춤! 춤은 가창력과 달리 잘 못 춰도 열화와 같은 반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춤을 추는 순간 노래방 책을 뒤적거리던 부장님도, 스마트폰만 보던 동료도 당신에게 집중할 겁니다. 춤을 못 춘다고요? 취미로 방송댄스나 클럽댄스를 배우면 살도 빼고, 사내 ‘댄스머신’도 되고 일석이조! 

 

Q11 ‘열일’ 하고 있는데 상사에게 인상 펴고 일하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상사에게 지적받으니 기분도 좋지 않고, 자세히 보니 이마 주름도 깊어진 것 같은데 회사에서 표정관리하는 법을 알려주세요. 
이마에 진하게 새겨진 내 천(川)자와 수심 가득한 얼굴. 스트레스를 얼굴로 팍팍 표현하는 사이 당신의 이미지는 깎이고 있습니다. 오늘부터라도 면접 100% 합격상에 도전해보세요. 우선 회사 책상에 스탠드형 거울을 준비하세요. 우리는 거울을 볼 때면 자동적으로 ‘예쁜 척’을 하잖아요? 그럴 때마다 표정을 온화하게 풀어보세요. 셀카용 ‘귀요미’ 표정도 지어보고요. 바깥 바람을 쐬며 심신과 얼굴을 정화하고 오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